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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차' 여진 계속…민변 "전형적인 블랙리스트"

입력 2022-10-1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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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차' 그림을 둘러싼 논란의 여진이 오늘(11일)도 계속됐습니다. 문화예술계가 윤석열차 논란을 블랙리스트 사건에 빗대면서 반발하는 시위를 연 건데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관련 논란을 '줌 인'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영화 설국열차의 한 장면입니다. 설국열차는 영화 설정상 꺼지지 않는 엔진으로 영원히 달리는 열차인데요. 최근 윤석열차 논란도 설국열차마냥 멈출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지난주 해당 이슈는 국감장마저 덮쳤는데요. 연휴를 지나면서 논란이 잦아드는 듯했죠. 하지만 사그라진 줄 알았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반발 시위를 연 겁니다.

[권위상/한국작가회의 연대활동위원회 위원장 (유튜브 '건강지인TV') : 절대적 권력자 대통령을 비판할 수 없으면 그거는 독재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정책을 잘 되게끔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하는 것은 문화예술인의 아주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꼬리칸 승객들의 반란이라고 봐야 할까요? 민변도 가세했는데요. 오늘 문체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정부가 지난 보수 정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음성대역) : 문체부 조처는 정권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을 선정했다는 이유로 해당 단체를 일방적으로 정부 지원대상에서 배제하려는 것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를 운영한 문체부가 가까운 역사를 반성하지 않고 블랙리스트 사태를 반복하고 있다.]

논란의 출발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한 문체부의 경고 조치였죠. 진흥원이 윤석열차란 그림을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전시한 점을 문제 삼은 건데요. 정치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건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어긋난다는 논리였습니다.

[박보균/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난 5일) : 이거는 그 학생의 작품을 문제 삼는 게 아닙니다. 왜 순수한 예술적 감수성으로 명성을 쌓은 중고생 만화 공모전을 정치오염 공모전으로 변색시킨 만화진흥원에 대해서 지적을 합니까. {알았어요. 장관님 사고의…}]

윤석열차,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고등부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이죠. 문체부가 학생의 작품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 건 아니라고 전제하긴 했지만요. 윤석열차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본 건 분명한 듯합니다.

이런 정부의 대응, 역효과를 키우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지 말라는 거센 비판에 부딪쳤죠. 이제는 누리꾼들의 집념을 자극하는 단계로 넘어왔는데요.

우물효과, 작품을 만든 원작자의 의도가 어찌 됐든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이 더해지면서 작품의 깊이가 깊어지는 효과를 의미하죠. 누리꾼들이 윤석열차의 깨알 디테일을 집요하게 파고 들면서 우물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림 군데 군데 숨어있는 상징적 도구들을 찾아내면서 암호를 푸는 느낌인데요. 저도 이건 간과했던 부분인데 오른쪽 아래 '윤석열차'라는 제목 옆에 느낌표 비슷한 그림이 보이시죠. 자세히 확대해 보니 그냥 느낌표가 아니라 구두 한 짝입니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었던 지난 2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구둣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습니다. 열차 안에서 구두를 신은 채 맞은편 좌석에 발을 올린 장면이 포착된 건데요.

[고용진/당시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 (2월 14일) : '다리 경련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는 누가 봐도 궁색한 거짓 해명에 불과합니다. 경련이 나서 다리를 올렸다는데, 불편한 구두는 벗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구둣발 논란'의 본질은 공공질서의 기본을 무시한 특권과 예의 없음입니다.]

윤석열차를 그린 학생이 다니는 고등학교의 교감 선생님, 해당 그림은 윤 대통령의 신발 논란에 착안한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윤 대통령, 논란 당시 국민에게 유감을 표명했었죠.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2월 14일) : 국민들께서 원하지 않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저는 맞다고 생각하고, 제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늘 더 유의해 나가도록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윤석열차 논란을 두고는 유감 표명에도 인색한 모습입니다.

[용산 집무실 출근길 (지난 6일) : 그런 문제에 대통령이 언급할 건 아닌 거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차 속 구두 모양 느낌표, 그저 신발 한 짝으로 치부하기엔 심기가 불편했던 듯한데요.

그림 속 미장센을 둘러싼 해석은 이외에도 더 있습니다. 기관차에 매겨진 번호, 2번이죠.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기호 2번을 가리킨 듯한데요. 숫자에 칠한 빨간색도 국민의힘의 상징색입니다. 제목 위에도 빨간색 별이 여러개 그려져 있는데요. '별의 순간을 잡았다'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말에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기차에는 다소 난폭하게 묘사된 검사들이 탑승했는데요. 칼을 높이 치켜들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맞은편에도 똑같은 칼이 보입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드러나지 않게 정치적 뒷조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을 상징한다는 해석을 내놨는데요.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그림 속 검사가 자신을 좀 닮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었죠.

[한동훈/법무부 장관 (2022년 10월 6일) : 어떤 혐오감이라든가 어떤 증오를 느끼는 분도 분명히 있지 않겠습니까? 공격의 의도가 보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김남국/더불어민주당 의원 (2022년 10월 6일) : 혐오라고 하거나 아니면 아프게 받아들인다라고 한다면 오히려 여기서 비판하고자 하는 그 대상이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2022년 10월 6일) : 글쎄요, 저기 보면… 저랑 좀 닮았기도 한데요~]

보다 심오한 작품 해설도 있습니다. 민주당 소속의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 달리는 윤석열차 앞에서 혼비백산하며 뛰어다니는 인물들은 이번 정부의 피해자들이라고 봤습니다. 왼쪽부터 노인, 청년, 베레모를 쓴 군인, 여성인데요. 윤석열 정부에서 관련 정책 예산이 대폭 삭감당한 피해자들이라는 설명입니다. 저멀리 윤석열차가 지나온 자리에서 무너져 내린 고층 건물은 '여성가족부'란 뇌피셜도 덧붙였습니다.

[김성회/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 (페이스북 음성대역 / 지난 8일) : "저 뒤에 무너지고 있는 빌딩을 확대해보면 '여성가족부'가 보인다. 무도한 윤석열차가 이미 여가부는 무너뜨리고 폭주하는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했다."]

이렇게 누리꾼들의 해석놀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공모전의 다른 작품들도 재조명을 받고 있는데요. 이번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수상작 중에는 정치 풍자 만화가 윤석열차 말고도 또 있었습니다. 특별상을 수상한 '겉과 다른 속'이란 작품인데요.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풍자한 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모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었죠.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5일) : 겉과 속이 다릅니다. 누구 말처럼 양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팔고 있다.]

해당 작품은 정치인의 눈 주변을 찢는 것처럼 표현했는데요. 이 역시 과거 형수 욕설 논란으로 이 대표가 얻은 멸칭을 패러디했다는 해석입니다.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 대표를 향한 공격 소재로 활용했던 바 있습니다.

[이준석/당시 국민의힘 대표 (지난해 9월 30일) : 이렇듯 왕놀이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의 가면을 확 찢고 나니, 변학도가 보입니다.]

여기에 과거 공모전에서도 정치 풍자 작품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시기인 2004년이죠. 제5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의 수상작 가운데 한 학생이 그린 '지존'이란 제목의 작품이 있는데요. 이 네 컷짜리 이 만화는 당시 노 대통령을 향한 신랄한 비판 의식이 담겼습니다. 노 전 대통령을 "핵폭탄 맞고도 살맛나는 사람"이라고 비꼰 겁니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 수상작 가운데 정치 풍자 작품이 더러 있었는데 유독 윤석열차만 타깃이 된 건 정부의 이중잣대 때문이란 지적도 나오는데요. 정부는 여전히 윤석열차 논란에 대해서는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이죠. 과연 국민은 윤석열차의 어느 칸에 타고 있는 걸까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설국열차의 한 장면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영화 '설국열차' : 애초부터 나는 앞쪽칸 당신들은 꼬리칸! 제 자리를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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