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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영산강 습격한 미국가재…위협받는 토종 생태계

입력 2022-10-1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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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보시는 건, 빨간 집게발을 든 미국가재입니다. 곰팡이균을 퍼뜨려 토종가재를 위협할 수 있는 교란종인데, 올해 벌써 만 마리에 이르는 미국가재가 우리 강에서 나왔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4년 전 미국가재가 처음 발견된 전남 나주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영산강을 따라 길게 흐르는 전남 나주의 지석천입니다.

흰색 안내판이 보입니다.

'주의'란 글자와 함께 만지지 말라는 문구가 적혔습니다.

환경청이 미국가재를 잡기 위해 설치한 통발이 있습니다.

[노정균/주민 : {미국가재 보신 적 있으세요?} 봤어요. 다리가 빨개서 상당히 크더구먼. 막 올라오더라고. 잡아다 먹으려고 했더니 못 먹겠고.]

환경청은 기생충 때문에 미국가재를 먹는 걸 권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안숙자/주민 : 외국 사람 부부가 와서 많이 잡더라고. 이걸 뭣 하러 잡쉈냐고 했더니 참 좋은 거라고. {처음 보셨어요?} 처음 봤지. 벌벌 기어가는 가재 있잖아요.]

미국가재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이 꼽은 100대 악성 외래종입니다.

'가재페스트'라고 불리는 곰팡이균을 품고 있어서 해외에선 이미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우리나라도 2019년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했습니다.

잡는 건 가능하지만 허가없이 키우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건 불법입니다.

미리 설치한 통발을 걷어올리자 미국가재가 나옵니다.

[김남중/야생생물관리협회 팀원 : 물속에 곰팡이균이 남아서 우리 토종가재에 전염을 시켜요. 미국가재는 곰팡이균에 대한 항체가 있는 거죠.]

사람 손바닥만한 크기의 수컷부터 수백마리 알을 밴 암컷도 있습니다.

[김승일/야생생물관리협회 팀장 : (미국가재) 치어를 달고 다니면서 물에 털어요. 알을 많이 턴 상태가 이 정도예요. 한 200마리, 300마리 돼요.]

미국가재는 수온이 높아지면 굴을 파는 습성이 있습니다.

논에 구멍을 내 둑을 무너뜨리고 농가에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미국가재 포획 숫자는 4년 전 2천마리에서 계속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천마리쯤 잡았는데 올해는 벌써 9천7백마리를 넘겼습니다.

저희가 작업한 지 30분밖에 안 됐는데 벌써 미국가재가 50마리쯤 잡혔습니다.

기후 변화 때문에 미국가재가 빠르게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따뜻한 날씨로 수온이 오르면서 번식하기 좋은 조건이 됐단 겁니다.

또 다른 불청객도 있었습니다.

통발에 거북이 한 마리가 잡혔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귀가 빨간데요.

붉은귀거북입니다.

생태계교란종입니다.

붉은귀거북은 토종거북 남생이를 몰아내고 2001년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됐습니다.

통발엔 토종생물도 잡혔습니다.

[김승일/야생생물관리협회 팀장 : 뭐예요? {거북이요.} 자라네요. {죽었어요?} 네. 숨을 못 쉬어서…보호종이 죽죠. 청개구리. 이건 살려줘야 해. 황소개구리를 없애니까 우리 토종 개구리가 잘 나와요.]

전문가는 교란종이 정확하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생태계를 꾸준히 관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김영선/국립생태원 자문위원 : (생태계) 모니터링을 하지 않고 (교란종) 지정하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교란종들이 어떻게 바뀌는지 정확한 진단이 없거든요.]

생태계가 무너지면 그 피해는 우리에게도 돌아올 수 있습니다.

교란종이 자연의 한 연결고리를 깨뜨리고 있진 않은지 더 꼼꼼히 들여다봐야 할 겁니다.

(화면출처 : 유튜브)
(VJ : 김원섭 / 인턴기자 : 고민주·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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