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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히잡을 거부한 이 선수를 찾습니다

입력 2022-10-18 15:55 수정 2022-10-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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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나즈 레카비(33)를 찾습니다.'
이란의 클라이밍 선수 행방이 묘연합니다. 지난 일요일(16일) 서울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나선 뒤 그 모습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머리에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레카비는 볼더링 종목에선 자줏빛 헤어밴드를, 리드 종목에선 검정빛 헤어밴드를 썼습니다. 지켜보는 사람들 입장에선 너무 평범한 복장이었지만 이란 사람들 입장에선 파격이었습니다.
레카비는 이란의 클라이밍 국가대표로 오랜 기간 활동했습니다. (사진=대회 영상 캡처)레카비는 이란의 클라이밍 국가대표로 오랜 기간 활동했습니다. (사진=대회 영상 캡처)
이란 여성은 언제나 히잡을 써야 합니다. 스포츠도 예외가 없습니다. 그 불편함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두건으로 머리와 목 등을 가리는 건 의무죠. 레카비는 이번엔 이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란 여성들을 위한 연대와 지지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스포츠클라이밍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나선 레카비. 히잡을 풀고 대신 헤어밴드를 썼습니다. (사진=대회 영상 캡처)스포츠클라이밍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나선 레카비. 히잡을 풀고 대신 헤어밴드를 썼습니다. (사진=대회 영상 캡처)
한 달 전 스물두 살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이 이란 사회에 분노의 불을 댕겼습니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의문사했고 이를 계기로 이란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노르웨이에 근거한 이란 인권단체를 인용해 한 달간 시위로 적어도 12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분노는 아직까지 잦아들 기미가 없습니다.

주한 이란 대사관은 레카비와 관련한 의혹은 가짜뉴스라고 반박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주한 이란 대사관은 레카비와 관련한 의혹은 가짜뉴스라고 반박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레카비도 용기를 냈습니다. 코로나 19 여파로 3년 만에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가 그 무대였습니다. 레카비는 곧바로 휴대폰과 여권을 압수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족과 연락이 끊겼습니다. 곧장 이란으로 소환됐습니다. 'BBC 페르시아'에 따르면, 레카비는 예정된 날짜보다 이틀 먼저 선수단과 함께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이란 정부는 레카비의 행적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가혹한 처벌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앞으로 클라이밍 선수로 다시 볼 수 없을 지 모릅니다. 이란 사회는 다시 들끓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한 이란 대사관은 반박했습니다. 트위터를 통해 "레카비는 이란 선수들과 함께 18일 오전 출국했다"며 "레카비와 관련한 모든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강하게 부정한다"고 썼습니다.
이란 당국은 곧바로 레카비의 휴대폰과 여권을 압수했습니다. (사진=레카비 인스타그램) 이란 당국은 곧바로 레카비의 휴대폰과 여권을 압수했습니다. (사진=레카비 인스타그램)
#이 대회를 개최했던 대한산악연맹은 “이란 선수단은 지도자를 포함해 11명이 한국을 찾았다. 그중 여성 선수는 서너명으로 알고 있다”며 “대회가 끝날 때까지 레카비의 복장 문제가 어떤 소동을 일으키지 않았다. 대회는 정상적으로 마무리하고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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