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을 쫓으려고 만든 전기 울타리에 올해 들어서만 5명이 감전돼 숨졌습니다. 조금 더 싸게 만드려다 안타까운 목숨까지 잃게 하는 건데 정부는 이런 불법 전기 울타리가 전국에 얼마나 있는지 파악도 못하고 있습니다.
정영재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7월, 충북 옥천의 한 밭에서 60대 아버지가 쓰러졌습니다.
아버지를 찾으러 나갔던 딸도 함께 쓰러졌고, 두 사람 모두 숨졌습니다.
부녀의 목숨을 앗아간 건 전기 울타리.
220볼트 농업용 전기를 끌어다 만들었는데, 안전장치가 없는 불법 울타리였습니다.
지난달 전북 정읍에서도, 지난 8월 안동과 광주에서도 같은 사고가 났습니다.
최근 석 달 동안 숨진 사람만 5명입니다.
사람이 닿아도 잠깐 동안 전압을 낮춰주는 안전장치, '목책기'가 없었던 겁니다.
[전기울타리 설치업체 관계자 : (목책기는) 딱딱 1초에 한 번씩 튀겨주는 거예요. 가정용 전기는 잡으면 탁 달라붙어서 사람이 죽잖아요.]
관리가 어렵단 이유도 있지만, 결국 돈입니다.
안전장치가 포함된 전기 울타리 400m를 설치하는데는 평균 220만 원이 들어갑니다.
보조금을 받아도 농민이 88만 원을 내야 합니다.
안전장치 없이 만들면 비용이 그 절반도 되지 않다 보니 불법으로 설치하는 겁니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 울타리 165곳을 점검했는데, 불법 시공된 울타리는 8곳이었습니다.
전국에 이런 불법 전기 울타리가 몇 개나 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박대수/국민의힘 의원 : 불법 설치된 시설에 대한 현황부터 파악하고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허술한 관리에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