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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전시…독일 대표 화가 '안젤름 키퍼'의 가을날|아침& 라이프

입력 2022-10-11 08:00 수정 2022-10-1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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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김하은


[앵커]

바쁜 아침이지만 잠시 차 한 잔 마시는 것 같은 여유를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죠. 화요일 아침& 라이프 전시해설가 정우철 도슨트와 함께 오늘(11일) 화제의 전시장으로 떠나보겠습니다. 도슨트님, 안녕하세요.

[정우철 도슨트: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 오시는 길에 많이 춥지 않으셨어요?

[정우철 도슨트: 오늘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졌더라고요.]

[앵커]

오늘 안 그래도 오면서 이제 정말 가을이구나 싶었는데 스튜디오에도 진한 가을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어떤 전시인가요?

[정우철 도슨트: 아마 지금 딱 계절과 어울리는 전시가 될 것 같은데 독일의 국민화가라 불리는 안젤름 키퍼의 전시입니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이란 좀 독특한 제목의 전시인데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에서 영감받아 만든 작품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안젤름 키퍼는 1945년생인데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나은 가장 유명한 작가이자 가장 논쟁적인 화가로 평가받고 있어요. 작품에 나치 정권 등 좀 금기시되는 주제들을 풍자적으로 나타내면서 논쟁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기 때문인데요. 현재는 주제를 조금 더 넓혀서 어떤 예술과 문화 그리고 삶과 죽음, 인간과 우주의 관계 등 좀 더 근원적인 주제로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가을을 주제로 한 회화와 설치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앵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이라는 제목도 눈길이 가고 또 릴케의 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니까 인상이 깊어요. 문학과 그림의 이네요.

[정우철 도슨트: 딱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 분위기가 조금 특이한데요. 주제로 변화와 덧없음 부패와 쇠퇴 그것을 노래하는 시에서 영감받았기 때문에 보고 있으면 조금 서정적인 느낌도 드는 것 같아요.]

[앵커]

이렇게 아까 작가가 작업하는 모습도 잠깐 나왔었잖아요. 그때도 그렇고 이렇게 뒤의 사진을 보면 낙엽이 마치 정말 금방이라도 툭 떨어질 것처럼 살아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정우철 도슨트: 맞아요. 실제로 보면 더 그럴 것 같은데 이 나무 윤곽과 가을빛으로 물은 나뭇잎 그리고 또 떨어지는 낙엽들을 딱 보고 있으면 정말 실제 그 풍경을 보는 느낌이 들어요. 작가는 어느 날 유난히 볕이 좋았을 때 호텔에서 가을날 공원풍경을 보고서 압도당했습니다, 그 색깔과 빛감에. 그래서 바로 카메라를 들고 나간 다음에 사진을 찍으면서 작업을 시작했다고 해요. 작품을 보고 있으면 딱 화면에 나오는 것처럼 조금은 좀 쓸쓸한 느낌도 들고 공허한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왜 우리 가을 탄다는 말 하잖아요. 딱 그 표현과 맞는 작품인 것 같아요.]

[앵커]

그렇네요. 뭔가 씁쓸한 느낌도 나는 것 같고.그런데 이렇게 입체적으로 나뭇잎을 어떻게 표현한 건가요?

[정우철 도슨트: 먼저 굉장히 흥미로운데 물감을 굉장히 두껍게 발랐다는 걸 알 수 있어요.그리고 또 특이한 점은 납과 금박을 사용했다고 해요. 납과 금은 고대로부터 전해진 연금술 과정의 시작과 끝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작가가 특히 좋아하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낙엽을 보면 반짝이는 금박으로 표현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좀 독특한 의미가 있는데 낙엽이라는 건 딱 떨어지고 썩고 사라지면 다시 봄에 새싹을 틔우는 어쩌면 재탄생의 의미로 금박을 썼을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계속 보고 있으면요. 처음에는 좀 씁쓸하고 쓸쓸하다가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봄이 오지 않나 하는 희망도 느껴지기도 합니다.]

[앵커]

제가 아까 처음 봤을 때 뭔가 씁쓸함이 느껴지는 느낌이었거든요. 계속 보면 또 다른 느낌이 들 수도 있겠네요.

[정우철 도슨트: 맞아요.]

[앵커]

그런데 이 철학적인 의미가 좀 많이 들어가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정우철 도슨트: 그래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을 자세히 보면 몇몇 작품에 저렇게 글씨가 써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굉장히 멋있게 나오고 있는데 릴케의 시 가을날에 나오는 구절인데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라는 문장을 새기고 릴케에게 경의를 표했던 겁니다. 저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가가 말하는 집이 없는 사람이란 어떤 물질적인 집이 아니라 마음속 외로움, 마음 둘 곳이 없는 사람들을 표현한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전시장 한복판에 진흙으로 만들어진 진흙벽돌이 쌓여져 있는데요.]

[앵커]

저건 뭔가요?

[정우철 도슨트: 지금 설치하고 있는 모습도 나오잖아요. 진흙 벽돌집처럼 만들어져 있는데 보면 짓다 만 것 같기도 하고 꼭 부서져 있는 느낌도 들어요. 사실은 작가가 태어나던 날 집에 폭격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유년시절에 전쟁으로 폐허가 된 환경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는데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턱없이 부족했던 집에 대한 아픈 경험이기도 한 거죠. 그래서 작가는 이렇게 나무와 낙엽을 그린 회화 작품들 가운데 벽돌집을 놓음으로써 계절이 변하고 순화하는 그 대자연의 흐름과 그 속에 사는 인간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했습니다.]

[앵커]

늘 그렇듯이 설명을 듣고 보면 또 다르게 다가오고 감동이 많이 느껴집니다.

[정우철 도슨트: 맞아요.]

[앵커]

실제로 가까이서 봤을 때 좀 더 이렇게 생동감이 많이 느껴질 것 같은 전시예요.

[정우철 도슨트: 맞아요. 아무래도 이렇게 두께감이 있고 여러 장치를 쓴 회화 작품들은 실제로 봐야만 진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좀 외롭고 쓸쓸하신 분들이 보면 처음에 쓸쓸하다가도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될 것 같아요.]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가을 분위기 정말 제대로 느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정우철 도슨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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