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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탄원서에 '윤 대통령=신군부'…권은희, 이준석과 같은 입장?

입력 2022-08-2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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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법원에 보낸 자필 탄원서가 공개됐습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신군부'에 빗대며 정면 비판했는데요. 사법부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인데, 당내에선 '금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당 윤리위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를 미뤘지만, 징계개시 명단에 권은희 의원이 포함됐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법원에 가처분신청서만 낸 게 아니었습니다. 자필로 쓴 A4 용지 4장 분량의 탄원서도 제출했습니다. 여기서도 윤석열 대통령을 '절대자'라고 표현하며 직격했는데요. 1980년 '서울의 봄'을 언급하면서 신군부, 즉 전두환 노태우 정부에 빗댄 겁니다. "이 사태를 주도한 절대자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히지 않는다면 비상계엄 확대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비상상황에 대한 선포권을 더욱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취한 비대위 전환 절차는 대통령 휴가기간에 마치 군사작전처럼 진행됐다"고도 했는데요. 이 전 대표, 처음부터 당의 '비상상황 선포'를 이렇게 표현했었죠.

[이준석/당시 국민의힘 대표 (지난 13일) :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군인들이 계엄을 확대하고 자신들과 뜻이 다른 정치 지도자들에게 사법적 살인을 하고 급기야는 총구를 국민에게까지 겨누는 아픔이 모두 의도된 비상사태 선언에서 나왔습니다.]

탄원서엔 주호영 비대위원장과 김기현 의원의 이름도 등장합니다. 두 사람이 '기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도 어떤 절대자가 면책특권을 부여한 거라고 주장했는데요. 두 사람 모두 판사 출신이죠. '후배 판사들을 장외에서 압박하고 있다'고도 표현했었는데 그 뒤엔 윤 대통령이 있다고 해석한 겁니다. 이른바 '윤핵관'으로부터 당 대표 자진 사퇴를 제안받았단 얘기도 적었습니다. 윤리위원회의 징계절차와 경찰수사를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로도 몇군데 다녀오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는데요. 경찰 수사를 정리한다,라,, 이 전 대표, 이런 제안 자체가 모멸적이라, 한 마디로 거절했다고 했습니다.

[이준석/당시 국민의힘 대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난 16일) : 저는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이런 것들을 협의한다는 것 자체가 오해를 사기 딱 좋고 기본적으로 신뢰관계가 없기 때문에…]

감정이 담긴 표현도 있었습니다. "대통령과 기득권 주류에게 정치적 압박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여당을 만드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면서 사법부가 바로 잡아달라 호소한 겁니다. 이 전 대표의 자필 탄원서, 알려진대로 악필이었지만 거의 수정없이 긴 글을 써내려갔습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음성대역) : 저는 정치를 하면 덩어리의 크고 작음에 따라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신념과 원칙을 지킨 사람이 이기는 결말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저도 정치를 하면서 언젠가는 현실과의 타협이나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을 더 받아들일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날이 오늘은 아닙니다.]

대통령실은 이 탄원서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독재자가 된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당 내부에선 금도를 넘어섰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 전 대표는 여권의 반응을 담은 기사를 공유하며 '셀프 유출, 셀프 격앙'이라고 깎아내렸습니다. 이 탄원서를 공개한 건 본인이 아니라 당이었다는 겁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음성대역) : '도 넘었다 격앙' 기사 내려고 법원에 낸 자필 편지를 유출하고 셀프 격앙까지 하는군요. '열람용'이라고 뒤에 나오는 것 보면 확실하네요. 그리고 위아래에 누가 열람했는지는 이미지 크롭해서 잘라내고. 셀프 유출 후에 셀프 격앙. 중간에는 셀프 쿨척.]

탄원서를 받아본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어떻게 판단할지 더 궁금해지는데요.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 남부지법은 다음 주 이후 결정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결정을 미룬 건데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얽힌 문제를 사법부가 판단한다, 고심이 깊어보입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과 본인의 관계, 검투사와 황제에 빗댔는데요.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황제가 검투사 막시무스의 대중적 인기를 잠재우려고 대결에 나섰고, 자신이 없으니 경기 시작 전에 검투사를 칼로 찔렀다고 한 겁니다. 바로 이 장면인데요.

이 전 대표는 스스로를 황제에 맞서는 영웅 검투사에 빗댔지만요. 연일 이 전 대표를 찌르고 있는 사람이 있죠.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이 전 대표를 향해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장예찬/청년재단 이사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사가 되고 방송에 나갈 수 있고 그런 점으로 충분히 혜택을 받은 우리가 희생자, 피해자 코스프레 안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좀 드리고 싶었던 거예요.]

장 이사장은 이른바 '윤핵관'을 대신해 이 전 대표와 '이핵관'과의 전면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핵관'을 향해선 '엄카' 정치인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엄카'는 엄마 카드의 준말이죠.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한가한 청년들 이란 뜻을 담은 '여의도 2시 청년'이라고 표현한 건 순화된 거였다면서, 한층 독한 말로 비판한 겁니다.

[장예찬/청년재단 이사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자기가 땀 흘려서 번 돈으로 우리 국가에 세금을 내고 기여하면서 그 와중에 느낀 여러 가지 고충들을 가지고 정치를 해야 되는 게 저는 건전한 청년정치의 모델이라고 생각하는데 엄카로 정치하는 일종의 문화가 과연 이 동년배 청년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가.]

출구없는 당내 갈등,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한번 품으면서 해결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관련 소식 들어가서 얘기해보고요. 국민의힘은 연일 말폭탄을 터뜨리는 이 전 대표를 한번 더 징계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요. 어제 윤리위에선 논의가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이 전 대표를 겨냥한 듯한 경고발언은 또 나왔습니다.

[이양희/국민의힘 윤리위원장 (어제) : 이준석 당원 등에 대한 신고 건에 대해 오늘은 논의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최근 수해 복구 당시 김성원 의원 외에도 다수의 주요 당직자…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드렸기에 앞으로 언행에 신중을 기할 것을 강력히 경고합니다.]

'오늘은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는 표현, 곧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들리죠. 이 전 대표의 제명을 촉구한 강신업 변호사는 오늘도 제명과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요. 당내에선 추가 징계를 할 경우 이 전 대표가 동정표만 받을 거란 얘기도 나왔습니다.

[김영우/전 국민의힘 의원 (KBS '주진우 라이브' / 어제) : 지금에 와가지고 전당대회 출마를 또 막겠다고 추가 징계를 하면은 그건 제가 볼 때는 뭐 박수 못 받을 걸요. 오히려 이준석 전 대표에게 괜히 또 동정, 동정하는 여론이 또 일어날지도 몰라요.]

대신 윤리위는 김성원 김희국 권은희 의원에 대한 징계를 개시했습니다. 수해현장에서 '비 좀 왔으면 좋겠다'고 한 김성원 의원, 쪼개기 후원으로 기소까지 된 김희국 의원의 징계 논의는 예상됐던 부분이죠. 하지만 경찰국 신설을 비판한 권은희 의원의 경우는 의외였습니다. 권 의원,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외압을 폭로했던 경찰 출신이죠.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신설을 비판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을 주장했습니다. 민주당과 궤를 같이 하는 주장입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지난 3일) : 정부 조직법에 없는 경찰국을 만들겠다, 이런 것들을 포함해서 강력한 탄핵 발의라든지 이런 걸 좀 해야 된다는 생각인데 우리 박 후보님 의견은 좀 어떠신가요?]

권 의원,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의 합당으로 국민의힘에 속하게 됐지만, 원하지 않는다, 제명해달라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죠. 하지만 의원총회에서 불허됐습니다. 권 의원은 징계를 하더라도 경찰국 신설은 위헌, 위법 사항이라며 뜻을 굽힐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요. 권 의원의 징계, 당론과 다른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민주당에서 징계를 받았던 금태섭 전 의원의 사례와 거의 유사하죠. 검찰 출신인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의 '공수처 설치' 당론에 여러차례 반대 의견을 냈고, 결국 본회의에서 '기권' 표결을 했습니다. 당론과 양심 중 어느 것이 먼저냐, 논쟁이 불거졌었는데요.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천하람/국민의힘 혁신위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우리 당이 입만 열면 자유를 부르짖는 정당 아니겠습니까? 특히 또 저희 대통령께서도 굉장히 자유를 강조하고 계시고. 저는 이런 윤리위의 결정을 보면 윤리위가 오히려 반윤 아닌가. 우리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 중시 기조에서 벗어나있는 윤리위부터 오히려 저는 바로잡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당시 금 전 의원을 징계한 민주당을 정면으로 비판했었는데요. 공교롭게도 비판의 일성을 날렸던 그때 원내대표가 지금의 주호영 비대위원장입니다.

[주호영/당시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2020년 6월 2일) :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소신 표결을 하였다 그래서 공천도 받지 못하고 징계까지 당했습니다. 민주당은 민주화 세력이라고 주장을 하면서 독재와 싸웠던 것이 아니고 독재가 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뼈아픈 지적을 새겨듣기 바랍니다.]

권 의원과 금 전 의원의 사례,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할 정당이 내부의 다른 목소리에 대해선 정치적 관용을 베풀지 못하는 사례라고 할까요. 권 의원은 윤리위가 아니라 '윤리 참칭위'라며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권은희/국민의힘 의원 (음성대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국회의원의 헌법과 양심에 따른 국회 활동을 징계대상화하였습니다. 윤리참칭위원회가 되어 정당정치를 희화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미 윤리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힘 인사도 있죠. 다름 아닌 이준석 전 대표입니다. 이 전 대표와 권 의원은 후보 단일화와 합당 국면에선 '톰과 제리' 못지 않은 날선 신경전을 벌였었는데요. 지금은 윤리위에 대한 같은 입장을 공유하는 셈이 됐습니다. 역시 정치는 생물인 듯합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정식으로 법원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요. 가처분 신청 결과도, 또 이 갈등의 끝도 어떻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오늘 발제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이준석 '윤 대통령=신군부'…권은희, 이준석과 같은 입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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