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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중국 반체제 미술가 아이웨이웨이 인터뷰

입력 2021-12-13 16:24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중국 떠나 유럽서 머물고 있는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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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중국 떠나 유럽서 머물고 있는 작가 서면 인터뷰

아이웨이웨이 '원근법 연구' 아이웨이웨이 '원근법 연구'

중국 천안문을 가운뎃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이 사진. 아이웨이웨이 작가의 '원근법 연구'라는 작품입니다. 지난달 개관한 홍콩M+문화박물관은 스위스 수집가로부터 '원근법 연구' 시리즈 28점을 기증받았지만, 작품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홍콩 보안법 시행 이후 친중 진영에서 아이웨이웨이를 비롯한 반체제 인사의 작품 전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생명 본연의 속성이자 인권의 기본적 가치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지난 11일 개막한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을 맞아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작가는 반체제 예술가로 특히 중국 공산당에 저항한 예술 활동과 인권 운동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08년 쓰촨 대지진 발생 이후 시민조사단을 꾸려 중국 정부가 사망자 숫자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설계에 참여해서는 정치범 구금과 감시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보여 중국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아이웨이웨이 '조명' 아이웨이웨이 '조명'

당국의 눈밖에 난 그는 스튜디오가 강제 철거되는 수난을 겪고, 2011년에는 탈세 혐의로 구금되고 여권도 빼앗겼다 4년 만에 돌려받기도 했습니다. 2015년부터 유럽에 머물고 있는 그를 서면으로 만나봤습니다.

-최근 홍콩 M+문화박물관이 '원근법 연구' 작품 사진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관내 전시에서도 제외했다. 중국 정부의 문화예술검열 강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데, 예술가로서 '표현의 자유'란 어떤 의미인가?

"표현의 자유는 생명 본연의 속성이란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없다면 생명의 중요한 특성, 인간으로서의 특성은 더이상 없게 된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는 어떤 정치체제에 대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인권의 기본적 가치인 것이다. 이 가치는 천부인권으로 어떤 권력이나 정치, 종교적 명분으로도 침해될 수 없는 권리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은 반드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지 모르거나 이미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표현의 자유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즉 현실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생명으로서 개체가 당연히 자신만의 특징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다른 종류의 미디어 작품을 시도할 수 있나?

"예술은 문제와 모순으로부터 나오고 이것들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정치 환경이 엄혹한 상황에서 작품을 만들지 못한다면 작품이란 것이 존재할 이유도 없다."

-코로나 팬데믹이 일상생활과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스스로의 상태를 조정해 새로운 제약에 적응하려 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각국의 정부와 문화가 어떻게 사람들의 일상을 제한하는지도 보았는데, 정부가 개인이 스스로의 생명을 관장하는 일에 제한을 가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개인의 기본권으로, 생로병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정부가 과도하게 권력을 사용했고, 중국이 가장 심했다. 그들은 군사적인 방식으로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려 했다."

-다큐멘터리 'Coronation'을 제작한 동기는 무엇인가?

"유럽에서 팬데믹이 심각해지던 시기에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생지인 우한의 상황을 다룬 Coronation을 완성했고, 유럽이나 아메리카의 주요 영화제에서 상영하려 했다. 처음에는 다들 반겼지만 결국 모두 거절했다. 이 사건은 현재 중국의 국가 위상이 유럽과 미국의 정치적 환경과 중국 시장에 대한 그들의 요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중국은 유럽, 미국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그들의 행동에 모든 면에서 그 국가들의 행동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나 중국 미술계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라고 보나?

"사실 중국미술계와 중국은 하나이다. 중국이 직면한 도전은 갈수록 막강해지는 정치적, 경제적 힘과 보잘것없는 가치체계로 어떻게 서방 자본주의, 가치체계를 설득하고 정복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도전은 점점 거세게 압박할 것이다. 중국 미술계는 태생적인 결함이 있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해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진리 추구와 사실 추구라는 입장을 포기했다. 언어와 다른 수단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예술을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길이다. 중국 미술이 생존하려면 이러한 태도를 전환해야할 것이다."

〈'인간미래' 국립현대미술관, 2021.12.11.~202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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