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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과감한 선택이 운명 바꾼 '가전주부' 최서영

입력 2022-10-01 18:04 수정 2022-10-0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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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영최서영
크리에이터 최서영(37)의 인생은 유튜브 채널 론칭 전과 후로 나뉜다. 본래 직업은 아나운서였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자신과 맞지 않는 옷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입사 5년 만인 2016년 퇴사했다. 퇴사를 결정한 건 도전을 위함이었다. 유튜브 채널을 론칭해야겠다는 결심이 섰기에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약 5년 5개월. 현재 최서영은 37만이 넘는 구독자를 자랑하는 '가전주부'를 통해 PD의 꿈을 이뤘고 론칭 1년 만에 14만 명의 구독자를 돌파한 '말 많은 소녀'를 통해선 작가의 꿈을 이뤘다. 그저 꿈으로만 가지고 있던 일을 현실로 이뤄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최서영은 꿈을 이뤄낸, 성공한 사람 중 하나였다.


-테크 유튜버가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테크 유튜버의 경우 관련 전공자들이 많지는 않더라. 아나운서 시절 자동차 프로그램을 오래 진행했었고 평소 IT나 기기,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다. 주변에서 사용하던 게 오래됐다고 새로 사고 싶다고 하면 상품을 추천해주곤 했다. 신제품이 나오면 사서 써보는 걸 좋아했다. 자동차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쌓인 경험이 자연스럽게 여기로 인도한 것 같다."

-다른 테크 유튜버와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것저것 써보는 걸 좋아하니 품목도 다양하게 소개할 수 있고 일반인의 시선에서 리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구독하는 분들이 공부한다는 느낌보다 편안하게 봐주는 것 같다. 처음엔 사서 쓰다가 좋으면 찍고 그랬는데 나중엔 신제품 사이클을 따라가기 어렵더라. 쉼 없이 나오지 않나. 이야기가 계속 생긴다는 장점이 있어 신제품 사이클을 주시해서 보고 뉴스도 많이 보며 참고하고 있다."

-어떤 부분에 집중해 '가전주부'를 이끌어가고 있나.

"어떤 품목이나 브랜드에 초점을 맞춘다기보다 제품을 나의 관심사에 따라 선정했다. 처음엔 신혼 때라 신혼 가전을 많이 다뤘고 작가를 지망하고 있어서 작가 지망생이 쓰기 좋은 노트북을 선택해 소개했다면, 지금은 크리에이터로 오래 일하다 보니 고사용 컴퓨터 제품 혹은 결혼 7년 차가 되니 가심비 제품이나 프리미엄 라인을 다루게 되더라. 나이에 따라 사용하는 것도 시선도 달라지는 것 같다. 마침 트렌드가 프리미엄화가 되고 있지 않나. 더욱 재밌게 하고 있다."

최서영최서영

-2세가 태어나 엄마가 됐다. '가전주부'에서 육아용품으로도 확장되는 것인가.

"기존 채널을 보던 시청층과 육아 시청층이 같은 듯 다른데 섞이지 않는 게 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은 내가 좋아하는 걸 따라가자고 했다. 앞으로도 IT나 가전제품 위주로 다룰 것 같다. 다만 아이가 생기다 보니 공기청정기나 청소기의 경우 고를 때 더욱 까다로워지더라. 한 번씩 이벤트적으로 하거나 평소 리뷰할 때 그런 관점이 하나 정도 추가되는 것이지 채널의 정체성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일과 육아의 병행이 힘들지는 않나.


"매일 밤 그 부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주변에도 정말 많이 물어본다. 근데 결국엔 잘하는 걸 잘하면 되는 것 같다. 두 개 다 놓치고 싶지 않아서 육아는 부모님에게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고, 일은 회사가 생겨 팀의 도움을 받고 있다. 혼자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내려놨다. 그렇게 했더니 결과가 더 좋은 것 같다. 육아에 대한 절대적 시간은 많이 투입하지 못하지만 양쪽에 팀을 꾸려 아이랑 같이 있는 시간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이미지나인컴즈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이곳에 소속되어 있는 크리에이터 분들의 활동하는 걸 지켜봤는데 밸런스가 좋더라. 크리에이터로서의 핵심 역량이 있지 않나. 기획이나 출연 그런 부분의 퀄리티가 높았다. 서포트가 잘 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워킹맘으로서 필요한 부분이었다. 육아를 하면서도 일을 하는, 둘 다 놓치지 않을 수 있겠다 싶었다. 믿을 만한 누군가가 생긴 것 같아 좋았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아나운서가 됐는데 그 삶을 포기했다.

"아나운서 업무가 딱 맞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좀 달라진 것 같은데 그때 당시 내가 일했던 때엔 아나운서의 경우 출연자로서의 비중이 훨씬 높았다. 출연자로서의 롤 외에 더 많이, 직접 참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PD가 좀 더 잘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 앞으로의 길을 갈 때 갈팡질팡할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새로운 것에 도전하자고 결심하고 퇴사를 했다. 이후에 프리랜서로도 활동하지 않았다. 유튜브 론칭 초반 1년 반 정도 드라마 보조작가를 한 적이 있다. 카메라 뒤 제작진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병행하다 유튜브가 잘 되어 그만두게 됐다."


-유튜브 채널 론칭이 삶의 전환점이 된 것 같다.

"아나운서는 어떻게 보면 내 꿈을 이루는 여정이었고 크리에이터를 시작한 건 자신을 찾는 과정이었다. 배운 대로 그린 그림이 아나운서라면 질서를 깨고 내가 찾은 게 크리에이터였다. 진짜 운이 좋았다. 먼저 시작해서 시행착오는 많았지만 선구자적 위치에 있을 수 있었고 마침 유튜브를 시작할 때쯤 크리에이터가 직업으로 인정받고 직업 자체가 주목을 받을 때라 타이밍이 좋았다."


-시행착오를 겪을 때 어떻게 이겨냈나.

"삶과 일의 밸런스를 맞추는 걸 할 줄 몰랐던 것 같다. 크리에이터로 일하는 게 취미는 아니지 않나. SNS처럼 툭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시간과 일의 조절을 어떻게 하며,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나 그런 고민이 많았다. 참고할 수 있는 예시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만약 실수를 했다면 빨리 수정해서 보완하는 방법을 택했다. 앞으로도 시행착오는 있을 것 같다."

-'말 많은 소녀' 채널은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고 있나.

"'가전주부'와 타겟층이 완전히 다르다. 두 채널 모두 타겟층이 넓은 편에 속한다. 어떤 특정 그룹이 보는 채널은 아니긴 하지만 성별과 연령층이 정반대라고 보면 된다. '가전주부'는 정보 전달을 하는 부분에 중점을 둔다면, '말 많은 소녀'는 내 이야기와 생각들을 풀어내는 채널이다. 기본적으로 구독자들이 유튜버를 닮는다고 하지 않나. 자기 계발에 욕심 많은 사람들이 본다. '이렇게 나를 계발하고 있다' 그런 걸 업데이트해주는 느낌으로 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다."


-구독자들과 나눈 동기부여 메시지들을 기록한 책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를 출간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 책을 낸 이후 일상이 많이 달려졌다. 사실 30곳 이상의 출판사에서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내가 과연 책을 쓸만한 사람인가, 스토리가 너무 평범하지 않나, 매일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그런 사람인데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까 싶었다. 그런데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 출판사 대표님이 유튜브 구독자와는 또 다른 사람들을 책으로 만날 수 있다고 설득해서 도전하게 됐다."

최서영최서영

-다음 책도 출간 계획이 있나.

"첫 번째 책을 쓰면서도 아직 다 얘기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두 번째 책도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출판사에서 지난주에 제안을 해줘서 아마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두 번째 책이 나올 것 같다."

-올해 애플 측에서 초대를 받아 미국에도 다녀왔다고 들었다.

"올해 오프라인 행사를 몇 년 만에 재개했다. 두 번 열었는데 두 번 다 다녀왔다. (애플 CEO) 팀쿡을 보고 봤다. 보고 있으면서도 '내가 정말 팀쿡을 보고 있는 건가'란 생각이 들고, 몇 천 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IT 유튜버들 보면서 나도 좀 더 잘해야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트렌드의 정점에 있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고 사진도 다 찍어주고 인터뷰도 다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 문화가 좀 열려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퇴사 후 유튜브를 론칭할 것인가.

"유튜브를 안 했으면 생기지 않았을 일들이 생긴 것이지 않나. 다시 돌아가도 무조건 한다. 힘들고 쉽지 않은 날이 있었지만 무조건 다시 할 것 같다."

-언제 가장 뿌듯함을 느끼나.

"원래 영상이나 카메라 이런 걸 전혀 다룰 줄 몰랐다. 근데 요즘 엄청 잘 찍는다. 스킬이 늘더라. 테크 IT 지식도 브랜드랑 접촉을 많이 하면서 전문 지식이 많이 쌓이고 시야도 넓어졌다. 마케팅 업체와 소통을 많이 하면서 사회생활 스킬도 업 됐다. 크리에이터 자체보다 일하면서 발전하는 내 모습을 볼 때 뿌듯하다. 비교적 다양한 걸 경험해볼 수 있고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들이 감사하다."


-구독자들이 직접 질문을 보내왔다. 포기하고 싶을 때 일으켜준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더라.

"체력적으로 몰아붙이니 번아웃이 자주 오더라.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귀인이 있었다. 가장 큰 원동력은 남편과 부모님, 시부모님이다. 서포트를 많이 해주신다. 가족들한테 힘을 많이 받고 있다. 두 번째는 유튜브를 하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의 폭이 넓은데, 어느 특정 분야에서 잘하고 있는 분들이 영감을 주곤 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 김미경 대표님을 만났는데 '아기 낳고 왜 못 해. 이거 안 하면 뭐 할 건데?'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이런 한마디 한마디가 힘이 된다. 임신했을 때는 앞서간 워킹맘들이 힘이 됐다. 그만두고 싶을 때 그런 식으로 내게 영감을 준 분들을 만나 좋은 얘기를 듣고 극복하는 편이다."


-두 번째 구독자 질문이다. 가전을 좋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누구나 소비가 몰리는 분야가 있지 않나. 난 다른 분야에 관심이 없고 전자 제품을 쓰면 삶이 편해지는 경험을 하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늘 새로운 기술이 나오지 않나.(웃음)"


-앞으로의 목표는.

"좀 더 직업인으로서 길게 갈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좀 더 직업적인 느낌으로 가고 싶다. 함께하는 팀에게 안정감이나 이 일을 해야 하는 장기적 비전을 주고 싶다. 다른 목표로는 크리에이터로의 삶을 꿈꾸거나 하는 분들을 지원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뭔지 안 정했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이든 멀리 있는 사람이든 함께 성장해나가고 싶다. 그게 나의 사명인 것 같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박세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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