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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돈뭉치 들고 '두리번'…취재진에 딱 걸린 피싱 수거책

입력 2021-12-20 20:33 수정 2021-12-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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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0일) 밀착카메라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고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받아내는 사람들을 쫓아봤습니다. 현금인출기에 피해자 돈을 입금하려던 수거책이 잠복 중이던 밀착카메라에 딱 걸렸습니다.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취재진이 현금인출기 CCTV에 포착된 보이스피싱 수거책의 영상을 분석해봤습니다.

한손에 가방을 들고, ATM기 앞에서 사진을 찍고, 누군가와 통화합니다.

가방에서 현금을 꺼내고 주변을 살핍니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도 오래 머뭅니다.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붙잡힌 사람들의 공통점입니다.

최근 부산의 한 병원이 경찰과 협조해 서른 명 가까이 붙잡았는데 취재진도 함께 추적해봤습니다.

수거책들이 이용한 현금인출기입니다.

비교적 외진 곳에 있는 데다, 부스가 있어 사람들 눈을 신경쓰지 않고 입금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보는 눈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은행과는 다릅니다.

취재진은 인근에 차를 대놓고 잠복에 들어갔습니다.

지금 시간이 오전 10시입니다.

현금자동입출금기가 잘 보이는 곳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20여 건의 사례를 보니, 범행은 오후에 이뤄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점심시간입니다.

지금부터 은행 업무 시간이 끝나는 오후까지는 바짝 집중해야 합니다.

잠복 5시간째 비가 오기 시작하고, 뭐가 급한지 우산도 쓰지 않은 여성이 다가옵니다.

부스에 들어간 여성은 가방에서 오만원권 돈뭉치를 꺼내 일일이 세봅니다.

[병원 :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지금 출동하고 있답니다.]

신고 3분 만에 경찰이 왔습니다.

여성을 체포하고 오만원권 수백장을 압수합니다.

[경찰 : 사기방조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변호사 선임할 수 있고 변명의 기회 있어요.]

계좌부터 확인해,

[경찰 : 송금전표 어디 있어요? (오른쪽 주머니에 있어요.)]

돈을 빼돌리는 걸 막아야 합니다.

[경찰 : (계좌 정지부터 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팩스로 바로 보낼 겁니다.]

누가 시켰냐 물어봤습니다.

[보이스피싱 수거책 : (누구한테 연락받고 한 거예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일을 하게 된 거예요?) … (어디서 연락받고 왔을 거 아니에요?) …]

역시나 모른다는 답만 돌아옵니다.

경찰 지구대로 따라가봤습니다.

20대 여성은 피해자로부터 현금 1200만원을 받아냈습니다.

어떻게 범행에 가담하게 됐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보이스피싱 수거책 : (언제 처음 한 거예요?) 알바 앱. 한 달 전에. (직접 ATM기 가서 돈을 뽑은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오늘 합쳐서 네 번. 3천만원에서 4천만원. (돈을 받아서 입금하는 일을 하면 하루에 얼마 준다고 들은 거예요?) 0.5%.]

범죄일 거라곤 전혀 몰랐다는 겁니다.

[보이스피싱 수거책 : (오늘 만난 분이 피해자라는 건 알고 있어요?) 오늘 들었어요. (알바 앱에 지원했을 때는 전혀 몰랐던 거예요?) 네. (거기서 뭐라고 하던가요?) 그냥 부동산 이체라고만. (어디 가서 누구한테 돈 받아라?) 네.]

수거책은 식당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는데, 사장은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는 보이스피싱에 속았습니다.

이렇게 병원 신고로 붙잡은 사람만 최근 넉달간 29명.

대부분 온라인 구인광고를 보고 발을 들인 20대였습니다.

피해금은 5억 5천만원입니다.

병원 측에서 수상하다고 생각해 신고하지 않았으면 피해는 이보다 훨씬 더 커졌을 겁니다.

[김재운/부산세계로병원 관리부장 : 위험도, 두려움도 있습니다. 피해자들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틈틈이 범인들을 분석해왔습니다.

[김재운/부산세계로병원 관리부장 : 가방 있는 게 가장 큰 특징. 오래 머문다는 것. 주변을 많이 둘러본다는 것. 오만원짜리 돈뭉치. 누군가와 통화하고.]

잡고 또 잡으면 멈출 줄 알았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 : 가방 항상 지참하고. 크로스백과 백팩 준비 가능하시고요? 내일부터 바로 가능하세요? 저는 마음에 드는데?]

끝이 아니었습니다.

취재진이 현장을 떠난 바로 그날 밤.

20대 남성이 가방을 들고 ATM기 앞에 나타납니다.

현금을 꺼내 입금하고 사라집니다.

1시간쯤 뒤 다시 나타나 또 한번 입금한 뒤 붙잡힙니다.

계좌로 2천900만원을 보낸 뒤였습니다.

이렇게 사람을 보내 피해자 돈을 받아내는 범죄 건수는 3년 전 2천500여건에서, 올해 1만6천여건으로 6배 넘게 늘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목소리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 : (하루) 평균 2건만 하더라도 15만원 이상 벌 수도 있다고 제가 말씀드린 거고.]

이들이 놓은 덫은 명백한 범죄입니다.

알았든 몰랐든 처벌도 무겁습니다.

쉽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없습니다.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조윤지 /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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