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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나' 장편 메가폰 조현철 "'예외없이 죽는다'는 사실 체감"(종합)

입력 2022-10-12 12:27

영화 '너와 나'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공식 초청
작품성·독창성 가진 독립영화 최신작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세월호 참사 추모 배경에 여고생 퀴어 소재…'삶과 죽음' 이야기
박혜수·김시은 주연, 박정민 특별출연 "흥행 위한 전략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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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와 나'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공식 초청
작품성·독창성 가진 독립영화 최신작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세월호 참사 추모 배경에 여고생 퀴어 소재…'삶과 죽음' 이야기
박혜수·김시은 주연, 박정민 특별출연 "흥행 위한 전략적 선택"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오늘-비전' 섹션에 공식 초청된 영화 '너와 나' 조현철 감독과 배우 박혜수·김시은이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했다. 〈사진=JTBC엔터뉴스〉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오늘-비전' 섹션에 공식 초청된 영화 '너와 나' 조현철 감독과 배우 박혜수·김시은이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했다. 〈사진=JTBC엔터뉴스〉

배우 조현철이 이번엔 장편영화 감독으로 대단한 능력치를 또 뽐냈다. 2016년 처음 준비해 6년 만에 선보이게 된 작품. 단편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린 연출력과 명확한 메시지가 '너와 나'를 통해 완성됐다.

조현철 감독의 장편 데뷔작 '너와 나'는 작품성 및 독창성을 가진 독립영화의 최신작을 선보이는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으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BIFF)에 공식 초청돼 첫 선을 보였다.

'너와 나'는 화사한 봄날을 배경으로 수학여행 전날, 교실 한쪽에서 낮잠에 빠졌던 세미(박혜수)가 문득 불길한 꿈에 눈물을 흘리며 깨어나고, 자전거 사고로 다리를 다쳐 잠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둘도 없는 친구' 하은(김시은)에게 달려가면서 벌어지는 특별한 하루를 그린 작품.

공개 된 영화는 지난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냈으며, 영화적으로 두 여고생의 우정과 사랑 사이 퀴어 분위기를 전하기도 한다. 조현철 감독은 이 모든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말했다.

'너와 나'는 9일과 10일, 그리고 11일 상영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GV)가 진행됐다. 전 회 차 매진 행렬을 자랑하며 객석도 꽉꽉 들어찼다. 상영은 12일까지 이어진다. 조현철 감독은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미소로 감독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단편에 이어 장편 데뷔 신고식까지 치르게 됐다.
"장편….(웃음) 장편 작업은 시간이 좀 더 길게 느껴졌다. 단편은 후루룩 쓰고 찍으면 끝인데, 장편은 이 작품만 해도 원래는 2016년에 시작해서 2017년에 끝낼 생각이었던 것에 비해 좀 많이 늦어졌다. 아시다시피 세월호를 모티브로 썼는데, 그 사이 사건, 상황에 대한 기억들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실시간으로 수정하며 준비하다가 지금까지 왔다."

-어떤 계기로 시작된 작품인가.
"모든 창작자가 그렇겠지만
2016년 개인적인 사고를 겪으면서 죽음에 대해 체감했던 순간이 있었고, 이후 내 주변 죽음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내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 여기 있는 모두가 예외 없이 죽는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깨달았다. 그 때부터 이 이야기를 떠올리고 쓰기 시작했다."

-작품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나.
"음…. 되게 무서웠다. 죽음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그 일이 있고 나서 사회적 죽음이나 크고 작은 사건들에도 똑같이 그런 마음이 맺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체감 돼 외면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면서 동시에 여고생의 퀴어로 풀어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여자 아이들이 떠오른 것은 아무 이유가 없다.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우리가 멜로 드라마나 로맨틱 장르를 볼 때, 왜 남자 주인공인지, 여자 주인공인지 묻지 않지 않나. 그것과 똑같다.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오늘-비전' 섹션에 공식 초청된 영화 '너와 나(조현철)' 스틸 〈사진=부산국제영화제 공식〉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오늘-비전' 섹션에 공식 초청된 영화 '너와 나(조현철)' 스틸 〈사진=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오늘 - 비전 부문에 공식 초청된 영화 '너와 나(조현철 감독)' 스틸 〈사진=부산국제영화제〉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오늘 - 비전 부문에 공식 초청된 영화 '너와 나(조현철 감독)' 스틸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영화를 보면서 '빛을 향한 노스틸지어' '벌새'와 같은 작품이 떠올랐다. 혹시 영향 받은 영화가 있을까.
"작업 방식은, 내가 사실 그렇게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특히 극영화는 더욱 별로 안 좋아해서 다큐멘터리나 소설 같은 것에서 동력을 얻으려고 했다. 그럼에도 영화를 꼽자면 시나리오를 쓸 때는 이창동 선생님의 '시'를 떠올렸다. 선생님의 작품을 보면 마지막에 '시를 써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것이 마음에 걸려 응답을 하고 싶었다."

-제목은 어떻게 결정했나.
"시나리오를 쓰기도 전에 이런 제목의 만화를 봤다. 그때 이미 그냥 마음에 이 제목이 박혔다. 뭔가 잘 붙는 것 같더라.

-음악은 오혁 감독이 맡았는데.
"음악 감독님이나 나나 말이 별로 없어서 서로 만나면 그냥 웃고 있었다.(웃음) 그러다가 내가 편지를 딱 한 번 보냈다. 주요하게 몇 가지 말씀 드린 것이 '서정적이면서 이상한 지점이 있는, 한국적 사이키델릭과 같은 이야기로 비춰지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배우들과는 어떻게 호흡 맞췄나.
"찍다 보면 내 성격이 나왔다. 가끔 하은이 같기도 하고, 세미 같기도 하고.(웃음) 세미는 '얘가 어떻게 하면 비호감으로 보일까'에 대해 (박)혜수 씨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 과정에서 수정한 부분들도 있다. '싸울 때 나라면 이렇게 했을텐데' 하면서 고친 대사가 '우린 진짜 안 맞나 보다'였다. 그 대사는 혜수 씨 아이디어였다. (김)시은 씨는 천재 같다. 동물적인 연기를 하더라."

-현장에서 달라진 부분이 많았나.
"사전에 워낙 자유롭게 맞추고 가서 별다르게 달라질 부분은 없을 줄 알았는데, 두 분이 현장에서 연기를 하면 도 새로운 것이 나오더라. 난 그걸 포착하려고 했고, 회 차마다 사소한 디테일들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세미와 하은이가 학교에서 마주칠 때 커튼의 움직임이나, 세미가 하은이 찾으러 갈 때 아이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도 현장에서 '아이들이 세미를 스쳐 지나갔으면 좋겠다' 싶어 그렇게 했다."

-똘이 아범은 왜 등장해야 했을까.
"영화가 하루 동안 진행되는 이야기라 어떤 큰 사건을 넣는 것이 부자연스럽더라. 작위 적인 사건을 넣는 게 부자연스러워서 그 안에서 탐정물의 형식을 갖추자 싶었고, 최대 빌런으로 똘이 아범 생각했다."

-강아지는 유명 연기견으로 유명한데, 특별한 섭외 비하인드가 있을까. 박정민의 등장도 재미있었다.
"그 강아지가 연기하는 강아지인 줄은 몰랐다. 난 처음 만났다. 원래 이름은 똘똘이인데, 촬영을 위해 주인에게 친하게 굴어야 하니까 다른 스태프들은 전혀 아는 체를 못하게 했다.
정민이는, 사실 처음부터 정민이를 떠올렸던 건 아니고 '내가 할까'도 싶었는데, 흥행을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하하. 대사는 정민이가 거의 다 애드리브를 한 것이다. 그 친구가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닌데(웃음) 대사를 바탕으로 캐릭터의 성향을 끌어냈다. 영화에 많은 도움이 됐다."

-세 번 정도 울면서 영화에 몰입했는데, 거울의 중요 매개체로 보였다. 의미가 있을까.
"어떤 확실한 의도가 있어서 그렇게 한 건 아니고, 어느 순간에는 '세미가 유령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 동안 이뤄지는 현실 이야기지만 다른 측면으로도 보이길 바라기도 했다. 첫 거울은 실제로 '세미가 있다'고 이야기 하면서 촬영했다. 다음에도 꺼지기 직전 촛불과 같은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다."

-엉뚱한 질문을 해보자면, 왜 많은 것 중에 하필 '각질'이냐.
"나는 시나리오를 작업하는 방식이 뭔가 내가 머릿속에 다 생각해 쓰기 보다 주변에 있는 것들을 많이 참고한다. 그 중 하나가 각질이다. 내가 사랑하는 어떤 형과 그 형의 와이프에 관한 실제 일화였다. 어느 날 형이 와이프의 발 뒤꿈치를 그려서 왔다. 정확하게 각질과 주름이 많은. 그리고 그게 본인에게 안도감을 준다고 하더라. 나에게 시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 사람이 사라진 뒤에 이걸 생각하면, 얼마나 생생하고 자세하고 복잡한 것이었는지 찡해질 것 같았다."

-어린 시절 안산에서 살아 반가우면서도 뭉클한 지점이 많았다. 안산 촬영은 어땠나.
"나도 어렸을 때 안산에서 살아 친숙한 공간들이 많았다. 내가 살았던 아파트 뒤뜰, 놀이터에서 촬영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단원고를 중심으로 공간들을 연결 시켜보고 싶더라. 사건이 있었던 장소를 이어가는 장면을 담아내고 싶었다."

-빨간색 가방을 맨 아이들 환영은 세미 태몽에 등장한 빨간색 수박에서 색을 따온 것일까.
"그건 아니다. 가방 색에는 어떤 의도가 없었다. 고등학생 두 명이 머리를 묶고 있는 건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 실제 단원고 앞에서 어린아이 두 명이 그런 식으로 머리를 묶어주고 있었다. 그 장면 역시 시처럼 느껴져서 차용했다."

-영화는 꿈 같기도 하고, 실제 같기도 한 장면들로 '불완전함'을 표현했다.
"세미를 보면 실수도 많이 하고, 지랄 맞고, 밉상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우리가 아름답다는 감정을 느낄 때 그저 예쁘고 완벽하기만 하면 반대로 나약한 면도 보이기 마련이다. 우리는 정말 나약하고 실수도 많이 하지 않나. 인물이 납작하게 보일 수 있지 않게, 슬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고통과 사랑 같은 것들을 완전하지 않은 상태까지 포괄적으로 보고 싶었다."

-엔딩을 짚고 넘어가자면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세미의 표정이 압권이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집에서 '사랑한다'고 하는 것이 엔딩이었다. 근데 '길게 봐야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8분 정도 혜수가 누워있는 모습을 찍었다. 세미를 연기하고 있는 박혜수가 얼마나 용감하고 헌신적인 사람인지 참여한 모두가 느끼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이런 일을 겪게 된 것 아닌가. 그런 박혜수에게 그 순간이 아주 많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8분 동안 갑자기 바람이 부는 등 어떤 큰 변화가 일어나면 촬영을 끊으려고 했는데, 혜수 씨가 웃으면서 깨어나더라. 가장 놀라운 순간이었다. 곧 바로 엔딩으로 결정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자기 자신과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관계 맺기'를 바란다. 그래서 쉽지 않은 방식으로 밀어 부쳤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일과 길이 더 많은데, 좋은 이야기 함께 많이 해 주시기를 바란다. 감사하다."

부산=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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