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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병원 뇌출혈 간호사 사망, 본질 봐달라" 현직 신경외과 교수의 호소

입력 2022-08-04 10:43 수정 2022-08-0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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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자료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서울아산병원. 〈자료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지난달 24일 서울 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뒤 같은 병원에 수술 가능한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국내 '빅5'로 꼽히는 병원에서 응급수술할 뇌혈관외과의가 자리를 비웠다는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현직 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사건의 본질은 우리나라 빅5 병원에 뇌혈관외과 교수가 기껏해야 2~3명이 전부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뇌혈관외과) 교수는 어제(3일) 유튜브 댓글을 통해 "아산병원 현직 간호사분이 그것도 근무 중에 쓰러졌는데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해 수술했으나 사망했다는 사실 자체는 매우 안타깝고 충격적인 일"이라며 "그 큰 병원에 수술 집도할 의사가 학회, 지방 출장으로 부재중인데 공분해 의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이 많아 나이 50대 중반의 뇌혈관외과 교수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말씀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방 교수는 "본질은 우리나라 빅5 병원에 뇌혈관외과 교수는 기껏해야 2~3명이 전부라는 현실이며 큰 아산병원도 뇌혈관외과 교수는 2명밖에 없어 밤에 국민들이 뇌출혈로 급히 병원을 찾았을 때 실력 있는 뇌혈관 의사가 날밤을 새우고 수술하러 나올 수 있는 병원이 전국에 거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고 당일 한 분은 해외 학회 참석 중이셨고 또 한 분 은 지방 출장 중이셔서 뇌혈관외과 교수가 아닌, 뇌혈관 내시술 전문 교수가 어떻게든 환자를 살려보려고 색전술로 최대한 노력했지만, 결국 출혈 부위를 막을 수 없었고 머리 여는 개두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병원에 없어 환자를 살려보려고 수소문해 서울대병원에서 수술하게 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그 큰 아산병원에서 뇌혈관외과 교수 2명이 365일을 퐁당퐁당 당직 서서 근무했다"면서 "나이 50 넘어서까지 인생을 바치며 과로하면서 근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뇌혈관외과) 교수. 〈사진=분당서울대병원 홈페이지 캡처〉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뇌혈관외과) 교수. 〈사진=분당서울대병원 홈페이지 캡처〉
방 교수는 "뇌혈관 수술 분야는 위험도와 중증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의료 수가로 인해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다"면서 "그나마 뇌혈관외과의사를 전임의까지 트레이닝시켜 양성하면 대부분 머리 열고 수술하지 않는, 내혈관내시술 의사의 길을 선택한다. 40대 이상의 실력 있는 뇌혈관외과의사는 고갈돼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사건으로 인해 또 누구 책임자를 처벌하고 끝내는 식이 아니라, 뇌혈관외과 의사를 보호하고 실력 있는 후학을 양성할 제도 개선이 근본 대책"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방 교수는 또 "한국 의료 접근성과 시스템이 좋은 것은 사실 의료인들의 노력과 희생의 결과라는 것을 알아달라"고도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아산병원 직원이 지난달 31일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일이 의료인력 부족 등 의료환경 문제로 공론화하자 진상조사를 예고했습니다.

병원 측은 당시 뇌출혈 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의사 2명은 휴가 중이었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으로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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