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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생2 20번'..."왜 정상적으로 안풀었냐"는 평가원

입력 2021-12-10 18:20 수정 2021-12-1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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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생명과학Ⅱ 출제오류 소송, 이달 17일 1심 선고"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이 열린 10일 오후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재판을 마친 수험생과 소송대리인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이날 변론기일에서 "이 사건 판결을 17일 오후 1시 30분에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2021.12.10     m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법원 "생명과학Ⅱ 출제오류 소송, 이달 17일 1심 선고"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이 열린 10일 오후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재판을 마친 수험생과 소송대리인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이날 변론기일에서 "이 사건 판결을 17일 오후 1시 30분에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2021.12.10 m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정답 처리가 보류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생명과학 2 과목의 맨 마지막 문제에서인데요. 소송을 제기한 92명의 학생은 정답이 없다는 입장, 평가원은 분명한 정답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법원(서울행정법원 제6부)은 누구 말이 맞는지 가리기 전까지 일단 정답 처리를 보류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10일) 정답을 가리는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우선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동물 종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하는 이 문제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나열돼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이 조건을 풀다 보면 어느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 즉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생물 집단인데 어떻게 개체 수가 음수(-)가 나올 수가 있냐"고 생각해서 학생들은 계산을 10분 이상 반복했다고 합니다. 이 문제는 이번 시험에 나온 가장 어려운 세 문제 중에선 그나마 풀기가 나은 편이라서 먼저 손을 댄 학생들이 많았다는데요. 그러다 보니 여기에 시간을 몽땅 다 쓰고 나머지 어려운 문제는 찍는 상황도 생겼다고 합니다.

평가원은 줄곧 "풀면 풀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오늘 재판에서 평가원 관계자는 "설령 개체 수가 음수가 나오더라도, 정답을 구하는 데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 문제에는 조건이 7개 등장하는데, 개체 수가 음수가 나오는 조건은 그중 1개입니다. 이 1개의 조건을 굳이 살피지 않더라도 정답을 다 구할 수 있다는 게 평가원 주장입니다. 이에 더해서 "과학은 수학과 달리 모형을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발전하는 학문인 만큼, 개체 수가 음수가 나온다 할지라도 이 집단에 어떤 진화가 일어날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정상 풀이와 비정상 풀이
평가원은 재판부에 "정상적인 학생들이 어떤 풀이방식으로 접근하는지 잘 판단해달라"고 했습니다. "제시된 모든 조건을 살펴 개체 수가 음수라는 사실을 붙잡기보다는, 신속하게 보기를 판단하고 넘어가는 게 통상적"이라는 겁니다.

이 얘기를 듣던 20여명의 원고이자 학생 당사자들은 '허', '참'과 같은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원고 92명뿐 아니라 혼란을 겪은 수험생들의 풀이 과정은 비정상이냐"는 겁니다. 학생들은 직접 진술 기회를 얻어 "평가원의 풀이방법 외에도 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너무도 다양한데, 왜 이상적인 풀이방법만 상정해서 '풀면 풀 수 있다'고 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결국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풀이가 무엇인지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 되었습니다. 자신들이 푼 방식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그걸 부정당한 학생들은 억울하기만 합니다. 오늘 김종일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도 입장을 내고 "개체 수를 계산하지 않고 답을 푼 학생, 다시 검산할 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학생들만 '적절한 학업 성취 수준'을 가졌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평가원의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간편한 검산 방법 대신에 복잡한 2차 방정식을 다시 풀어 검산한 학생들이 손해를 본 문제"라는 겁니다.
원고들을 대리하는 김정선 변호사도 "답을 빨리빨리 구하고 넘어가는 시험이 수능이라면 학력고사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습니다.

재판이 끝난 뒤 학생들은 자신들이 받은 '공란' 성적표를 공개했습니다. 생명과학 2 점수란은 비어있는데, 당장 어느 학교에 지원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합니다.

오늘 재판에는 대학 입학처 관계자 등도 참석해 재판부의 빠른 심리를 요청했습니다. 당장 수시 합격자 발표가 16일이다 보니, 최저 등급 기준 등에 혼란을 주지 않게 그 전에는 선고를 내려달라는 겁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졸속 심리를 할 수는 없다"며 충분히 심리한 뒤 1심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날짜를 오는 17일, 다음 주 금요일 오후 1시 반으로 잡았습니다. 이에 따라 교육부도 대학 등과 논의해 추후 입시 일정을 논의할 거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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