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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예산안' 직격탄 맞은 청소년들 "우리 인생 바꾼 곳인데…"

입력 2021-12-13 17:32 수정 2021-12-13 17:38

예산 삭감 통보받은 위탁 단체들 "이유라도 알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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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삭감 통보받은 위탁 단체들 "이유라도 알려달라"

지난달 1일 서울시의회 303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시정연설 중인 오세훈 시장. 〈사진출처=연합뉴스〉지난달 1일 서울시의회 303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시정연설 중인 오세훈 시장. 〈사진출처=연합뉴스〉

역대 최대인 44조원대 서울시 예산안에 대한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 심사가 이르면 내일 다시 시작됩니다.

지난주 예결위 참석자를 포함해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30여명이 나오면서 일주일간 심사가 멈췄습니다.

잠시 미뤄진 양측의 거센 공방이 재개될 전망입니다.

시의회는 지난달 상임위 예비심사로 오세훈 시장 역점 사업 예산을 대부분 깎은 반면, 오 시장이 832억 삭감한 민간 위탁·보조 사업 예산은 되살리며 정면 충돌했습니다.

1000개 넘는 시민단체는 서울시의 일방적 예산 삭감에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로 맞서겠다며 들고 일어났습니다.

서울시의 예산 삭감 통보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한 단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실패의 두려움' 없애준 배움터, 가출 청소년도 '마음의 병' 고쳤는데…
 
 지난달 28일 서울시의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기자회견 중인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청소년들. 지난달 28일 서울시의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기자회견 중인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청소년들.
'서울 동북권역 마을배움터'는 50여명 지역 청소년과 청년들이 모이는 공간입니다.

공개입찰로 뽑힌 품청소년문화공동체가 2018년부터 운영해왔습니다.

학교밖 아이들, 재학 중 아이들이 섞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면,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물심양면 지원하는 게 주요 업무입니다.

랩퍼를 꿈꾸는 여고생 김지우양(19)은 배움터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쳤다고 합니다.

김 양은 "친구들과 이런 공연을 기획하고 싶다 하면 선생님들은 온갖 수단을 끌어모아 준다"며 "실패하든 성공하든 경험을 얻기 때문에 한번도 실패라 느낀 적 없다"고 말했습니다.

 
 마을배움터에서 친구들과 만든 랩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은 김지우(19)양. 마을배움터에서 친구들과 만든 랩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은 김지우(19)양.
우울증과 불안장애 속 가족과의 불화로 가출에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는 김지우(18) 양도 있습니다.

지우 양은 평소 고민해온 청소년 자해·자살 문제 공론화에 대해 배움터에서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며 마음의 병을 극복했다 합니다.

지우 양은 "청소년들이 보호받는다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다"며 "학교 선생님들은 내 조건과 성적으로 나를 받아들이는데, 배움터에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에 안정을 되찾았다"고 말했습니다.

두 김양은 "배움터는 우리에게 목숨을 구하고 인생을 바꾼 곳"이라며 "청소년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해달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마을배움터에서 청소년 자해 문제에 대해 발표 중인 김지우(18)양. 마을배움터에서 청소년 자해 문제에 대해 발표 중인 김지우(18)양.
● 이메일로 예산 60% 삭감 통보…마을배움터 "이유라도 알려달라"

이런 배움터에 지난 10월 서울시가 메일 한 통을 보내 예산 삭감을 통보했습니다.

인건비는 6명분에서 2명분으로, 총 예산은 5억4000만원대에서 2억원대로 60% 깎겠다는 겁니다.

이대로면 해오던 사업을 모두 멈춘 채, 교사 4명을 내보내고, 공간 운영 정도 할 돈이라고 합니다.

마을배움터 심한기 대표는 "이유라도 말해주면 받아들일 텐데 죄송하다는 말만 한다"며 "서울시장 방침이라는 것 외에는 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매년 서울시 지도점검을 받고, 지난해 종합성과평가도 받았지만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었다는 겁니다.

 
지난해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서울시 민간위탁 종합성과평가 최종결과보고서 내용 중 일부.지난해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서울시 민간위탁 종합성과평가 최종결과보고서 내용 중 일부.
지난해 서울시가 외부 전문기관에 맡긴 성과평가 보고서를 보면, 배움터는 총점 81점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위탁금 관리 적정성과 예산집행 효율성 부분에서도 77점대를 받았습니다.

서울시 담당과 관계자도 "별다른 결격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지난달 24일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장을 찾아가 면담하고 있는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청소년들. 지난달 24일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장을 찾아가 면담하고 있는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청소년들.
반면 이원목 서울시 시민협력국장은 배움터의 우수한 평가 결과에 대해 과거 서울시 평가 기준과 과정 자체가 부실했단 취지로 답했습니다.

"엄밀하게 판단했어야 하는데 관행대로 사업하게 된 부분이 있다"며 "그때 평가 과정들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소통 없이 다급하게 예산 삭감을 통보한 것에 대해선 유감을 표했습니다.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지난 7월 말 시민협력국이 개편됐는데, 예산안 제출 때까지 "물리적으로 충분한 절차를 밟기엔 시간 제약이 있었다"며 "예산안이 확정되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이상훈 의원이 이원목 서울시 시민협력국장에게 질의하는 모습. 이 의원은 당시 "(인력 문제를) 예산 편성 다 끝내놓고 협의하겠다는 거냐"며 "이건 서울시가 갑질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지난달 29일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이상훈 의원이 이원목 서울시 시민협력국장에게 질의하는 모습. 이 의원은 당시 "(인력 문제를) 예산 편성 다 끝내놓고 협의하겠다는 거냐"며 "이건 서울시가 갑질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ATM기' 됐다"는 서울시…시의회와 타협점 찾을까

오세훈 시장은 지난 9월 '서울시 바로세우기'에 나서겠다 공언한 기자회견에서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ATM기'로 전락했다"고 거칠게 비판했습니다.

민간위탁 제도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일일히 챙기기 어려운 지역 공동체 곳곳의 요구와 문제들을 민간의 손을 빌어 관리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시의 필요에 따라, 정해진 평가 기준에 맞춰 일해온 단체들의 경우, 설명의 기회도 없이 '세금 도둑'으로 몰아가는 것에 억울함을 토로합니다.

시의회 김인호 의장은 "정책의 공과를 따져 잘못된 부분을 도려내고 수선해야 맞지, 손바닥 뒤집듯 갈아엎겠다는 발상은 너무 많은 피해자를 낳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10년 민간 위탁·보조금 1조원이 모두 낭비됐다는 말은 아니다"라며 "시민 세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최선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란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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