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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카페 없애고 삼청공원 넓히려던 종로구청...법원 "사익 침해" 제동

입력 2022-07-25 15:57

법원 "제대로 된 계획도 안 세워...공원 만들 수 있는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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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제대로 된 계획도 안 세워...공원 만들 수 있는지 의문"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사진=연합뉴스〉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사진=연합뉴스〉
삼청공원 인근에 갤러리와 카페를 수용해 공원을 또 하나 만들려던 종로구청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공원을 만들려면서 제대로 된 계획은 짜놓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A씨는 서울 종로구 일대에 99평(327.6㎡) 정도 되는 땅과 건물을 갖고 있었습니다. 1957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당시 등기를 등록하지 않아 미등기 상태지만, A씨가 임대를 놓고 갤러리와 카페가 들어서며 재산세를 내고 있었습니다. 등기는 없지만, A씨가 실질적으로 권리를 행사하고 있던 겁니다.

사실 A씨 건물이 들어선 땅은 일제강점기부터 '공원으로 만들겠다', '재개발을 하겠다'며 땅의 용도를 바꿔보려던 시도가 계속됐던 곳입니다. 수십 년 미뤄졌던 사업을 다시 꺼내 든 건 서울시였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2020년 종로구청에 공문을 보내 이 부근 땅을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 계획에 따라 종로구청은 A씨가 가진 땅을 포함한 일대를 도시공원으로 만들 '실시계획'을 승인하고 이를 고시했습니다. A씨에게도 부지와 건물 수용계획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알린 내용 중엔 '자금을 어떻게 쓸지, '공사는 어떤 도면을 바탕으로 할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A씨는 종로구청이 법이 정한 절차도 지키지 않았고, 도시공원을 만들어 자신의 재산권을 침해하려고 한다며 실시계획 인가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는 종로구청이 자금계획과 설계도면 등을 밝히지 않았다며 "국토계획법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아 위법"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종로구청이 제대로 된 준비가 없었던 점을 꼬집었습니다. 재판부는 "종로구청이 공원을 만들 세부적인 계획은 마련하지 않은 채 서울시의 지침을 받아 실시계획 인가처분에 이르렀다""공원 조성을 위한 재원조달과 실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검토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나아가 A씨 땅 일대에 공원을 짓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도 판단했습니다. A씨가 가진 땅은 원래 삼청공원이 들어선 자리와 멀리 떨어져 있고,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 구역으로서 이 부지에 공원을 짓는 건 "비효율적"이거나 "활용도가 극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원 조성 사업 자체에 의문을 표한 겁니다.

결국 재판부는 제대로 된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A씨의 땅을 수용해 공원을 짓는 것과 A씨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을 비교했을 때, 공원을 지어 얻는 공익이 A씨 재산을 지키는 사익보다 절대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종로구청이 "재량권을 남용"했기 때문에 A씨가 문제 삼은 공원 조성 사업 실시계획은 "취소돼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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