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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오류"…수능 생명과학Ⅱ 20번 결국 '전원 정답'

입력 2021-12-1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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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수능 한 문제의 출제 오류가 어제(15일) 법원에서 인정이 되면서 전원 정답 처리가 됐고요. 해당 과목의 성적을 받지 못했던 수험생들이 모든 칸이 채워진 성적표를 받고 입시를 치를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결정이 입시 결과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주목되는데요. 공신력에 타격을 입게 된 평가원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제시된 조건을 따라가면 어느 동물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 즉 존재하지 않는데도 이 동물의 유전 특성을 골라야 합니다.

이번 수능 생명과학2 과목의 20번이 문제가 된 이유입니다.

자신의 계산이 잘못됐다고 생각한 학생들은 검산을 반복해 시간을 다 썼고, 결국 다른 문제 풀이에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교육과정평가원 측은 줄곧 "풀면 풀 수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문제에 제시된 조건 7개 중 개체 수가 음수가 나오는 조건은 1개인데, 이 조건은 굳이 살피지 않더라도 답을 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신속하게 답을 구하는 게 통상적인 풀이라고도 했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우선 생명과학의 원리상 개체 수가 음수인 동물은 없기 때문에, 명백한 오류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신속하게 답만 고른 학생과 여러 차례 자신의 계산을 의심했던 학생의 수학능력에 차이가 있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답을 유지한다면, 수험생들은 문제에 파고들수록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고력과 창의성을 발휘하기보다 출제자가 의도한 특정 방법을 찾는 것에만 초점을 두게 될 거라는 겁니다.

재판부는 이 문제가 평가 지표로서의 기능을 잃었기 때문에 정답 결정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임준하/수험생 : 실수 인정하고 잘못된 부분 바로잡는 노력을 어른들이 해주시리라 믿었습니다.]

학생들은 그동안 해외 석학들에게 직접 자문을 구하고,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어 홍보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신동욱/수험생 : 주변분들의 큰 우려가 있었습니다. 굳이 네가 나서야겠느냐. 앞으로 봐야 알겠지만 오늘(15일) 재판 결과로만 봤을 때 저희가 이런 행동한 것은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평가원장은 어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강태중/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 무엇보다도 수험생과 학부모님 그리고 학교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평가원 측은 더 이상 수험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며, 항소는 고민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친구들과 달리 빈칸 성적표를 받았던 6500여 명의 수험생들은 완전한 성적표를 다시 받아 남은 입시를 치를 예정입니다.

(영상디자인 : 박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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