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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수 채용 '지침 위반' 국립대…총장 면접날까지 몰랐다

입력 2022-10-11 16:23 수정 2022-10-11 16:42

지원자와 '재학 기간' 겹친 면접관
총장 면접날 문제 제기로 '재심사'
'의도적 은폐' 의혹에 "사실 아니다"
강원대 "지침 적용 처음이라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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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와 '재학 기간' 겹친 면접관
총장 면접날 문제 제기로 '재심사'
'의도적 은폐' 의혹에 "사실 아니다"
강원대 "지침 적용 처음이라 혼선"

강원대가 교수 채용 과정의 '지침 위반'을 뒤늦게 파악하고, 재심사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강원대가 교수 채용 과정의 '지침 위반'을 뒤늦게 파악하고, 재심사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국립 강원대학교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채용 과정에서 '제척 사유'가 있는 심사위원들을 참여시킨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총장 면접 당일에야 문제 제기가 있었고, 결국 심사는 무효 처리를 거쳐 처음부터 다시 이뤄졌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강원대는 이런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4단계 전형인) 교육능력심사 완료 후, (최종) 면접심사 전에 심사위원 중 제척 대상자가 있다는 제보를 받아 면접심사를 미실시했다”는 것입니다.

이어 강원대는 “교수공채 조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심사위원 중 2명을 제척 대상자로 확인하고 재심사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 학부·박사 재학기간 겹치는데 '면접'

문제가 된 건 강원대 법전원의 2022년 2학기 '형법 실무' 전임교원 채용입니다.

지난 6월 22일, 4단계 전형인 '교육능력심사'에 교수 23명이 참여했습니다. 이 가운데 교수 2명이 특정 지원자와 각각 학부·박사 재학 기간이 한 학기씩 겹쳤습니다.

이는 '채용 지침' 위반에 해당합니다. 강원대의 관련 지침(전임교원 신규임용지침)은 “지원자와 동일대학의 동일학과ㆍ전공(대학원 포함) 출신으로 동일학년 재학 기간이 한 개 학기 이상 동일한 경우, 심사위원이 될 수 없다”고 정해 뒀습니다.

그런데도 채용은 그대로 진행됐습니다. 3주 뒤인 7월 13일, 총장 최종면접까지 잡혔습니다. 이 면접 당일이 돼서야 관련 익명 제보가 교무처에 접수됐고, 면접은 즉시 보류됐습니다.


■ 면접 한 달 뒤에야 “취소 후 재심사”

재심사 결정은 뒤늦게 나왔습니다. 문제의 면접(6월 22일, 교육능력심사)으로부터 4주 가까이 지나서입니다.

내부 제보로 총장 면접이 미뤄지고 닷새 뒤인 7월 18일, 교무처장 주재의 '교수공채 조정위원회'가 열립니다. 이 자리에서 위원들은 전형 취소와 재심사를 결정합니다.

강민정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당시 회의 결과에는 “심사위원(교수) 1명은 제척 사유에 명백하게 해당하고, 다른 1명은 기타 특별관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담겨 있습니다.

이때 법전원은 채용 지침에 대한 '해석'을 달리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재학 기간이 한 학기라도 겹치면 안 된다”는 취지의 지침을 '같은 해' 입학한 경우로 한정해 해석했다는 것입니다. 교수 회의 결과, 19명 중 17명이 이런 해석에 동의했다고 반론했습니다.

그러나 조정위는 “관련 회의를 했다는 건 과정상 논란을 예상했다고 보이고, 지침을 달리 해석하는 게 아니라 심사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정위는 "심사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재심사를 결정했습니다. (자료: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실)조정위는 "심사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재심사를 결정했습니다. (자료: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실)

■ “위반 소지 알고도 진행” 의혹까지

지침 위반은 뒤늦게 바로잡았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내부에서 추가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심사에 앞서 교무처 등 내부에서 '위반 가능성'을 알렸는데도, 법전원이 전형을 그대로 진행했다는 취지입니다.

익명 제보자 A씨는 JTBC에 “알고 보니 교무처에서 법전원에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자료를 주는 일이 많이 있었다”“(채용 책임자가) 그런 내용을 숨긴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법전원과 교무처 사이, 관련 소통은 계속 있었습니다. 강원대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침 관련 질문과 답변(2월 11일, 교무회의) ▲제척대상 기준 설명(3월 10일, 채용 학과 회의) ▲심사위원-지원자 간 특별관계 확인 요청(6월 13일, 심사 공문) 등이 확인됩니다.


■ 법전원 “충분히 논의, 절차대로 진행”

법전원은 이런 의혹을 정면 반박했습니다. “교수회의에서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쳤고, 공정하고도 합리적인 해석을 하여 결정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법전원장 문병효 교수는 JTBC에 보낸 메일 답변에서 “특정인에게 유리하도록 제척 사유 있는 교수를 일부러 참여시켰다는 악의적인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지침 해석'의 차이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면접 하루 전에도 교무처 보고가 있었지만 제척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당일 문제가 제기되자 교수들 의견을 물었고, 19명 중 17명이 문제없다고 답변해 문제 삼지 않기로 한 사안”이라는 것입니다.

문 교수는 이런 취지의 입장을 지난 7월 조정위에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했습니다. “규정 해석에 대해 교수 다수가 동의해 결정한 사안이니 결정을 존중해달라고 소명했으나, 위원회의 재심사 결정을 받아들여 마무리됐다”고 밝혔습니다.


■ 허술했던 채용 절차 “재발 막아야”

강원대는 관련 감사나 진상조사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전체 교수회의에서 공개 논의하는 등 (법전원이) 제척 사유를 숨기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으며, 면접 전 문제를 인지하고 심사를 무효로 하고 재심사를 진행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관련 지침을 적용하는 건 이번 학기가 처음이라, 혼선이 있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채용 절차가 허술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강원대에서는 지난 1월 디자인학과 명예교수 아들을 교수로 채용했다가, '경력 부풀리기' 등 문제 제기에 합격을 취소한 일도 있었습니다.

관련 내용을 확인한 강민정 의원은 “강원대가 채용 비리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만든 자체 규정까지 위반해 채용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며 “그마저도 구성원들의 문제 제기로 밝혀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국립대는 최고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요구되는 곳인 만큼, 철저한 규정 이행과 조사를 통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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