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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닥터로이어' 장서연, 잘 자란 '엄친딸' 넘어 홀로서기

입력 2022-07-2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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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연장서연
신선한 마스크에 숨죽인 절절한 연기가 압권이었다.

배우 장서연(27)이 MBC 금토극 '닥터로이어'를 통해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었다. 극 중 장서연은 반석병원 의료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아이돌 연습생 길소연 역으로 분했다. 미성의 보이스로 메인보컬 자리를 꿰차고 데뷔조까지 합류했지만 의료사고로 한순간에 꿈을 잃은 10대 소녀로 심금을 울렸다. 지난 2016년 연기를 시작한 후 6년 만에 제 몫을 드러낼 수 있는 역할을 만났다. 장서연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귀한 작품"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10대 시절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거친 그는 경험을 밑바탕에 깔고 길소연 캐릭터에 몰입했다. 또 다른 이력이 눈길을 끌었다. 바로 고려대학교 생명공학과 국제학을 복수 전공한 재원이었던 것. 같은 대학의 대학원 석사 수료까지 공부와 꿈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고 달려온 그간의 시간이 돋보였다.

-'닥터로이어'가 공식적인 필모그래피를 장식한 첫 작품이었다.

"조금씩 단역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던 중 나의 공식적인 첫 작품으로 나왔다. 방영 전까지 긴장도 많이 됐고 허스키한 쉰 목소리가 방송에선 어떻게 나올지 걱정됐다. 처음엔 차라리 안 나왔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고민이 많았다. 보다 보니 드라마가 너무 재밌어서 시청자로서 그냥 빠져서 봤다."

-주변에선 어떤 반응을 보였나.

"엄마가 방송할 때 같이 봤는데 친구분들과 연락하면서 자랑하더라. 그거 자체로 내겐 굉장히 큰 의미였다. 효도하는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께서도 손녀가 방송에 나오는 걸 보고 너무 좋아했다."

-베테랑 선배들과의 연기가 부담되지 않았나.

"부담감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법정신 자체가 첫 세트신이었다. 출연한 배우분들도 많고 긴장도 됐지만 그 신 자체가 긴장을 해야 하는 장면이라서 오히려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리고 선배님들이 워낙 잘 챙겨줬다. 소지섭 선배님 같은 경우 법정신에서 연기 팁을 많이 줬다. '좋은 선배란 이런 거구나!' 기준점을 세워줬다. 공부가 많이 됐다."

-소지섭 씨가 같은 소속사 선배이기도 하지만 촬영장에서 만났을 땐 이전과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다.

"극 중 이한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든든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든든했다. 덕분에 연기 집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어른으로서 배우로서 선배로서 든든했다. 회사에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해주는데 현장에서 오히려 더 많이 챙겨줬다. 후배 입장에서 긴장을 많이 할 거라는 걸 잘 알아서 배려를 많이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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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이돌 연습생 출신(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이라고 들었다.

"처음부터 배우의 꿈은 가지고 있었지만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먼저 시작하게 됐다. 10대 때 3년 정도 아이돌 연습생 시절을 거치고 나서 배우의 길을 계속 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배우 회사에 들어오게 됐다. 단역으로 혼자서 활동을 조금씩 했는데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지금의 소속사를 만나서부터다."

-실제 경험이 깔려 있어 길소연의 생활에 더욱 공감했겠다.

"연습생들은 하루하루를 정말 치열한 경쟁 속 산다. 내가 데뷔조로 확정된 적은 없지만 주변에서 많이 봤고 그 기분이 어떤지 공감할 수 있었는데 그 꿈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아프더라. 가수를 하겠다는 목표 하나로 달려왔는데 사라졌다는 게 소연이로서는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연기로 표현하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소연이라는 캐릭터가 목소리도 잃고 각성도 경험하고 데뷔조까지 갔는데 탈락되지 않나.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인물이라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웠다. 어떻게 하면 공감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나중엔 그냥 공감을 못하겠다 공부를 많이 해서라도 이해해보자고 생각했다. 준비 과정은 어려웠지만 연기하면서는 재밌었다."

-극 중 노래는 직접 소화했나.

"예술중학교를 나왔다. 무용을 전공했어서 방송 댄스에 좀 더 자신이 있었는데 이 작품에선 노래를 해야 했다. 노래가 쉽지 않았다.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했어도 이젠 10년 전 얘기라.(웃음) 내겐 굉장히 용기가 필요했던 장면이다. 연습할 때도 쉽지 않았다. 회사 사무실에 밤마다 연습하러 갔었다. 처음엔 민망하고 부끄러웠는데 이런 생각으로 있다간 현장에 가서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낮 시간에 가서 연습했다. 회사 실장님들 옆에서 연습했는데 처음엔 반응해주다가 나중엔 안 해주더라."

-'닥터로이어'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나.

"지난 10년(연습생 생활 포함)의 시간이 담긴 소중하고 귀한 작품이다. 소연이란 캐릭터가 욕심이 났고 너무 하고 싶었다. 그래서 더 오디션 준비도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오래 걸린 만큼 정말 귀하고 오랫동안 기억될 작품인 것 같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걸린 만큼 잘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마친 후 이후 시간들은 어떻게 보냈나.

"나름대로 계속 이 길을 걷고 있었다. 속도는 느렸지만 계속 걸었다. 대학생활을 성실하게 했다.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로 진학했다. 국제학과 복수전공을 했다. 같은 대학의 대학원도 자연스럽게 국제학으로 진학하게 됐고 현재는 졸업 논문을 아직 작성하지 못해 수료 상태다. 영국에서 오래 살았다. 연습생 생활을 할 땐 방학 때 한국을 오가며 지냈다. 아예 한국으로 나온 건 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짧은 인생이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 같다. 뒤돌아봤을 때는 견뎠다고 표현할 수 있지만 견뎠다기보다는 그냥 그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힘들면 힘든 대로 티 많이 내고 지치면 지친 티를 내고. 다행히 그런 날 받아준 대상은 항상 엄마였다. 엄마가 '나한테만 이렇게 하고 어디 가서 이렇게 하지 말라'라고 했다. 엄마한테 감사하다. 내 MBTI가 ISFJ다. 인내심이 강해서 원하는 게 있으면 인내를 잘한다고 하는데 그게 내 장점인 것 같다. 확실하게 원하는 게 있으니까 기다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가족들은 한국에 없나.

"한국 드라마도 좋아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들어왔다. 배우 활동을 하더라도 한국에서 하고 싶었다. 가족들은 영국에서 지내고 있다. 혼자 한국에 들어와서 기숙사 생활을 했고 이후엔 자취를 하고 있다. 가족들이 그리울 때도 많은데 워낙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해서.(웃음) 혼자 살고 나서 엄마랑 사이가 더 돈독해진 것 같다. 애틋한 관계가 된 것 같다."

-배우 활동을 하면서 공부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배우로 계속 활동을 할 거긴 하지만 공부가 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 인생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훗날 배우로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맷 데이먼이 물에 대한 중요성을 홍보하고 UN에서 연설도 하지 않았나. 만약 내게 그런 자리가 생긴다면 보다 넓은 지식을 가지고 말하고 싶다. 배우로 활동을 한다고 해서 공부를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지금 이 시기는 연기에 집중해야 할 시기인 것 같지만 앞으로 두 가지를 함께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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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를 꿈꾸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배우가 되고자 했던 때는 2006년도에 하지원 선배님이 한 드라마 '황진이'를 보고 나서다. 우리나라 전통의 색감과 한국무용 모든 게 아름다웠다. 어린 마음에 '이거다!' 싶었다. 한국에 대한 호기심도 그때 더 많이 생겼던 것 같고, 연기에 대한 궁금증이 그때 생겼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평소 즐기는 취미는.

"집순이다. 청소하면서 힐링하는 편이다. 생각보다 자취를 하다 보니 먼지가 많이 쌓인다. 낮에 연습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오면 청소하고 잘 시간이 된다. 하루가 훅 간다. 요리를 해야겠다는 목표와 마음가짐은 항상 있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 간단한 조리 정도만 한다."

-요즘 하는 고민도 있나.

"행복한 고민이다. 다른 작품 준비를 하고 있어서 그 캐릭터를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한다가 나의 인생 모토다. 후회 없이 하고 싶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나.

"항상 딱 한 가지다. 다채로운 배우가 되고 싶다. 소연이처럼 아픔을 가진 역도 잘 해내고 반대로 밝고 통통 튀는 캐릭터도 잘 소화하고. 여러 면을 잘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여러 장르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남은 20대를 어떻게 보내고 싶나.

"남은 20대를 바쁘게 보내고 싶다. 일을 많이 할 수 있으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것 같다. 체력이 될 때 확 불태우고 싶다. 30대는 지금처럼 연기하면서 살고 싶다. 묵묵히 내 할 일을 열심히 하면서 가다 보면 내가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일들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냥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 길게 연기를 하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51K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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