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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리남' 박해수 "'식사 잘 잡쉈어?' 더 유행했으면"

입력 2022-09-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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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수박해수
배우 박해수(40)가 '수리남'을 통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와 여섯 번째 인연을 맺었다.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사냥의 시간' '야차' '페르소나'까지 그 활약이 대단해 일명 '넷플릭스 공무원'이란 애칭까지 붙었다. "넷플릭스만을 고집하는 건 아니다. 나조차도 작품 했던 것들이 라이브러리에 들어간 것처럼 넷플릭스에 있는 게 신기하다"란 반응을 보였다.


'수리남'은 지난 9일 공개 이후 전 세계 순위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박해수는 극 중 수년간 추적해온 황정민(전요환)을 잡기 위해 마지막 강수를 뛰운 국정원 미주지부 남미 팀장 최창호 역으로 분했다. 검거를 위한 최후의 방법으로 민간인 하정우(강인구)에게 도움을 청하고 스스로도 국제 무역상 구상만으로 신분을 위장해 하정우의 사업 파트너로서 황정민에게 접근하는 인물이다.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두 얼굴을 지닌 국정원 요원으로 변신한 박해수의 연기 변신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최근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 참석했다.

"갈 때 여러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감독님, 제작 PD님, 제작사 대표님, 배우들 모두 1년 동안 엄청 열심히 달려왔다. 마지막 비행기는 아니겠지만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 비행이 에미상이 돼 뜻깊었던 것 같다."

-수상에 불발해 아쉽지는 않았나.

"(에미상에) 가서 정말 많은 분을 만났다. 에미상 전 파티와 후 파티, 전전날 파티 등 규모 면에서 남다르더라. 사진만 엄청 찍어댔다. 사실 수상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고 갔다. 좋은 배우들과 함께 갈 수 있어 너무 감사했는데 떠나기 전날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그래도 (후보로 올라) 가는데 수상 소감을 준비하라고 하더라. 알겠다고 했는데 어머니가 손 편지를 적어줬다. 네가 알아서 번역해 가져 가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무대에 올라가면 꼭 하겠다고 했다. 받으면 꺼내서 읽으려고 턱시도 안 주머니에 넣어뒀었다."

-'오징어 게임' 시즌1에서 죽었다. 시즌2 출연에 대한 욕심은 없나.

"감독님께 '저희는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어봤는데 대답을 쉽게 못하더라.(웃음) 죽은 게 안타깝다고만 했다. 새로운 인물들을 계속 생각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조상훈은 마지막에 잘 퇴장한 것 같다. 살아남았으면 작품 자체가 여기까지 안 왔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많은 시청자들이 사랑해준 캐릭터라 서비스로 (감독님이) 넣어줄지 모르겠다. 기대는 하고 있다."

-'수리남'에 대한 세계적 반응도 뜨겁더라.

"공개되는 날 비행기 안이었는데 가서 오픈한 지 하루, 이틀 됐을 때부터 관계자들이 물어보더라. 한국에 있는 최고 배우들이 연기한 작품이라고 많이 보게 될 거라고 자신 있게 얘기했었다."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후배 정) 호연이도 잘 봤다고 해줬고, 황동혁 감독님과 김지연 대표님도 잘 봤다고 해줬다. '수리남' 덕분에 근래에 연락 끊겼던 분들에게 연락이 많이 왔다. 문자가 다 '식사 잡쉈냐'다. 그래도 정감이 있지 않나."

-대사 '식사 잘 잡쉈어?'가 유행어가 됐다.

"더 크게 유행했으면 좋겠다. 작품 할 때는 평소에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고 그렇게까지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유행어가 될지 몰랐다. 감독님이 편집하면서 캐릭터들을 살리려고 그렇게 한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면 주로 하는 말이 '밥 먹었어?' '식사 잡쉈어?' 이런 말이 아닌가. 처음부터 입에 착착 붙더라. 캐릭터를 소화하며 재밌었다."

-데뷔 처음으로 극 중 1인 2역을 소화했다.

"최창호랑 구상만이랑 캐릭터를 구분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어차피 한 인물이고 1인 2역을 엄청나게 잘하는 국정원 요원은 아니지 않나. 구상만이 무역상에 가까운 정도의 모습만 있는 것이지 캐릭터 자체를 활발하고 밝은 친구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내게 내재되어 있는 장난스러움을 표현하려고 했다. 의상 콘셉트도 회의를 정말 많이 했다. 너무 과하면 의심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최창호를 할 땐 국정원 요원스럽게, 구상만은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다."

-작품을 소화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개인적인 걱정이자 숙제가 1~6부 전화 신을 두 번으로 나눠 찍을 때 긴장감 유지였다. 선배님들이 어떻게 연기할지 알 수 없고, 황정민 선배가 어느 정도로 올라갈지 모르겠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감독님과 찍었다. 결론적으로 작품 나올 때까지 나만 동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전화 신에서 갈등 구조가 안 생기면 어떻게 하나였다. 감독님께 '잘 묻어갔나요?'란 걸 많이 물었는데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얘기해줘 마음을 좀 놨다. 근데 구상만 옷 입고 현장에 촬영하러 가면 해방감이 들어 더 재밌게 놀았던 것 같다."

-실존 인물이라고 들었다. 연기할 때 집중하고자 했던 포인트가 있나.

"실존 인물이지만 그분을 만날 수 없었고 만나서도 안 됐다. 그땐 그분에게 가족이 없었던 것 같다. 가족과 관련한 전사는 아무것도 잡지 않았다. 오랜 시간 전요환을 잡기 위해 쫓았는데 이게 국가에 대한 사명감인지 욕심인지 혼동되는 게 있었다. 개인적으로 집착이란 걸 가지고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다. 국가에 대한 헌신만을 위해 일하지는 않았을 것 같고 자신의 책임감과 전요환을 잡으려는 집착이 있었을 것 같았다."

박해수박해수
-연기하며 답답했던 지점이 있나.

"근데 사실 최창호가 하는 말 대부분이 '위험하면 미 대사관으로 가세요'다. 궁금했다. 막상 나는 못 들어가고 우리 요원들은 얼굴이 노출돼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 민간인을 이용하는 방법뿐인데 할 수 있는 말은 '미 대사관으로 가세요'뿐이었다. 그 대사는 답답했다. 실제 최창호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어떻게 보면 최창호가 강인구를 실제 투입시킨 이후에 가장 갈등이 고조되는 부분들이 강인구가 전요환과 손잡으면 어떻게 되는지의 고민들이다. 그런 갈등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연기하며 그 부분을 가장 예민하고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윤종빈 감독이 도미니카에서 촬영할 때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많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공항에 도착했는데 호텔에 있는 직원들이 네 사인받으려고 엄청 기다렸다고 하더라. 덕분에 서비스를 좀 더 받았던 것 같다. 거기서도 (유) 연석이의 인기가 정말 많았다. 연석이는 짧게 있다가 갔고 난 좀 더 오래 있었는데 이곳까지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있는 것도 신기했고 기다려주며 손 흔들어주는 것도 신기했다."

-촬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난 한 달 정도 있었고 (황정민, 하정우, 조우진) 선배들은 두 달 정도 있었다. 브라질에 있어야 하는 인물이니까 태닝을 열심히 하고 갔는데 스태프, 감독님, 형들 모두 시커멓더라. 현지 사람 같았다.(웃음) 도미니카에선 음식이 입맛에 안 맞아 힘들었는데 조우진 선배가 방으로 초대했다. 선배 아내분이 거기 있는 재료로 오이무침, 가지무침, 된장국을 해줬는데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윤종빈 감독이 고전적인 미남이라고 칭찬하더라.

"술자리에서 '네 얼굴이 참 좋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디렉션을 많이 주고 그럴 줄 알았는데 작품 촬영하는 내내 수월하게 하더라. 역시 선수는 힘을 빼고 촬영하는구나 했다. 연기적인 것보다 현장에서 흐름이 너무 부드럽게 진행되니 좋았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이나 '군도'를 보면서 얼마나 치멸하게 찍었을까 싶었는데 부드럽게 진행되는 걸 보고 놀랐다. 현장이 그만큼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으니 배우들은 묻어가면 됐다."

-해외 촬영이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많았을 것 같다.

"너무 재밌었다. 끝나고 같이 밥 먹고 숙소에 가서 한 잔 하고 그대로 또 촬영에 가고 그랬다. 윤종빈 감독님이 배우들의 상태나 관리를 잘해주는 것 같다. 준비하는 과정을 미리 PD 님들과 얘기해서 건강한 상태를 유지시켜주는 것 같다. 힘든 상황에도 배우들은 시원하게, 안전한 곳에서 할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들어주더라. 특급 대우를 받았다."

-선배 하정우와의 만남은 어땠나.

"워낙 팬이었다. 장난기가 많은 줄은 알았지만 실제로 옆에서 너무 당했다.(웃음) 엉덩이를 꼬집고 계속 촬영했다. 형님이 좀 진지하게 웃긴 유머들을 많이 한다. 그런 걸 내가 또 잘 받아치는 것 같다. 피식피식 웃으면서 계속 촬영했다."

-선배 황정민은 어떤 배우였나.

"선배는 대사를 녹음하고 현장에서 계속 들으며 연습했다. 대본도 필사해서 계속 준비했다. 정말 끊임없이 연구하고 성장하는 선배라고 생각했다.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공연 때도 많이 봐서 알고는 있었는데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쓰면서 다시금 재생시키는 능력도 있는 것 같다. 카리스마와 에너지는 그야말로 대단하다."

-극 중 황정민과 대면하는 신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손이 떨렸다. 담배가 떨리더라.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그 신이 그렇게 나온 것 같다. 극복하려 노력했고, 최창호도 그걸 극복하려 노력한 에너지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더 강한 에너지로 선배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약간 눈 색이 변하더라. 그 모습에 소름이 싹 돋는 느낌이 있었다. 덕분에 긴장감이 살았던 것 같다.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 글로벌한 소재의 작품인가 아닌가를 보는 편인가.

"대본을 보면서 앞으로 내가 해야 할 방향성에 대해선 변화가 없는데 쓰는 작가님들의 방향성이 다방향이 됐다는 걸 느끼고 있다. 내가 그렇게 선택하지 않아도 작품 자체가 글로벌하게 변했다. 결국 나중에 돌아오는 건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본성, 심리, 갈등 등 말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떤 글로벌한 소재나 감독을 기준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먹힌다고 생각한다. '수리남'도 '오징어 게임'도 인간의 믿음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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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공무원'이란 별명이 있다.

"소극장에서 한 관객을 위해 연기했다. 가장 공개되지 않고 가장 작가주의적인 공연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넷플릭스라는 전 세계 시청자를 가진 곳에서 일하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연결해주는 고리를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일부러 넷플릭스 작품만을 하는 건 절대 아니다. 여기저기서 말해 오해를 받고 있다. 내가 참여한 많은 작품들이 시대에 따라 넷플릭스로 넘어온 게 많았다. 작품 했던 것들이 거의 라이브러리에 들어간 것처럼 넷플릭스에 있는 게 나 역시 신기하다."

-할리우드 에이전시 UTA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미국 가서도 에이전시와 얘길 많이 나눴다. 창을 열어뒀다. 언어적인 부분에 있어 많이 부족하니 준비를 해야 한다. 근데 미국에서 언어를 완벽하게 하는 한국인을 원하지는 않더라. 영어를 쓸 수 있는 한국인 캐릭터를 원하는 것 같다. 여러 작품이 예전에 들어왔었고 봤는데 언어에 대한 해석을 해줘도 뉘앙스를 모르니 어려워 고사했던 부분이 있었다. 지금 보고 있는 작품이 하나 있는데 외국 배우와 감독, 그리고 내가 그곳에 들어가서 함께 할 수 있는 걸 구상하는 것 같다. 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의 문을 열어놓고 있는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잘하고 싶다."

-올 하반기 계획은.

"지금 영화 '대홍수' 촬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후 어떤 작품을 할지 정해놓지는 않았다. 12월 정도에 촬영이 끝날 것 같은데 연말엔 육아에 좀 더 집중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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