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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수다' 흥미진진한 기자들의 세계…그리고 반성의 시간

입력 2021-12-25 10:02 수정 2021-12-2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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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수다' 흥미진진한 기자들의 세계…그리고 반성의 시간
다수의 기자들이 흥미로운 기자 세계를 전하며, 그 안에 녹아있는 고충과 회환 그리고 보람과 기쁨까지 이야기했다.

24일 방송된 JTBC '다수의 수다'에는 양원보, 이현, 구혜진, 고석승, 연지환 기자가 출연해 MC 유희열, 차태현과 함께 기자 세계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눴다. 기자들은 생방송 뉴스 중 있었던 방송사고부터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 시달렸던 수습 시절의 고충, 기자들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 그리고 일명 '기레기'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를 얻게 된 배경과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까지 다채롭게 대화를 나눴다.

이날 기자들은 손에 수첩을 꼭 쥔 채 방송에 임했다. 두 MC는 궁금함에 "수첩에 뭘 그리 적는 거냐"고 물었고, 이렇다 할 내용 없이 낙서만 가득한 수첩을 확인하고는 크게 웃었다. 기자들은 이를 "직업병"이라고 설명하며, 낙서로 가득한 수첩에도 군데군데 핵심 키워드가 있음을 보여줬다.

수첩뿐만 아니라 취재를 위해 들고 다니는 필수아이템들도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의 기자는 공통적으로 '대용량 보조배터리'를 필수품이라고 지목했고, 연지환 기자는 "내 건 너무 커서 비행기 탈 때는 못 가지고 간다"며 언제 어느 때고 노트북을 켜야 하는 기자의 숙명을 전했다.

이외에도 경찰서에서 숙식하고 지내는 사회부 기자들은 멀티탭부터 세면도구 그리고 속옷까지, 꼭 들고 다녀야 하는 소지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에 차태현이 "그 정도로 업무 강도가 세냐"고 묻자, 이현 기자는 "수습 시절 때는 살인적인 업무 강도로 일을 배운다. 나 같은 경우는 대학 갓 졸업하고 백팩 매고 경찰 형사과에 갔다. 많이 자야 2, 3시간 잤다. 택시 타면 유일하게 잤던 것 같다"며 MC들을 놀라게했다.

차태현은 "그런 노력 속에도 '기레기'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나지 않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에 기자들은 "'기레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은 2014년 세월호 사건 때부터 본격적으로 생긴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단원고 학생들을 전원 구조했다는 오보를 수백개의 언론사에서 일제히 복사해서 보도하며 '기레기'라는 말이 퍼졌다고.

고석승 기자는 "세월호 참사는 언론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졌던 지나친 속보 경쟁, 단독 경쟁을 당연시하게 여기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드러냈다.

세월호 사건을 기점으로 언론인들 역시 자신들의 태도를 반성하고 업무 방식을 조금씩 바꿔나갔다고 덧붙였다. 이현 기자는 "당장 당시부터 장례식장에 들어가는 기자는 없었다"며 기자들 역시 자신들의 실수를 반성하고, 슬픔을 먼저 애도하는 분위기였음을 전했다. 또한 "참사를 다루는 방식이 어때야 하는지, 취재원들에게는 어떻게 예의를 갖춰야 하는지 고민하게 됐다"며 사건을 기점으로 재정립된 취재윤리에 관해 이야기했다.

고충과 시련도 많았지만 그 가운데 보람도 크다고. 고석승 기자는 "전국의 소방관분들의 출동 시간 통계를 낸 지도를 보도했던 적이 있었다. 소방관분들한테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나라의 중대사를 다루는 단독 기사도 중요하지만, 지역 사회의 불편이 바뀌어나가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그런 기억들이 많다"고 했다.

양변기 옆에 휴지통이 꼭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기했던 이현 기자는 "나로 인해서 공무원들의 인식과 우리나라 화장실 문화가 바뀌고 있음을 느꼈다"며 뿌듯함을 전했다. 그는 "기사는 기자 혼자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현 기자는 "기사를 봐주시는 분의 역할이 중요하다. 만약에 보시는 분이 '아직 문제화할 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할 수가 있고, 또는 '맞다. 문제다'라고 할 수도 있다. 후자여야지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라며 독자. 그리고 일반 시민들의 시선을 기자의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박상우 엔터뉴스팀 기자 park.sangwoo1@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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