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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축구 동화? FC셰리프가 숨겨둔 뜻밖의 세계

입력 2021-12-09 09:00 수정 2021-12-09 14:56

레알 마드리드 꺾었던 그 팀, 몰도바 분쟁지역의 그림자도 비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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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꺾었던 그 팀, 몰도바 분쟁지역의 그림자도 비춰



레알 마드리드는 잘 알아도 FC 셰리프 티라스폴(이하 FC 셰리프)은 잘 모릅니다. 올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서 레알 마드리드에 유일하게 패배를 안긴 팀, 지난 9월의 이야기지만 FC 셰리프는 그렇게 기억됩니다.

FC 셰리프는 몰도바 분쟁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 티라스폴에 있는 축구팀입니다. (사진=AP연합뉴스)FC 셰리프는 몰도바 분쟁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 티라스폴에 있는 축구팀입니다. (사진=AP연합뉴스)
구단 이름부터 낯설긴 합니다. 몰도바 리그에 속한 축구팀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몰도바 축구팀은 아닙니다. 사실 몰도바도 우리에게 익숙한 나라로 비치진 않지요.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있는 인구 350만명의 작은 나라,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몰도바는 격투기 선수 김동현의 사연으로도 알려져 있죠. 몰도바를 몰디브로 착각하는 바람에 몰도바에서 치를 경기에 뛰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몰도바의 분쟁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 (그래픽=유럽 자유 방송 캡처)몰도바의 분쟁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 (그래픽=유럽 자유 방송 캡처)

FC 셰리프는 꿈같은 여정을 마쳤습니다. 몰디브 리그를 대표해서 챔피언스리그 첫 출전, 그냥 본선에 선 것도 신기한데 지난 9월엔 레알 마드리드도 이겼습니다. 엄청난 이변이었지요. 조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 진출 티켓을 따지 못했지만 2승 1무 2패, 3위의 준수한 성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3위를 했기에 남은 시즌 유로파리그에서 못다 한 꿈을 펼칠 기회도 얻었습니다.

FC 셰리프는 티라스폴을 연고로 합니다. 티라스폴은 트란스니스트리아의 대표 도시입니다. 그리고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의 분쟁지역입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지역, 나라 같지만 나라가 아닌 이상한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트란스니스트리아에는 러시아 군인 2천명 정도가 상주하고 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트란스니스트리아에는 러시아 군인 2천명 정도가 상주하고 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몰도바가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독립했고, 트란스니스트리아는 곧바로 몰도바로부터 분리 독립을 선언해서 전쟁까지 치렀습니다. 티라스폴은 시간이 멈춘 도시로 불립니다. 여전히 옛 소련의 시간에 갇혀 있습니다. 러시아 군인 2000명 정도가 이곳에 상주하고 있으며, 여전히 러시아 영향력 아래 놓여있기도 합니다.

BBC 등 여러 언론은 이 지역의 어두운 이야기에 집중해 왔습니다. '부패와 조직범죄, 밀수가 성행하는 곳'이라고요. 또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정치·경제가 기업 '셰리프'에 지배당한 현실을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BBC는 '셰리프 그룹은 슈퍼마켓부터 건설사, 호텔, 주유소, 방송국까지 소유하며 지역 경제의 60%를 장악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1997년 축구팀 FC 셰리프도 창단됐습니다. 그냥 축구만 하기 위해 만든 팀이 아니라 정치 경제적으로 러시아와 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남미와 아프리카의 선수들을 데려와 차후 러시아에 높은 이적료를 받고 팔겠다는 계산을 한 것입니다. 현재 FC 셰리프 1군 선수단 29명 중 5명만이 몰도바 출신입니다. 외국인 선수들을 활용해 경쟁력을 키웠습니다. 몰도바 축구 무대서 19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예선을 통해 본선 무대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작은 축구팀의 동화 같은 성공 스토리와 맞닿아 있지요.
티라스폴 거리에 놓여 있는 레닌의 동상.  (사진=DPA연합뉴스)티라스폴 거리에 놓여 있는 레닌의 동상. (사진=DPA연합뉴스)

그러나 누구를 위한 축구인지, 누구를 위한 성공인지를 묻는다면 확실한 답을 찾기 어렵습니다. 기업 '셰리프'의 지원 속에서 가난한 몰도바 축구 무대에서 승승장구했고, 그 덕에 챔피언스리그에서 적지 않은 돈을 챙겼습니다. 그렇다고 몰도바 축구의 성장이라고 얘기하진 않습니다. 시선도 곱지 않습니다. 미국이 운영하는 '유럽 자유 방송'은 "축구팀 FC 셰리프는 기업 셰리프의 이익을 채우기 위해 활용됐고, 트란스니스트리아의 국제적 이미지를 높이는 수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인턴기자 오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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