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골프의 고향에서 열린 150년 역사 '디오픈'의 승자는 사상 첫 20언더파를 쓴 호주의 스미스였습니다. 그런데, 골프 황제가 만든 마지막 장면이 이번 대회의 상징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문상혁 기자입니다.
[기자]
< PGA 투어 디오픈 챔피언십|스코틀랜드 >
가볍게 툭 쳐서 버디를 낚은 스미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10번 홀부터 14번 홀까지 5m 안팎의 퍼트를 모두 성공시킬 줄은 몰랐습니다.
보기 하나 없이 다섯 홀 연속 버디.
4타 차 뒤지고 있던 승부를 1타 차 역전 드라마로 바꾼 스미스는 우승까지 한 홀 남긴 순간 가장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가장 까다로운 17번 홀, 20m 남짓한 오르막 경사에서 자칫 삐끗하면 벙커에 빠질 수 있는데, 공을 빙글 돌리며 절묘하게 피했습니다.
프로 골프의 발상지라는 '올드 코스'에서 20언더파 우승은 스미스가 처음입니다.
[캐머런 스미스/디오픈 우승자 : 제가 확실히 뒤처진 게 좋았던 것 같아요. 마음가짐이 달랐습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 대회에서 기적의 우승 끝에 받은 질문은 미묘했습니다.
[캐머런 스미스/디오픈 우승자 : (LIV 골프 이적설이 돌고 있습니다.) 저는 방금 디오픈에서 우승했어요. 질문이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22년 전, 종전 최소타 기록의 주인공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가장 뭉클한 순간을 선물하고 떠났습니다.
이 대회에서만 세 번 우승, 그중 두 번은 '올드 코스'에서 이겼던 우즈는 대회 첫 홀부터 공을 개울에 빠뜨리면서 불운한 시작을 했습니다.
걷지도 못할 거라는 교통사고 후 극복의 아이콘이 되고자 했지만, 2라운드, 마지막 홀을 걸어가며 탈락을 직감했습니다.
기죽은 '황제'를 다독인 건 역대 최대 규모로 몰려든 팬들의 박수와 함성이었습니다.
[타이거 우즈/프로골퍼 : 저는 눈물이 별로 없습니다 사실…그런데 관중의 함성이 점점 커졌어요.]
아놀드 파마와 잭 니클라우스가 은퇴한 곳에서 눈물을 쏟아낸 우즈는 "여기 다신 올 수 없을 것 같다"면서도 은퇴는 아직 아니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