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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황교안·이해찬…같은 날 재등판, 엇갈린 위상

입력 2022-10-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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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17일) 우연하게도 두 여야 전직 당대표가 정치 무대에 동시에 모습을 나타냈죠.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인데요. 한 명은 당권 도전 기자회견, 다른 한 명은 출판 기념회를 열었습니다. 이 두 사람을 바라보는 당내 분위기는 어떨까요? '줌 인'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네, '죽지 않아'라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노래죠. 하하의 '키 작은 꼬마 이야기'란 곡인데요. 키가 작은 분들은 아니지만요. 오늘 '줌 인'은 '죽지 않아'라는 가사에 알맞은 올드보이 2명의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황교안/전 국무총리 (어제) : 저는 오늘 승리의 길을 선포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가 넘어졌던 곳에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인물은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인데요. 어제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공개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첫 주자인데요. 넘어졌던 곳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죠. 황 전 대표가 넘어졌던 곳, 다름 아닌 지난 21대 총선입니다.

[황교안/당시 미래통합당 대표 (2020년 4월 15일) :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습니다. 일선에서 물러나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저의 역할이 무엇인지 성찰하도록 하겠습니다.]

넘어진 곳에서 다시 일어나겠다는 집념 때문일까요? 황 전 대표의 시간은 2020년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죠. "4·15 총선은 부정선거"라는 주장을 줄곧 이어오고 있는데요. 이번에도 출마 일성은 '부정선거'였습니다.

[황교안/전 국무총리 (어제) : 4·15 부정선거로 자리를 차지한 가짜 의원들이 국회에서 절대다수의 숫자로 밀어붙이면서 악법들을 참으로 많이 만들었습니다. 해답은 4·15 부정선거를 바로잡는 것입니다. 검찰과 경찰은 부정선거를 본격 수사해야 합니다. 국회는 4·15 부정선거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부정선거의 늪은 북한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황 전 대표는 "아직 한반도에서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북한이 지난 총선 때 충북간첩단에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황 전 대표를 정치적으로 매장시키라는 지령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자신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황교안/전 국무총리 (어제) : 다시는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입법, 사법, 행정 3권의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고 평생 부정선거사범과 간첩 잡는 일을 해왔던 저를, 북한은 매우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황 전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상상을 뛰어넘는 주장인 셈입니다.

또 다시 시작된 부정선거 주장에 황 전 대표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눈빛도 있는데요. 자칫 황 전 대표가 전당대회를 희화화시킬 우려가 있단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장성철/공론센터 소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황교안 전 대표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고 있는 것이냐, 상당히 회의적이고 여러 가지 좀 희화화되는 얘기들이 있죠. 전광훈 목사랑 광화문에서 여러 가지 집회를 하면서 여러 가지 우스꽝스러운 몸짓, 모습, 말 그런 것에 대해서 그렇게 썩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지지층도 없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당내에 이미 황 전 대표에 대한 피로도가 쌓여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당내 대선 경선에서 후보로 나섰던 황 전 대표, 그때도 말끝마다 '기승전 부정선거'였습니다.

[황교안/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지난해 9월 28일) : 헌법을 개정한다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기본 질서와 그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부정선거의 소지를 원천 봉쇄할 수 있는 조항도 마련돼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태경/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지난해 9월 28일) : 그런 걸 우물 안 개구리라고 그러는 거고요. {대부분이 다…} 아니, 황 후보님이 아무리 부정선거 이야기해도 지난 총선에 참패한 그 책임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런 댓글이 있었던 것은 맞죠?}]

[황교안/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지난해 9월 28일) : 제가 우리 하태경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제안합니다. 한번 공개토론을 합시다. 찬성이시죠? {예, 찬성합니다.} 좋습니다.]

결국 당내 경선에서 컷오프 당하자 경선마저 부정이 있었다며 불복 움직임을 보였는데요. 당시 참다 못한 이준석 전 대표가 공개 경고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이준석/당시 국민의힘 대표 (지난해 10월 18일) : 이 부정선거 주장, 역선택 주장 이런 것도 갈수록 수준이 낮아지고 있는 데에서 깊은 뭐라고 해야 될까, 짜증을 느낍니다. 지난 총선 이후에 이런 부정선거 관련된 주장을 하다가 스스로의 명예를 다 갉아먹고 추락한 정치인들이 몇몇 있습니다. 저는 그 길을 따라가는 정치인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심지가 굳은 황 전 대표, 이 전 대표의 충고는 별로 새겨 듣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여전히 부정선거의 길을 따라가는 중인데요. 이런 황 전 대표에게 연민 의식을 느낀 걸까요?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출마 자체를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는 동정론도 일었습니다.

[유상범/국민의힘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황교안 총리께서는 당대표를 하셨고요. 사실은 어려운 시절에 총선을 치르면서 여러 가지 좌절도 겪으셨는데 도전하는 것 자체 가지고 시비나 가부를 판단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유상범 의원입니다. 다만 황 전 대표의 당선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유상범/국민의힘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이게 좀 너무 올드하고 퇴행 아니냐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그런데 그거는 그분이 되신다면 그런 문제가 나올 수 있겠죠. 그건 좀 다른 문제 아니겠습니까. {출마와 당선을 좀 나눠서 봐라.} 예, 그렇게 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두 번째 인물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황 전 대표의 맞수였던 이죠. 당시 민주당의 사령탑이었는데요.

[이해찬/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2019년 11월 25일) : (황 대표가) 기력이 빠져 있어가지고 거의 말씀을 못 하십니다. 김도읍 의원님 보고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나하고 협상을 하자고 했습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입니다. 이 전 대표, 어제 회고록 출판 기념회를 열었습니다. 황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집념이 강한 스타일이죠. 황 전 대표의 신념이 '부정선거론'이라면 이 전 대표의 신념은 '20년 집권론'인데요.

[이해찬/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이번 대통령 선거에 지고 나서 그 엄마가 한숨을 쉬고 자기하고 애틋하게 잘 놀아주지도 않고 그러니까 애가 눈치를 채 가지고 '엄마 걱정하지 마라, 5년 금방 가' 열 살짜리 꼬마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는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아무리 어려운 시련이 온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런 저력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과 믿고 함께하면 되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제도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꺼내들었죠.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나서면서부터 펼쳐 온 지론인데요. 수구화한 한국 사회를 변혁하려면 민주당의 장기 집권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해찬/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2018년 11월 25일) : 그러다가 이번에 다시 찾아왔기 때문에 이제는 절대 정권을 안 뺏겨야 된다고 제가 강조하는 이유가, 10년 해봤자 무너뜨리는 데는 불과 3, 4년 밖에 안 가더라고요. 금강산도 무너지고, 개성도 무너지고, 복지정책도 무너지고. 그렇기 때문에 그 정책이 뿌리가 내리기 위해서는 20년 아니라 더 오랜 기간 동안 가야 됩니다.]

황 전 대표와 달리 민주당 내에서는 돌아온 이 전 대표에게 환대가 쏟아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어제 출판 기념회에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야권 인사들이 총출동했죠. 이 전 대표와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강한 유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이해찬 전 대표는) 또 제가 가장 존경하는 어른이시고, 마침 오늘이 유신 쿠데타 날인데, 일부러 잡으신 건가요? 네, 참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는 날입니다.]

이 대표의 말이 상당히 의미심장한데요. 지금 검찰에선 자신을 향한 전방위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죠. 이를 야당 탄압을 위한 정치 수사라고 규정하면서 은근슬쩍 유신 쿠데타에 비유한 것 같은데요. 지금 두 사람은 공동운명체로 묶여 있기도 합니다. 두 사람의 연결고리,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인데요.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되고 이 전 부지사를 영입했습니다. 친노계인 이 전 부지사는 동시에 이해찬 전 대표의 측근이기도 한데요. 이 전 부지사가 설립한 민간단체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의 이사장이 바로 이 전 대표입니다. 하필 현재 쌍방울그룹 수사의 핵심 피의자, 이 전 부지사죠. 대북사업을 돕는 대가로 뇌물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인데요. 수사 과정에서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사무실과 이해찬 전 대표의 개인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화영/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지난달 27일) : {증거인멸 혐의 인정하십니까? 할 말 없으세요? 억울하십니까?} 나중에 얘기하시죠.]

그 전에도 이 전 대표와 이 대표 사이의 연결고리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두 사람 간 연대는 지난 대선 때부터 본격화됐는데요. 당시 이 대표의 지지 모임인 '민주평화광장'은 이 전 대표의 지지 모임이 확대·재편하며 출범한 곳이었죠.

[조정식/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 지난해 5월 25일) : 아무래도 이제 이해찬 전 대표께서 이제 정치 활동을 하실 때 거기에 또 기반이 됐던 하나의 그룹이 이제 광장그룹이라고 있었는데요. {네.} 이번에 민주평화광장도 출범을 하는 데서 그 부분이 또 상당히 기초가 되고 나름대로 모태가 됐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이 전 대표 역시 대선 기간 이 대표에게 강한 신뢰감을 표했던 바 있습니다.

[이해찬/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1월 4일) : 어디에 내놓아도 토론을 잘하고 모든 문제에 대해서 다 대응해나갈 수 있는 아주 훌륭한 후보를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건 우리 당으로서, 또 나라로서도 큰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자, 오늘은 어제 동시에 재등판한 올드보이들의 소식을 정리해봤는데요. 같은 시기 전직 여야 당대표로 활동했고 강한 신념의 소유자라는 공통점이 있지만요. 현재 당내에서 위상은 확연히 달라진 느낌이죠.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돌아온 올드보이 2인, 엇갈린 당내 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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