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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구경이' 김혜준 "이영애와 함께한 여성 서사…정말 멋진 드라마"

입력 2021-12-17 16:14 수정 2021-12-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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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준. 사진=앤드마크배우 김혜준. 사진=앤드마크


항상 다른 얼굴의 배우 김혜준(26)이 사이코패스 케이로서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혜준은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구경이'에서 사이코패스 케이를 연기했다. '구경이'는 연쇄살인마케이를 쫓는 방구석 의심러 탐정 이영애(구경이)의 이야기를 그린 하드보일드 코믹 추적극이다.

이영애, 그리고 용국장 역할의 김해숙과 함께 '구경이'의 여성 서사를 이끌었다. 지난 2015년 데뷔한 그에겐 대선배인 두 배우와 함께하며 대등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의 중전으로, 영화 '변신'의 소녀로, 영화 '싱크홀'의 짠 내 나는 사회 초년생으로, 매 작품 다른 얼굴을 보여준 김혜준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케이를 예쁘게 그려 넣으며 2021년을 마무리했다.
 
배우 김혜준. 사진=앤드마크배우 김혜준. 사진=앤드마크

-'구경이'를 잘 끝냈다.
"시원섭섭보다는 섭섭하다. 현장이 너무 즐거웠는데, 다시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족스럽고 재미있었다. 자랑스러운 작품이 될 것 같다.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듯하다."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다. (케이가) 20대 여배우라면 다 탐낼 만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난도가 너무 높아서, '이걸 해낼 수 있을까. 조금만 못해도 쉽지 않은 역할이 될 것 같은데'란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영애 선배와 언제 이런 여성 서사를 연기해보겠나. (승부를) 걸어볼 만하겠다고 판단했다."

-대선배들과 연기했는데.
"처음 '구경이' 섭외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이영애 선배만 출연이 확정돼 있었다. (이영애와) 같이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감히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이영애 선배와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대척점에 서서?'라고 생각하며 정말 신기했다. 그리곤 내가 캐스팅이 됐는데, 김해숙·곽선영·조현철 선배까지 '살아 숨쉬기만 해도 배우는 현장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값진 경험이 됐다."

-처음 대본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대본을 읽었을 때, '재미있다. 재미없다' 두 가지로 느끼는 편이다. 그리고 여러 대본을 한 번에 잘 못 읽는다. '구경이'는 받고 5회까지 스르륵 읽었다. 만화책 읽는 느낌이었다. 바로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대본에 그려진 그림이 어떻게 그려질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사이코패스 케이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했나.
"어떤 레퍼런스도 없었다. (레퍼런스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사이코패스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전형적 행동이 있지 않나. 그것에서 차별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대본에 적혀있고,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케이를 그리려고 했다."

-제작진은 김혜준을 왜 케이 역할에 캐스팅했을까.
"감독님이 나에게서 서늘함을 봤다고 하더라.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있을 거라 생각한 것 같다. 야무지게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런 데서 오는 걸 본 것 같다."
 
배우 김혜준. 사진=앤드마크배우 김혜준. 사진=앤드마크

-케이의 에너지가 이영애·김해숙 못지않다.
"진짜 무서운 사람은 눈에 뵈는 게 없다. 케이라는 캐릭터가 예측할 수 없는데, 거기서 힘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캐릭터가 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만들어줬다. 예를 들어, 케이가별것 하지 않아도 건욱이 무서워한다. 그런 설정을 통해 납득시킬 수 있었다."

-케이의 매력을 설명한다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매력이다. 예의나 사회적 통념이나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건 다 한다. 이런 것들이 인간의 본성이지 않나. 본능대로 살아가는 사람을 연기한다는 게 속 시원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안쓰러움이 있다. 케이만의 슬픔이 있다. 나는 케이가 불쌍했다."

-이영애는 어떤 선배였나.
"큰 사람이라고 느꼈다. '저렇게 그릇이 넓을 수 있을까'를 배웠다. 모든 사람을 아우를 수 있고 표현하는 힘이 부드럽고 따뜻했다. 현장의 모든 사람이 같은 걸 느꼈을 거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배웠나.
"(이영애가) 연기에 대해서는 그냥 동료로 생각해줬다. 그런 점이 같은 배우로서 배울 점이라고 생각했다. 후배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는 것들을 다 받아줬다. 남의 것을 받아준다는 게 힘든 일이다. 연기적으로 많이 배웠다. 마지막 회에서구경이가용국장처럼 나오는 신이 있다. 용국장처럼 보여야 하는 게 중요한 콘셉트인 건데, 그럴 때마다 선배가 디테일을 챙기더라. 스태프들도 선배가 진짜 섬세하고 디테일하시다고 감탄했다. 그런 하나하나가 쌓여서 드라마가 시청자를 납득시킨다. 이영애 선배가 그런 걸 다 챙기더라."

-실제 이영애는 '산소 같은 여자'인가.
"선배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이영애 선배는 '산소 같은 여자'보다 구경이에 가깝다. 털털하고 귀엽다. 진짜 귀여운 언니 같다. 귀여운데 보고 있으면 신비롭다. 이영애 선배가 가진 가장 큰 힘 같다."

-케이를 연기하며 배우 김혜준도 변한 면이 있나.
"촬영장에 고민도 많고 생각을 많이 해가는 편이다. 그런데, 케이는 즉흥적 캐릭터다. 현장에서도 상대나 공간에 따라 연기의 결이나 설정이 변할 때가 많았다. 조금 더 대범해지고 유연하려고 노력했다. 촬영 전날 긴장하는 편인데, 아주 조금 여유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진짜 김혜준과 정반대의 케이를 연기하며 힘들었겠다.
"케이가 예측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나는 (케이처럼) '하이텐션'의 사람이 아니다. 케이는 만화적이고 오버스럽기도 하고 하이텐션이다. 그런 걸 연기할 때 나의 모든 걸 끌어올려야 한다. 시청자는 부담스럽지 않을까 고민했다. 감독님에게 물어볼 때마다 '케이는 그게 맞아'라고 확신을 주더라. 케이는 이상한 사람이 맞다고 믿어줬다. 감독님을 믿고 갔다."

-사이코패스 연기를 본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무섭다고 하다가 뒤로 갈수록 귀엽다고 했다.(웃음) 분장한 것 보고 귀엽다고 해주더라."

 
배우 김혜준. 사진=앤드마크배우 김혜준. 사진=앤드마크
-대선배인 김해숙과는 호흡이 좋았나.
"정말 좋았다. 만나는 신이 많이 없어서 아쉬울 정도였다. (김해숙과 연기하며) 짜릿함을 많이 느꼈다. 에너지가 확실하고 크니까, 리액션만 해도 쫀쫀하게 붙는 느낌이었다."

-여성 서사의 한 축을 맡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여기 나오는 모든 여성이 사회적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의 목소리를 낸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한다는 게 정말 멋있었다."

-OTT에서도 사랑받았다.
"OTT 시청자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신다는 건, 젊은 층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 좋았다. 시청자가 작품을 보는 경로가 다양해지고 변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다양한 방법으로 봐주시면 좋은 거니까. '시청률이 낮아서 속상하지 않았냐'는 질문도 받았는데, 경로가 분산된 것이지 관심이 분산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넷플릭스에서 1위를 한 후, 현장에서도 박수를 치며 축하했다."

-'킹덤'부터 '구경이'까지 화제작에 연이어 출연했다.
"관심을 가져주시니 마냥 신기하다. '누군가 날 관심 있게봐주시는구나'하며 신기한 정도다. 감사는 한데 부담을 가지지는 않는다."

-매 작품 항상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비결이 궁금하다.
"하나로 정형화된 이미지가 아니어서 다양한 얼굴로 봐주는 것 같다. 시청자분들은 캐릭터가 주체성 있어서 독특하다고 봐주시는 것 같다. 그런 캐릭터에 더 매력을 느껴서 (섭외를 위한 미팅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어필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아무래도 평범한 이미지라서."

-평범한 이미지라고 생각하나.
"사촌 여동생 닮았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다. 그게 내 인생에 조금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구경이' 시즌 2를 기다리는 시청자도 많다.
"이 작품에 참여한 모든 배우는 시즌 2를 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이상한 매력에 중독돼서.(웃음) 케이가 나온다면, 감옥에서 사회화가 돼서 나오지 않을까."
 
배우 김혜준. 사진=앤드마크배우 김혜준. 사진=앤드마크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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