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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김건희 사과' 공방…"국민 기만 쇼" vs "진정성"

입력 2021-12-2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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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어제(26일)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서 사과했죠. 오늘은 사과를 둘러싼 여야 공방전이 뜨거웠습니다. 여권은 김씨의 사과를 두고 '국민을 기만한 쇼'라고 날을 세웠는데요. 국민의힘은 '진정성이 있었다'고 맞섰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해봤습니다.

[기자]

과거에는 이성과 감정이 분리돼 있다고 믿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이성은 차갑고 냉철한 두뇌의 영역이고, 감정은 뜨거운 심장의 영역이라는 믿음이었는데요. 물론 지금은 감정 역시 심장이 아니라 두뇌가 관장한다 사실이 알려졌죠. 그럼에도 여전히 둘을 따로 나눠 보는 경향이 남아 있는데요. 어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의 사과가 그랬습니다. 투 트랙 전략이라고 할까요? A4 3장 분량의 사과문은 감정 호소, 14장 분량의 해명 자료는 이성 공략으로 역할을 나눈 듯했습니다. '줌 인'이 선정한 오늘의 인물, 김건희씨인데요. 감정에 무게를 둔 사과문을 집중적으로 다뤄볼까 합니다.

[김건희/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어제) : 잘못한 저 김건희를 욕하시더라도 그동안 너무나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온 남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두지 말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김건희씨, 어제 허위 이력 논란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여의도 당사에 직접 나와 7분여 동안 미리 준비한 사과문을 읽었는데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며 '송구', '죄송', '잘못', '불찰' 등의 단어를 반복했습니다.

[김건희/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어제) :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입니다.]

김씨는 낭독 내내 고개를 떨군 채 줄곧 굳은 표정을 유지했는데요. 울먹거리거나 입가가 떨리기도 했습니다.

[김건희/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어제) :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받는 현실에 너무 가슴이 무너집니다.]

감수성을 자극하기 위한 의도였을까요. 허위 이력과는 관련이 없는 개인사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윤 후보와의 연애 스토리, 유산 경험 등을 소개했습니다.

[김건희/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어제) : 결혼 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의 직장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습니다. 예쁜 아이를 낳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던 남편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줄 수 없게 됐습니다.]

구체적인 의혹 소명은 해명 자료에 맡기고 사과문에서는 감정선을 건드리는 전략, 김씨만의 아이디어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슬아슬한 선두 또는 이재명 후보에게 골든 크로스를 허용했다는 결과가 대다수였죠. 선대위 내부에서도 위기론이 감지됐는데요. 김씨가 직접 공식 사과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합니다.

[김병민/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후보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배우자인 당사자가 직접 국민한테 사과할 필요가 있겠다는 여론들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 후보는 김씨의 공개 사과를 망설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내가 사과를 한 번 더 하면 더 했지. 어떻게 아내를 수많은 카메라 앞에 세우냐'는 입장이었다는 건데요.

[이수정/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그러니까 사모님이 사과하시게 만들고 싶지 않은 어떤 심정적인 부분이, 틀림없이 아내를 보호하고 싶은 그런 심정이 있었던 것 같고요.]

여기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나섰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놓고 윤 후보와 총괄상황본부 사이에 인식 차가 있었죠. 김 위원장이 양쪽의 입장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와 동시에 김건희씨에게 공개 사과를 권유했다고 합니다.

[김병민/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적어도 김종인 위원장과 윤석열 후보 간에는 거의 시시각각으로 많은 일들을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하고 여러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건 맞다…]

김씨도 본인이 직접 사과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고 하는데요. 결국 윤 후보도 입장을 바꿔 이를 수용했다고 합니다.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 (어제 / 화면출처: 유튜브 '새시대준비위원회') : 오늘 이 사과 결정은 자기 자신이 했고요. 그리고 또 사과문도 직접 썼고. 본인이 그냥 고집을, 자기 초안대로, 자신이 있냐고 제가 물어봤죠. 그랬더니 '할 수 있다' 하면서 그래서 온전히…]

기자회견 일정은 마지막까지 '철통 보안'에 부쳐졌죠. 김씨가 직접 사과문을 작성했다고 하는데요. 내용 역시 선대위 핵심 인사 일부에게만 공유됐다고 합니다.

[이수정/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본인이 직접 안 하고는 나올 수 없는 대목. 유산 얘기. 여자에게 있어서 사실 유산이라는 건 굉장히 프라이버시입니다. 이건 누구한테도 얘기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누가 대필을 했다면 이런 얘기를 쓸 리가 사실 없거든요.]

김씨의 첫 등판인 만큼 문장 하나하나 신중한 검토를 거쳤다고 하죠. 검은색 투피스에 하얀색 블라우스, 그리고 검은 목도리까지 옷차림조차 세심하게 신경 쓴 것으로 보이는데요. 김씨의 이런 사과를 바라보는 여야의 평가는 완전히 갈렸습니다. 먼저 민주당 선대위나 이재명 후보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는데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평가는 우리 국민들께 맡겨드리는 게 도리인 것 같습니다.]

당과 후보 모두 추가 공격보다는 숨을 고르며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자고 판단한 것 같은데요. 하지만 개별 의원들은 작심 비판에 나섰습니다. 김씨의 사과는 한 마디로 이거였다는 건데요.

[장경태/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그리고 저는 눈물을 닦으실 줄 알았는데 콧물을 닦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이게 쇼였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악어의 콧물이라고 SNS에 쓰신 분이 장 의원님이셨나요?) 그렇죠.]

'신파 코미디 같은 황당 기자회견', '국민 기만 쇼', '개사과와 도긴개긴'이라는 평가절하도 이어졌습니다. 민주당이 김씨 사과 회견에 붙인 테마곡, 가수 김원준씨의 'Show'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건희/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어제) : 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받는 현실에 너무 가슴이 무너집니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국민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남편에 대한 사과란 비아냥도 나왔는데요. 어디에나 1절만 하긴 아쉽고 꼭 2절까지 불러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나 봅니다. 순간 캡처를 이용한 조롱마저 있었습니다.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 기자회견 중 김씨가 입가에 웃음을 띈 듯한 장면을 캡처해 올렸는데요. 이 게시물을 손혜원 전 의원이 다시 공유하며 김씨의 외모를 언급했습니다. "한껏 홍조 올린 화장에 순간순간 배시시 미소를 흘리는 이 태도가 사과의 모습이라고?"고 말이죠. 결국 해당 글은 또 다시 '얼평' 논란에 불을 지폈는데요. 손 전 의원의 얼평 논란 이번이 2번째입니다. 이달 중순에도 김씨의 학창시절 사진과 최근 사진을 비교하며 외모를 언급해 비판을 받았었죠. 여권의 이런 파상공세에 야당도 적극 방어로 맞섰는데요. 일단 국민의힘 선대위는 김씨의 사과로 허위 이력 논란이 일단락되기를 기대하는 모양새입니다.

[김종인/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음성대역/연합뉴스) : 나는 처음부터 본인이 사과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내가 보기에 전반적으로 메시지가 괜찮았어요. 그간의 한 장애물이 제거됐다고 봐요.]

같은 사과, 다른 느낌이라고 할까요. 민주당에 맞서 국민의힘이 김씨의 사과에 띄운 테마곡, 가수 신승훈씨의 'I Believe'입니다.

[김건희/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어제) : 제가 남편을 처음 만날 날, 검사라고 하기에 무서운 사람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니고 자신감이 넘치고 후배들에게 마음껏 베풀 줄 아는 그런 남자였습니다. 몸이 약한 저를 걱정하며 '밥은 먹었냐' '날씨가 추운데 따뜻하게 입어라' 늘 전화를 잊지 않았습니다.]

사과문이 감성적으로 느껴지는 건 '쇼'가 아니라 '진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항변입니다.

[이수정/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이 사과문은 본인이 쓴 상당히 진정성 있는. (정치인이 아닌 본인이 썼다 보니까 감성적인 부분이…) 그렇죠. 아내가 쓴 그리고는 그 사과는 지금 사실 영상에서 보셨잖아요. 얼마큼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는 사람인지를 그때 봤잖아요. 그렇게 정말 웬만한 용기 가지고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것 쉽지 않습니다.]

오늘은 김건희씨의 사과를 둘러싼 막전막후와 여야의 엇갈린 평가를 살펴봤는데요. 감정의 영역을 봤으니 이제 이성의 영역도 들여다 봐야겠죠. 들어가서는 김씨가 내놓은 해명 자료 내용도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 정리합니다. < 김건희 사과 놓고 여야 엇갈린 평가…"쇼" VS "진정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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