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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국인이 사랑하는 '킹스맨'…기대 못살린 3편

입력 2021-12-17 16:26 수정 2021-12-1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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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국인이 사랑하는 '킹스맨'…기대 못살린 3편
| '킹스맨'의 기원을 그린 작품 '킹스맨:퍼스트 에이전트' 리뷰
| 극적 재미 못 살린 만큼 더욱 선명해진 폭력성·선정성
| 1차 세계대전 배경…지나치게 영국 중심적인 역사관

출연: 랄프 파인즈·해리스 딕킨슨·리스 이판·젬마 아터튼·디몬 하운수·다니엘 브륄·매튜 구드
감독: 매튜 본
장르: 액션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48분
한줄평: 볼만한 액션, 지루한 이야기, 엉망인 역사 인식
팝콘지수: ●●○○○
개봉: 12월 15일
줄거리: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전쟁을 모의하는 역사상 최악의 폭군들과 범죄자들에 맞서, 이들을 막으려는 한 사람과 최초의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의 기원을 그린 이야기
[리뷰] 한국인이 사랑하는 '킹스맨'…기대 못살린 3편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킹스맨'이 전작의 기원을 그린 작품이자, 시리즈의 3편인 '킹스맨:퍼스트 에인전트'로 돌아왔다. 단 두 편의 '킹스맨' 시리즈로 국내 관객수 1100만명을 동원한 매튜 본 감독이 또 한 번 메가폰을 잡아 '킹스맨'만의 통쾌한 재미를 기대하게 했다.

'킹스맨'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워낙 무거웠던 탓일까. 영화는 '과연 같은 감독이 만들었을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재미가 떨어지고, 초반 오프닝 시퀀스부터 후반부에 이를 때까지 속도감이 지나치게 없어 지루함을 유발한다.

액션 대가답게 그래도 몇몇 액션신들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전체적으로 보인 더딘 전개와 완성도가 떨어지는 내러티브, 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설정하고도 지나치게 영국 중심적으로 스토리를 풀어내 아쉬움을 크게 남긴다. 몰입감과 재미가 떨어진 만큼, 과거엔 용서받았았던 지나친 폭력성과 선정성에 대한 비난을 이번 작품에선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매튜 본 감독은 '킥애스' 시리즈를 대성공시키며 폭력적이지만 스타일리시한 악동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13살이었던 클로이 모레츠를 캐스팅해서 끔찍하고 참혹한 액션신을 감행, 다소간의 논란은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의 빛나는 연출력 때문에 많은 이들이 눈 감아줬다.

이후 '킹스맨' 시리즈로 깔끔한 수트를 입은 신사들이 피를 흩뿌리며 거친 액션을 구사한다는 신박한 콘셉트를 선보여 전 세계적인 큰 반향을 일으켰다. '킹스맨'은 하나의 아이콘으로 잡았고, 사람 머리가 폭죽처럼 떨어져 나가는 장면들에서도 관객들은 "스타일리시하다"며 그의 연출에 박수쳤지만, 아쉽게도 이번 영화에서는 그 박수가 야유소리로 바뀔 듯하다.


지루한 이야기, 엉망인 역사 인식

[리뷰] 한국인이 사랑하는 '킹스맨'…기대 못살린 3편
영화는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옥스포드 공작, 그의 아들 콘래드, 그의 집사 숄라는 1914년 사라예보 사건이 발발하자 그 배후에 모종의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긴 여정을 떠난다. 그 세력을 찾아내서 처단하면, 수백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계산.

반대로 악당들은 계속 전쟁을 벌여서 영국을 굴복시키고자 한다. 영국의 동맹국인 러시아 내부에 혁명을 일으켜 전선에서 이탈시키고, 윌슨 대통령을 협박해서 영국을 돕고자 하는 미국의 참전을 저지하고, 독일로 하여금 영국의 해상로를 봉쇄시켜 영국을 고립시킨다는 게 그들의 전략이다. 실제 있었던 전쟁 양상을 영화적 장치로 차용해 극초반까지 꽤나 흥미를 유발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주인공들과 빌런들이 판을 짜는 과정에서 각 국가의 정상들이 묘사되는데, 물론 전범이긴 하지만 독일의 빌헬름 2세는 미치광이 전쟁광으로 그려지고, 러시아의 니콜라스 2세는 무당의 말에 의존하는 마약쟁이로, 심지어 1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술주정뱅이에다 꽃뱀에게 협박당하면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무능력자로 등장한다.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등장하는 국왕은 영국의 조지 5세밖에 없다. 아무리 영국 감독이고 영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그들 중심적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심지어 영화 말미에는 러시아의 국민적인 영웅 레닌까지 음모론자를 수호하는 괴짜 인물로 등장시킨 뒤, 마지막 쿠키영상에서는 히틀러와 뜬금없이 악수하는 모습까지 담아, '가도 너무 갔다'는 인상을 준다.
[리뷰] 한국인이 사랑하는 '킹스맨'…기대 못살린 3편
몇몇 인물들만 이렇게 묘사했다면 그나마 용서할 수 있지만, 매튜 본은 영국을 제외한 패전국가 민족들과 식민국가들의 국민까지 미개한 존재로 표현한다. 특히, 대표적인 빌런으로 등장하는 라스푸틴은 스코틀랜드 사람인데, 독약을 먹어도 죽지 않는 초인이자, 끔찍한 악취가 날 것 같은 인물로 묘사돼 하나의 괴물을 연상시킨다. 사실상 영국의 피식민지와 다름없었던 스코틀랜드인들의 아픔을 조롱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전작 '킹스맨'에선 해리 하트(콜린 퍼스)와 에그시(태런 에저튼)가 연신 웃음을 유발하는 애증의 케미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반면, 이번 옥스포드·콘래드 부자는 감동은 있었지만 웃음이 부족했고, 자연스레 "이게 '킹스맨'의 분위기와 꼭 맞았을까"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 에그시 같은 재기발랄하고 재치 있는 유머를 기대한 이전 '킹스맨' 팬들에게는 이번 콘래드의 묵직한 연기톤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액션신도 예전만 못하다. 악당들의 머리가 폭죽처럼 날아가는 이미지들은 이번 영화에서도 등장하는데, 스토리의 몰입감이 떨어지다 보니, 전혀 멋스럽지 않고 공허한 느낌만 자아낸다. 오히려 '킹스맨'의 재미 속에 감추져 있던 폭력성과 선정성이 발가벗은 느낌이다. 매번 새로운 액션신을 보여줬던 매튜 본이었던 만큼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그나마 라스푸틴이 정체불명의 발레 동작을 추며 주인공 두 명과 혈투를 벌이는 액션신이 이 영화의 백미다. 장식이 화려한 궁전에서 고풍스러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라스푸틴은 분위기와 전혀 상반되는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말도 안되게 현란한 칼솜씨를 보여준다. 어딘가 어설프고, 우스꽝스러운 느낌에 "그래, 이게 '킹스맨'이지"라고 감탄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 장면 외에는 이렇다할 새로움 없이 영화는 끝나 버린다.
[리뷰] 한국인이 사랑하는 '킹스맨'…기대 못살린 3편
박상우 엔터뉴스팀 기자 park.sangwoo1@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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