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건강보험' 재정은 꺼내 써도 계속 채워지는 화수분이 아닙니다. 지금도 수천억 원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탈모약, 혈당측정기 같은 공약을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자 돈을 내야 할 건강보험공단이 난감한 상황입니다.
윤영탁 기자입니다.
[기자]
탈모약을 싸게 공급하겠다, 당뇨병 환자에게 측정기를 제공하겠다, 정신 건강 의료비를 90% 깎아주겠다.
여야 대선 후보들의 공약들입니다.
모두 건강보험에서 지원해야 합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측은 탈모약 지원에 770억 원 정도 더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약을 먹는 사람들 기준입니다.
하지만, 최대 1천만 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탈모 인구 가운데 30%만 약을 더 먹어도 수천억 원이 들 거란 분석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소아 당뇨 환자들에게만 지원하는 연속혈당측정기를 성인 전체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1천억 원 가까운 돈이 들어가야 합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정신건강 의료비는 90%까지 보험 혜택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줄잡아 3천 400억 원 가량이 더 필요합니다.
정작 돈을 내야 할 건보 측은 난감합니다.
강도태 이사장은 "건보 재정을 적용하는 데는 절차와 기준이 있다"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한 건보 고위 관계자는 JTBC에 "비급여 항목을 추가하려면 정확한 비용을 추산해야 하고 국회 등 동의를 구해야 한다"면서 "아직 어떤 공약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던 항목을 추가할 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이상이/제주대 교수 (전 건강보험연구원장) :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 비급여 영역의 둑이 허물어지면 건강보험 제도와 재정적 파국을 훨씬 앞당기게 되고…]
건보공단은 지난 2018년부터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적립금이 2024년이면 바닥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유정배·박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