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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으로 다시 보는 '맷값 폭행 사건'…"과장과 허구" 최철원 주장 따져보니

입력 2021-12-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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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로그램은 한 85% 정도, 영화 '베테랑'에 나온 건 95%는 과장과 허구에서 나온 것이고... (중략) 나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어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언론에서 만들어준 거지."

지난 16일, 아이스하키협회장 인준을 놓고 대한체육회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최철원 마이트앤메인 대표는 최종 변론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16일 최종 변론을 마치고 취재진 앞에 선 최철원 마이트앤메인 대표.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최종 변론을 마치고 취재진 앞에 선 최철원 마이트앤메인 대표. 사진=연합뉴스 〉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이자 물류회사 최 대표는 2010년 차량 기사 유 모 씨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뒤 맷값이라며 2천만 원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사건은 언론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구속된 최 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1년 뒤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석방됐습니다.

10년이 흐른 지금, 최 씨는 아이스하키협회장 당선인 신분으로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 떳떳하게 살아왔다"며 당시 사건을 먼저 꺼냈습니다. 최 씨의 주장대로 알려진 내용이 정말 대부분 과장과 허구인지 따져봤습니다.

판결문에 명시된 그 날의 상황

최 씨는 2010년 10월 고용 승계를 요구해오던 피해자가 5천만 원에 차량을 넘기겠단 의사를 밝히자 사무실로 불러 만났습니다. 1심 판결문엔 당시 폭행 상황이 다음과 같이 나와 있습니다.

"(피고인은) 차량을 이용한 1인 시위를 하고, SK그룹 회장의 집 앞에서 면담을 요구해 왔던 것에 대해 따지면서 2,000만 원을 피해자에게 주는 대가로 야구방망이로 피해자의 엉덩이를 20회 때리겠다고 제의하였고, 피해자도 그 제의에 응하였다."

"10대를 맞은 피해자가 울면서 '잘못했으니 용서해달라면서 살려달라 더 맞지 못하겠다'라고 중단을 요청하였음에도... (중략) 나아가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면서 용서를 비는 피해자를 발로 가슴을 차고 주먹으로 얼굴까지 때리는 등 피고인은 돈을 빌미로 폭력을 행사하고 피해자에게 심한 모멸감을 주었다"

당시 피해자 변호를 맡았던 김칠준 변호사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맷값 폭행'은 정확히 맞고, 무엇이 거짓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말했습니다. 김 씨는 당시 직접 찍은 피멍 든 피해자의 몸과 살점이 떨어져 나간 입안 사진 등을 폭행 증거로 언론에 공개한 바 있습니다.

최 씨가 언급한 영화에선 폭행 방법은 실제와 다르게 묘사됩니다. 영화 '베테랑'엔 어린 아들 앞에서 피해자에게 권투 장갑을 끼워 주먹을 휘두르게 하고, 폭행이 끝난 뒤 2천여 만 원을 지급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직접 폭력을 가하지 않은 점, 동반한 아이가 없던 점 등 실제 상황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있지만 심각한 폭행이 이뤄졌고, 맷값이 지급됐다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일치합니다.

〈영화 '베테랑' 장면 캡처〉〈영화 '베테랑' 장면 캡처〉
김칠준 변호사는 피해자와 처음 만난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상담 기관에 도움을 구하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하는 피해자를 만났고, 이후 증거 자료를 모아 공론화까지 이어졌습니다. 김 변호사는 "폭력으로 신체적 고통, 상해 받은 것은 물론 정신적 인권침해도 심각했다" 말했습니다.


최철원 씨의 주장 중 판결문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또 있습니다. 최 씨는 "돈을 던져준 적도 없고 온라인으로 송금해줬다" 말했는데, 이는 '맷값'과는 관련이 없는 내용입니다. 최 씨가 송금한 건, 피해자의 차량을 사들인 대가로 지급한 5천만 원입니다. 폭행 현장에서 지급된 천만 원권 수표 두 장은 재판 증거로도 채택됐습니다. 또 이 돈조차 회삿돈으로 드러나 횡령 혐의까지 인정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최 씨는 "한 행위에 비해 아주 과한 비판을 받았고, 아주 과한 형벌을 받았기 때문에 (2심 재판부가) 풀어줬다"며 당시 상황을 찾아보라고도 했습니다. 항소심 판결문을 확인해봤습니다.

재판부는 실제 "과한 형벌을 받았다"고 명시했지만,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상해를 가하였는바, 이와 같은 행위는 사회적으로 그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점 등을 고려하면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썼습니다.

'사회적 비난 가능성'은 되려 최 씨를 엄하게 벌해야 할 이유로 언급됐습니다. 최 씨가 집행유예로 석방된 가장 큰 이유는 그 행위가 가벼워서가 아닌, 피해자와 합의했고 깊이 반성했다는 점이 고려됐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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