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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희토류 공룡' 출범한 中…2022년 화두, GVC

입력 2021-12-25 07:08 수정 2021-12-25 11:28

국유기업·연구기관 통폐합…생산·수출 물량 조절
장악력 강화해 '통상전쟁' 협상카드 활용 가능성

美, 호주에 제련 용역하고 자체생산 검토
중국 무역보복 대비한 대체 수입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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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기업·연구기관 통폐합…생산·수출 물량 조절
장악력 강화해 '통상전쟁' 협상카드 활용 가능성

美, 호주에 제련 용역하고 자체생산 검토
중국 무역보복 대비한 대체 수입처 시급

희토류 원석. 〈사진=신화통신,연합통신〉희토류 원석. 〈사진=신화통신,연합통신〉
중국이 희토류 관련 국유기업과 연구기관을 통폐합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희토류 기업이 탄생한 겁니다.

중국희토류그룹유한공사 입니다. 이달 초 이를 지켜보던 미국 언론을 통해 일부 알려졌는데 23일 관영 신화통신 등이 일제히 보도하면서 현실로 확인됐습니다.

북방희토그룹과 신설 중국희토류그룹 양대 산맥 체제로 재편된 중국 희토류 산업은 이제 독과점 구조를 갖춘 겁니다. 장악력이 높아진 만큼 '통상전쟁'에서 협상 레버리지로 쓰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지분 구조가 이런 전망을 뒷받침합니다. 국유기업 관리 기구인 국유자산감독관리위가 가장 많은 31.21%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가 됐습니다. 그 아래 3개 희토류 관련 기업이 각각 20.33% 지분을 갖고 통합 회사에 참여했습니다. 국영 사이드의 플레이어가 칼자루를 쥔 겁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희토류는 현대 첨단산업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스마트폰 터치 패널, 미사일 방어 시스템, 스텔스 전투기의 부품 등 ICT와 미래 산업, 최첨단 무기체계에 이르기까지 21세기 현대 산업의 핵심 소재로 쓰이는 광물입니다.

희토류 생산에서 중국은 특수한 위상을 누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55%, 제련의 85%를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환경 오염 등 때문에 해외에서 희토류 제련을 꺼리자 값싼 정제 단가를 앞세워 시장의 제련 물량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희토류 중 80%도 중국에서 수입되며 중국 전체 희토류 수출량의 30% 이상을 차지합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의 희토류 생산 기업이 나눠져 있을 땐 시장 논리에 따라 경쟁하기 때문에 일사분란하게 희토류 수출제한 등에서 보조를 맞추기 어려웠습니다.

통상의 규범이 있기 때문에 대놓고 수출을 막기보다는 자국내 수급 또는 생산량 변화 등을 이유로 실질적인 수출 제한 효과를 내는 게 여러모로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

이렇게 다수로 나눠져 있던 생산자들을 하나로 합쳐놓으면 말 맞추기도 쉽고 어차피 팀차이나가 공급을 거의 독과점하고 있는 이상 국제시장에서 가격 결정권이 더 커지게 됩니다. 생산·수출 물량까지 조절할 수 있으니 가격을 올리기가 쉽겠죠.

희토류 광산. 〈사진=HKET 캡처〉희토류 광산. 〈사진=HKET 캡처〉
미국은 진작부터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 강화에 대비해오고 있습니다. 제련 용역을 호주 기업에 맡기는 한편 자체 생산과 제련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미국은 한 때 희토류를 생산·가공하던 나라였습니다. 1965~1983년 전 세계 희토류 산업은 미국·브라질·인도·호주·남아프리카가 주도했습니다. 미국은 당시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 접경의 세계 최대 마운틴패스 희토류 광산에서 전 세계 희토류의 60%를 생산했었죠.

컬러TV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가 마운틴패스 광산에서 공급됐습니다. 90년대 이후 환경 문제가 불거지면서 생산을 접자 이 물량이 중국으로 넘어간 겁니다.

문제는 우립니다. 미국과 중국이 밀월을 즐기며 산업 분업을 하던 시대에는 값싸고 품질 좋은 물자가 넘쳐 났습니다. 이른바 미·중 글로벌공급망, 글로벌가치사슬 체계로 불리는 GVC 시대였습니다. 게다가 가까운 중국에서 생산되다 보니 물류 비용도 낮출 수 있어 원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GVC에 너무 많이 노출된 나라입니다. 아래 그래프를 함께 보시겠습니다.

2018년 각국의 수출품 생산에서 글로벌공급망 의존도를 보여주는 그래프. 〈그래픽=FT 캡처〉2018년 각국의 수출품 생산에서 글로벌공급망 의존도를 보여주는 그래프. 〈그래픽=FT 캡처〉
GVC가 한 나라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국제 분업을 통해 생산된 제품이 전체 수출에서 얼마나 되느냐를 알 수 있습니다. GVC에 가장 많이 노출된 나라는 대만입니다. 이론적으로 국제 분업 체계가 완전히 끊어진다면 수출의 약 68%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수치가 약 65%로 4위죠. 우리 경제가 미국과 중국의 통상·기술 전쟁에 크게 노출됐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어떤 외부의 힘으로 변형이 생긴다면 우리 경제는 크든 작든, 좋든 나쁘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미·중 공급망 디커플링이 본격화되는 시대에서 희토류 등 광물자원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문제는 국가경제와 산업 존망의 이슈가 됐습니다. 겨우 희토류 하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이 첨단 산업 뿐 아니라 기초에 해당하는 산업 분야에서도 GVC의 붕괴의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미·중 디커플링 시대의 일상이 될 지도 모릅니다.

내년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국정 밑그림 속에 이런 산업 지형 변화에 대한 인식과 뭐가 됐든 대비책이 있는 지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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