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로나 사망자와 유가족에겐 '헤어질 권리'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화장부터 하고, 장례를 치르게 하는 당국의 방침 때문이죠. 너무 가혹하다 가슴이 미어진다는 사연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추적보도 훅에서 만나봤습니다.
[기자]
매일 오후 5시, 화장터로 운구차가 모여듭니다.
유가족들이 코로나19 사망자를 떠나보내는 마지막 순간입니다.
주어진 시간은 고작 30초.
고인의 얼굴조차 볼 수 없습니다.
그저 관만 확인하고 고인을 보내고 있습니다.
[A씨/코로나 사망자 유가족 : 진짜 너무 불쌍해서. 병원에서 잠깐 뵀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고 고인을 이렇게 보내게 할지는 생각도 못 했지, 진짜… (조문객) 3명 이상은 더 여기서 허락을 안 하더라고.]
수의를 제대로 입혀줄 수도 없고 노잣돈을 두둑이 챙겨줄 틈도 없습니다.
[B씨/코로나 사망자 유가족 : 임종도 못 보고 운구하는 거 잠깐 2분밖에 볼 기회가 없는 거예요. 무슨 코로나로 돌아간 분들이 죄지은 것도 아니고.]
유가족들에게 가혹한 이별이 최근 급격히 늘었습니다.
이렇게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숨진 사람, 국내에서만 모두 5300명 정도입니다.
이중 절반 가까이가 최근 두 달 사이 숨졌습니다.
일상회복을 시작한 뒤 사망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겁니다.
국내에서는 줄곧 '선 화장 후 장례'가 원칙이었습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와 해외 국가들의 장례지침을 분석해보니 우리와는 크게 달랐습니다.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등 제한된 환경에서는 시신을 통한 감염 위험이 크지 않았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사망자의 존엄성, 문화적, 종교적 전통, 망자의 가족은 존중받아야 하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방역당국도 '선 장례 후 화장'이 가능하도록 지침 개정을 검토 중입니다.
장례협회는 지침 개정이 아직은 이르다는 입장입니다.
[박일도/한국장례협회장 : 장례지도사들에게 감염될 우려가 없다라는 어떤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달라는 거죠.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달라는 것이고.]
장례지도사들은 특히 접촉 감염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안우전/장례지도사 : 체액이나 혈흔이나 아니면 분비물 같은 걸 알코올 솜으로 닦아내는 과정을 하기 때문에 고인분에게 나오는 분비물을 다 접촉한다고 봐야 되겠죠.]
[강대성/장례지도사 :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가정도 있고, 집안 식구들을 만나야 하는데 걱정되는 부분이 있죠.]
정부는 장례협회의 우려를 받아들여, 장례 과정 전반에 대한 정밀 분석부터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박종철/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 사무관 : 레벨D 보호복을 입고 (염습)했을 때 동선도 그렇고, 실제로 얼마만큼의 체액이 분사되는지 이런 걸 시뮬레이션 해서…]
이후 감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세부 지침을 만들어 장례지도사를 교육한 뒤 '선 장례 후 화장'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바꿀 방침입니다.
또, 코로나 사망자 장례로 인한 영업손실을 고려해 국가재난대비 장례식장이나 공설장례식장 등을 코로나 사망자 전담 장례식장으로 쓰는 방법도 검토 중입니다.
(영상디자인 : 신재훈 / 영상그래픽 : 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