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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캔톤' 경제권 급부상…광둥성 GDP, 한국 추월했다

입력 2021-12-11 07:00 수정 2021-12-11 11:40

1~3분기 광둥성 GDP 1630조원
1530조원 韓보다 100조원 많아

제조기지·금융·첨단 ICT 기술력 결합
美서부 빅베이 견줄 경쟁력 구축 박차

거대 캔톤공급망 등장에 한국경제 기로
기회로 만들려면 기술력 우위만이 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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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분기 광둥성 GDP 1630조원
1530조원 韓보다 100조원 많아

제조기지·금융·첨단 ICT 기술력 결합
美서부 빅베이 견줄 경쟁력 구축 박차

거대 캔톤공급망 등장에 한국경제 기로
기회로 만들려면 기술력 우위만이 활로

선전에서 제조되고 있는 로봇들. 〈사진=선전상보 캡처〉선전에서 제조되고 있는 로봇들. 〈사진=선전상보 캡처〉
2021년 1~3분기 기준 한국의 GDP 규모가 중국 광둥성에 추월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공식 집계된 통계에서 한국이 광둥성에 추월을 허용한 것은 처음입니다.

광둥성은 중국 31개 성·시·자치구의 하나로 중국 개혁·개방의 기관차 역할을 했던 경제 1번지입니다. 개혁·개방이 본격화된 1980년대 이래 한번도 중국 내 경제 규모 1위 자리를 뺏긴 적이 없습니다.

10일 광둥성 통계국에 따르면 2021년 1~3 분기 광둥성의 GDP 규모는 8조 8000억 위안(약 1630조원)이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일 밝힌 1~3분기 한국의 GDP 1530조원을 오늘자 환율로 환산하면 8조 2800억 위안 입니다.

광둥성의 올해 1~3분기 GDP.  〈사진=광둥성 통계국 캡처〉광둥성의 올해 1~3분기 GDP. 〈사진=광둥성 통계국 캡처〉
중국 광둥성은 2020년에도 총 GDP가 11조800억 위안(약 2000조원)으로 1933조원을 기록한 한국보다 약간 많이 나왔지만 통계 방식과 평가절하된 환율을 감안하면 확실히 한국을 앞섰다고 보기엔 논란이 있었습니다.

2021년 1~3분기 중국 광둥성 경제는 전년 동기에 비해 21.2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성장률을 반영해 2021년 4개 분기 GDP를 추산하면 광둥성 경제의 한국 추월은 기정사실로 굳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2021년은 경제 규모에서 광둥성의 한국 추월을 공식화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선전시 전경. 〈사진=바이두백과〉선전시 전경. 〈사진=바이두백과〉

물론 광둥성 인구가 1억2600만명(2020년)이 넘으니 1인당 GDP는 한국의 절반이 안됩니다. 냉정하게 광둥성 경제가 한국을 추월했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 그 함의를 따져봐야 합니다.
중국 광둥성과 웨강아오 빅베이 지도. 〈사진=컬처트립닷컴 캡처〉중국 광둥성과 웨강아오 빅베이 지도. 〈사진=컬처트립닷컴 캡처〉

중국은 광둥성을 중심으로 선전과 홍콩·마카오를 아우르는 '웨강아오(광둥성·홍콩·마카오) 빅베이(big bay)' 건설을 공식화했습니다.

웨강아오 빅베이의 면적은 한국의 56%, 인구는 한국의 1.3배입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 광둥성의 제조업과 ICT 혁신 기지 선전의 성장동력을 기반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빅베이를 넘어서는 세계 최대 빅베이 경제권을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광둥성의 성도 광저우시 전경.  〈사진=바이두백과〉광둥성의 성도 광저우시 전경. 〈사진=바이두백과〉

광둥성 성도 광저우의 풍부한 인력과 거대한 기술집약산업군, 광둥성의 촘촘한 산업 인프라와 선전의 첨단 ICT 산업생태계, 홍콩의 금융산업, 마카오의 서비스산업을 결합해 강력한 캔톤(광둥의 영어식 명칭)서플라이체인(공급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면서 중국은 자급경제·자력갱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소비재는 중국 안에서 자급과 자족이 되도록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 중입니다. 자전거에서부터 자동차, 드론까지, TV에서 휴대폰까지 홍색공급망(red-supply chain)을 차근차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포문을 열고 바이든 대통령이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대중 공세는 홍색공급망 구축에 가속을 붙였습니다.
지난 10월 제 130회 캔톤 페어에 출품된 가전제품들.    〈사진=신화통신, 연합뉴스〉지난 10월 제 130회 캔톤 페어에 출품된 가전제품들. 〈사진=신화통신, 연합뉴스〉

홍색공급망을 통해 웬만한 부품은 중국 안에서 만들어 유통해 조달하겠다는 얘기죠. 게다가 구매력이 떨어지고 시장이 없어 해외에 수출해야만 했던 제품들도 이제 내수 시장에서 소화하고 있습니다. 샤오미가 만드는 다양한 생활가전 등을 떠올려보시면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차이나 홍색공급망의 중심에 '캔톤' 서플라이 체인이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있는 겁니다. '캔톤'은 17~18세기 광저우에 드나들던 서구 상인들이 붙인 광둥의 영어식 명칭입니다.

캔톤 공급망은 위치 선정도 기막힙니다. 동남아와 중국 동남 경제권과 한국·일본·대만의 교차로, 역세권에 깔고 앉아 있습니다. 선진 금융과 결합된 최첨단·기술집약 산업생태계로 무장한 경제권이 캔톤 빅베이입니다.
지난 9월 주하이 에어쇼에 출품된 여객기 모델.   〈사진=신화통신, 연합뉴스〉지난 9월 주하이 에어쇼에 출품된 여객기 모델. 〈사진=신화통신, 연합뉴스〉

선전·광저우를 앞세운 캔톤 공급망에 해상대교와 고속철을 깔아 홍콩·마카오까지 물리적으로 통합한 거대 산업 생태계. 이런 '공룡' 산업생태계의 등장 앞에서 우리의 선택은 뭘까요.

기존 우리의 대중 비즈니스 모델은 중간재·소재 등 상품과 서비스를 팔고 값싼 중국 제품을 수입해서 마진을 남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일부 영역 빼고는 많은 분야에서 기술력 격차가 거의 좁혀졌습니다. 4차산업혁명 분야에선 중국이 양과 질적으로 앞서가는 분야도 있습니다.

이 거대한 캔톤 공급망에 4차산업혁명 분야까지 탑재하게 되면 시장 경쟁력에서 우리가 설 자리가 없어질 지도 모릅니다. 선택의 여지가 있고 말고 할 게 없습니다.
지난 9월 추석 때 선전시에서 열린 중추절 페스티벌 장면.    〈사진=신화통신, 연합뉴스〉지난 9월 추석 때 선전시에서 열린 중추절 페스티벌 장면. 〈사진=신화통신, 연합뉴스〉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큰 캔톤 빅베이 경제권의 등장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기존 중국 시장과 차별되는 구매력 높은 시장이자 자족적 공급망을 구축한 탁월한 아웃소싱의 산업기지입니다.

문제는 우리의 기술력입니다. 우리가 이 지역보다 앞선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느냐 없느냐, 미래 산업 패러다임을 결정한다는 4차산업혁명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벼랑 끝에 선 것 같은 위기가 될 수도, 동남풍의 도움을 받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주하이 에어쇼에 출품된 F_35 전투기와 흡사한 중국의 FC-31 전투기 모델.   〈사진=신화통신, 연합뉴스〉주하이 에어쇼에 출품된 F_35 전투기와 흡사한 중국의 FC-31 전투기 모델. 〈사진=신화통신, 연합뉴스〉
1억명이 넘는 인구와 인프라, 기술, 자본 등이 뒷받침하는 캔톤 경제권의 잠재력이 본격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광둥성이 GDP 규모에서 한국을 제쳤지만 홍콩까지 얹은 캔톤 경제권으로 달리면 미국·중국·일본·독일 다음 자리까지 가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기회이자 위기인 캔톤 경제권의 등장을 예의 주시하면서 긴장의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진=바이두백과〉〈사진=바이두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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