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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샌델과 대담 "저성장 이유는 자원 편중과 기회 부족"

입력 2021-12-21 15:24 수정 2021-12-2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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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 이벤트홀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의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 이벤트홀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의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크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공정과 정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오늘(21일) 오전 이 후보는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 이벤트홀에서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샌델 교수와 온라인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이 후보는 샌델 교수에게 "공정하다는 게 과연 보기만큼 공정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셨다"며 "제가 현실적으로 대한민국 정치에서 고민하고 있는 의제와 일치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 사회와 전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양극화의 문제, 양극화로 인한 저성장 문제, 정의와 공정의 관계가 어떠한지, 과연 공정한 건 정의로운 건가에 대해 말씀을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샌델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건 성공에 대한 우리의 태도, 그리고 이런 사회 체제에서 기득권층에 진입한 사람들이 성공이 자신들의 노력에 대한 결과물로 생각하는 자만심이 이런 현상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첫 번째 시작점은 빈부 격차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샌델 교수의 말에 "공감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저성장 늪에 빠졌다고 생각된다"며 "저성장 근본적 이유는 우리가 가진 자원과 역량이 지나치게 편중되고 필요한 사람들은 그 자원과 기회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의욕을 잃게 되고 자원은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엄청난 자본과 높은 교육수준,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성장이 정체된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성장 정체는 기회 부족을 초래하고, 기회가 부족하면 결국 새롭게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 세대들은 작은 기회를 놓고 많은 사람이 경쟁하게 된다"며 "경쟁에서 탈락하는 게 생존의 문제가 되어버렸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 후보는 "기회가 적고 경쟁이 전제되다 보니 친구가 적이 되는 상황이라 '시험 본 최종 결과만으로 결과를 내야지 왜 소수나 약자를 배려하느냐'는 생각까지 빠지게 되는 것 같다"며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샌델 교수는 "오늘날 능력주의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더 높은 연봉과 명성이 높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라며 "이런 명성 있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어떤 성공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어떤 사람의 인생에 꼬리표를 달아준다면 결국 입시 경쟁은 부유한 계층에게 더 좋은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더 평등한 사회를 위한 능력주의의 시작이 이런 불평등을 더 악화시키는 원인이 됐고 이것은 미국에서도 현실"이라며 "누구나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지만 아이비리그 대학에는 미국 상위 계층 1%의 가정의 입학생 수가 하위 99% 계층의 입학생 수보다 많다"고 했습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사진=국회사진기자단〉
그러면서 샌델 교수는 "능력주의는 결국 평등보다는 사회 전반에 불평등을 더 가져오게 된다"며 JTBC 드라마 'SKY캐슬'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SKY캐슬은 굉장히 치열한 한국 입시 경쟁을 보여준다. 능력주의에 대한 엄청난 결함, 그리고 체제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주는 패배감을 잘 나타냈다"며 이 후보에게 "SKY캐슬을 봤을 때 한국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이 후보는 "SKY캐슬이라는 작품은 입시 제도의 현실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대한민국의 학력수준은 결국 부모의 경제적 수준과 거의 대부분 일치한다는 게 통계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말씀하셨던 것처럼 능력주의라고 하는 게 극단적으로 발휘되는 게 학력주의"라며 "대한민국 사회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이 후보는 "교수님께서 걱정하는 게 능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자체에 이미 불평등이 내재해있다는 말씀이지 않냐"며 "현실적으로 적확한 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형식적 공정, 이게 과연 실질적으로 공정하냐. 형식적으로 평등한 것이 실질적으로 평등하냐"며 "사실은 아니다. 우리는 출발점에서의 평등 이런 것들이 매우 중요하다 생각하지만 이미 출발점 자체가 불평등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실질적으로는 이미 불평등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며 "그래서 장애인은 앞에서 출발할 수 있게 하고, 가난한 사람은 공부할 기회가 적으니 일종의 할당을 해서 가난한 사람들끼리 경쟁하게 하는 것인데 당장 정치 현실에서 유력 정치인들은 할당제를 없애야 한다고 한다"고 했습니다.

나아가 "(정치인들은) '오로지 하나의 기준, 최종적인 기준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하는데 (저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며 "할당제 폐지에 대한 의견을 여쭙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의 질문에 샌델 교수는 "우리 경제에 불평등을 보면 승자와 패자로 극명하게 나뉘게 된다"며 "이런 현상을 보면서 양극화에 대해 생각해보면 결국 승자들의 자만심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승자들은 모두 자신이 스스로 만든 결과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비기득권층에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그들이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건 그들의 성공에는 운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들의 성취와 성공에는 많은 운이 작용했고 부모나 훌륭한 교사, 사회 지원이 있었다"며 "그러나 그들은 이런 걸 인식하지 못한다. 이것은 오만과 자만에 빠지게 되는 원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평소에 다른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간과하고 있다. 트럭 운전사나 간호사, 그리고 창고물류 직원 등 우리가 평소 간과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그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가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줬다"며 "따라서 우리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바에 대한 마땅한 사회적 인정과 존중 노동의 존엄성을 인정해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끝으로 샌델 교수는 "한국 사회에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정치 철학은 굉장한 정의와 윤리에 대한 문제다. 대학 수업이나 수업에서만 다뤄져야 할 것이 아니다"며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 논의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이 후보는 "평소 존경했던 교수님의 말씀을 직접 듣게 돼 영광이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면 대면해서 인사드리고 좋은 말씀 들었으면 좋겠다. 정말로 좋은 시간이었다"고 화답했습니다.

이날 대담에는 공개 모집한 국민참여단 패널 15명이 참석했으며 대담은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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