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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투르 드 프랑스 우승자가 남긴 것…"경쟁은 상대를 기다려주는 것"

입력 2022-07-26 15:55 수정 2022-07-27 14:42

경쟁자가 넘어졌을 때 당신의 선택은…앞만 보고 달릴까? 뒤를 보고 기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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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가 넘어졌을 때 당신의 선택은…앞만 보고 달릴까? 뒤를 보고 기다릴까?


레이스가 한창입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두 선수, 그런데 한 선수가 갑자기 미끄러졌습니다. 예기치 않은 변수도 승부의 일부죠. 행운이다, 불운이다 판단만 있을 뿐. 넘어지지 않은 선수 입장에선 격차를 벌릴 기회입니다. 페달에 힘을 싣는다 해도 누가 뭐라 할 수 없습니다. 그냥 앞만 보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달리면 됩니다.

 
넘어진 선수를 기다려준 빙에고르(왼쪽)와 넘어졌다 뒤따라온 포가차르가 손을 맞잡고 있습니다. (사진=유로스포트 캡처)넘어진 선수를 기다려준 빙에고르(왼쪽)와 넘어졌다 뒤따라온 포가차르가 손을 맞잡고 있습니다. (사진=유로스포트 캡처)
그러나…. 과연 그랬을까요. 상대의 실수로 행운을 잡은 선수는 뒤를 돌아봅니다. 속력을 서서히 늦춥니다. 넘어진 선수가 다시 일어서 따라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겁니다. 넘어진 선수가 따라오자 먼저 앞서가도록 길도 내줍니다. 그제야 페달을 제대로 밟기 시작합니다. 미끄러졌다 다시 경쟁에 가세한 선수는 손을 내밀어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경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더구나 상대를 밀어내고 넘어뜨려야 승리할 수 있는 세상에서 이런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투르 드 프랑스가 남긴 최고의 장면입니다. 경쟁자가 넘어지니 속력을 늦추며 기다려준 1위 빙에고르는 멋진 승자로 기록됐습니다. (사진=유로스포트 캡처)투르 드 프랑스가 남긴 최고의 장면입니다. 경쟁자가 넘어지니 속력을 늦추며 기다려준 1위 빙에고르는 멋진 승자로 기록됐습니다. (사진=유로스포트 캡처)

도로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 18구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넘어진 선수는 지난해까지 두 번 투르 드 프랑스를 제패한 슬로베니아의 포가차르, 기다려준 선수는 올해 챔피언에 오른 덴마크의 빙에고르입니다. 이 장면이 있던 순간은 빙에고르가 종합 선두를 달리며 2위 포가차르를 2분 18초 차로 앞서고 있을 때입니다. 마지막 승부처였습니다.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순간, 빙에고르는 스포츠맨십이 뭔지 보여줬습니다. 넘어진 경쟁자를 뒤돌아보며 기다려주는 것, 스포츠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 이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순간, 빙에고르는 스포츠맨십이 뭔지 보여줬습니다. 넘어진 경쟁자를 뒤돌아보며 기다려주는 것, 스포츠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 이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결말은 어떻게 됐을까요. 3주간 3349.8km를 달리는 투르 드 프랑스 우승은 빙에고르였습니다. 2위 포가차르와 3분 이상의 격차를 벌렸습니다. 투르 드 프랑스 지옥의 레이스에 빗대죠.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의 싸움이기도 하고 온갖 변수를 지혜롭게 넘어가는 것도 경쟁력의 하나입니다.
 
투르 드 프랑스하면 이 사진이 떠오릅니다. 2017년 대회에 참가했던 폴란드 폴란스키가 남긴 사진을 보면 이 대회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습니다. (사진=폴란스카 인스타그램)투르 드 프랑스하면 이 사진이 떠오릅니다. 2017년 대회에 참가했던 폴란드 폴란스키가 남긴 사진을 보면 이 대회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습니다. (사진=폴란스카 인스타그램)
빙에고르는 두 번째 출전 무대에서 역사와 권위가 함께 하는 투르 드 프랑스 정상에 섰습니다. 2019년 프로 사이클팀과 계약하기 전 덴마크 어시장에서 경매일을 도와주고, 또 잡아 온 생선에 얼음을 채워주는 일을 파트타임으로 하던 스물다섯 청년의 기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상대 실수를 이용해서 이기는 승자가 아니라 진정한 경쟁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 멋진 승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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