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잘나가던 '골때녀' 조작 파문…배성재 눈물·연출진 교체

입력 2021-12-27 15:24 수정 2021-12-27 15:2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골 때리는 그녀들'. 사진=SBS'골 때리는 그녀들'. 사진=SBS


인기리에 방송 중인 SBS 스포츠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 조작 편집 파문에 휩싸였다. 제작진이 급히 해명하고 사과했으나,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22일 '골 때리는 그녀들' 방송 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파를 탄 경기와 실제 경기의 내용이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제작진이 편집을 통해 접전이 벌어진 듯한 서사를 자의적으로 부여했다는 것.

이날 방송에서는 3대2에서 4대2, 또 4대3에서 결국 6대3으로 접전을 펼치는 FC 구척장신과 FC원더우먼의 경기가 펼쳐졌다. 긴장감 넘치는 경기에 시청률도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고공 행진했다. 그러나 자의적 편집의 증거가 새어 나왔다. FC구척장신이 전반전에서 3골을 넣는 것으로 방송됐지만, 경기 상황을 중계하는 화이트보드에 '4대0'이라고 적힌 장면이 전파를 탔다. 감독 김병지·현영민의 위치와 생수병 개수의 변화 등도 조작의 증거로 제시됐다. 네티즌들은 긴박했던 방송 속 경기와는 달리, 실제 경기에서는 FC구척장신이 전반전에서만 4골 이상을 넣으며 쉽게 승리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방송 이틀 후, 제작진은 곧바로 의혹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방송 과정에서 편집 순서를 일부 뒤바꾸어 시청자들께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방송된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순서와 다르게 방송했다. 제작진의 안일함이 불러온 결과였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제작진의 빠른 인정과 사과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진행자인 배성재와 이수근이 제작진이 유도한 경기의 흐름대로 중계했던 것. 비판의 화살이 두 진행자에게 향하자 제작진은 "배성재·이수근과는 전혀 관계없이 전적으로 연출진의 편집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다. 모든 책임은 제작진에게 있으니 애써주신 출연진에 대한 과도한 비난과 억측은 자제해 주시길 바란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골 때리는 그녀들'. 사진=SBS'골 때리는 그녀들'. 사진=SBS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배성재는 눈물까지 보였다. 자신의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스코어를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내 목소리다. 추후 녹음한 것이 맞고, 책임을 피할 생각이 없다"면서 "제작진이 가져다주는 멘트가 있으면 내용을 생각할 겨를이 없이 읽었다. 그 멘트를 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게 (자의적 편집에) 쓰일 줄 몰랐다"라며 울먹였다.

거듭된 해명과 사과 가운데 속속 또 다른 조작 증거가 속속 등장했다. 현재 방송 중인 시즌 2가 아닌 시즌 1에서도 유사한 조작이 있었다는 정황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감독으로 출연 중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김병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꽁병지TV'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주작'이라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저희들은 편집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없던 스코어를 만든 것이 아니다. 참여한 선수들만 70여 명에, 스태프도 100여 명이 넘는다. 이들의 눈과 입을 속일 수는 없다. 저희는 최선을 다했고, 경기에 앞서 훈련에도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한 결과를 가지고 제작진이 재미나게 구성을 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골 때리는 그녀들'은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이다. 예능이기에 웃음을 선사해야 하지만, 동시에 스포츠 정신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골 때리는 그녀들'은 웃음을 위해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실수를 저질렀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해명과 사과에도 폐지의 필요성까지 언급되는 등 비판의 목소리는 커져갔다.

결국 SBS는 논란이 제기된 지 5일 만인 27일, 책임 프로듀서와 연출자를 교체하고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환골탈태하겠다"라며 "시즌 1, 2 모든 경기의 승패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바뀐 적이 없음을 확인하였으나, 일부 회차의 골 득실 순서가 실제 방송된 내용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라는 가치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하더라도 골 득실 순서를 바꾸는 것은 그 허용범위를 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교체하여 제작팀을 재정비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심기일전하기 위해 12월 29일 방송분은 결방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