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초대 경찰국장인 김순호 치안감의 이른바 '프락치 의혹'이 더 커졌습니다. 1980년대, 경찰에 특채될 때 전문성도 없었다는 지적에 김 국장은 "학위는 없었지만 '주사파'로 오래 활동했다". 그러니까 '주사파'의 전문지식으로 경찰에 들어갔다고 답했습니다. '프락치 의혹'을 부인할 뿐 아니라 활동했던 자료도 '기밀'이라 구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국가기록원에 남은 정보원 활동 자료는 본인이 요청하면 공개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임지수 기자입니다.
[기자]
1983년 8월 경북대 수의학과 2학년이었던 조종주 씨는 학교 앞에서 붙잡혀 군에 끌려갔습니다.
의식화 서적을 읽고 선후배들과 모임을 가졌다는 이유였습니다.
[조종주/강제징집·녹화공작 진실규명위 사무처장 : 집에서는 행방불명됐다고 해서 난리가 났죠. 군대를 사설 감옥화해서…]
당시 보안사는 운동권 학생들을 강제로 군으로 끌고 간 뒤, 학교나 학회에 다시 침투시켜 첩보를 모아오게 했습니다.
이른바 '녹화사업'으로 거칠게 저항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도 있었습니다.
[조종주/강제징집·녹화공작 진실규명위 사무처장 : 자기 자신과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분도 계시고. (활동)해놓고도 부끄러워서 평생 동안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거든요.]
김순호 경찰국장도 조씨처럼 1983년 군에 끌려갔습니다.
제대 후 1988년엔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에 부천지부 지역장을 맡았는데 이듬해 4월 동료들과 연락을 끊고 사라졌습니다.
그즈음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인노회는 15명이 구속되며 공중분해 됐습니다.
넉 달 뒤 김 국장은 특채로 경찰이 됐습니다.
[조종주/강제징집·녹화공작 진실규명위 사무처장 : 거주지 그 외의 활동 내용 이런 걸 다 이미 경찰서에서 다 알고 있어서 엄청 당황했다. '김순호 씨밖에 없다'라고 사람들이 짐작을 했었고.]
국가기록원은 지난 2000년 보안사로부터 녹화공작 자료를 모두 건네받았습니다.
김 국장 자료도 포함돼있습니다.
가족 관계부터 활동 내역까지 치밀한 감시로 얻어낸 세세한 정보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겁니다.
김 국장은 그동안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정보공개법에 따라 해당 자료는 당사자 정보공개청구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김 국장은 "나도 피해자로서 피해 회복과 의혹 해소를 해야 한다"면서도 의혹이 과열될 것이 우려된단 취지로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자료를 공개하면 왜 의혹이 과열될 수가 있느냐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습니다.
(영상디자인 : 최수진·김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