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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차에 끌려 갔을 줄이야"…뺑소니로 긴급 체포된 택시 기사의 하소연

입력 2021-12-06 16:54 수정 2021-12-0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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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손님을 태우고 가던 택시기사 A 씨(68)는 교차로를 지나가다 차량 범퍼 쪽에 뭔가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곧바로 교차로를 빠져나와 차를 세우고 내려서 확인했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손님을 태우고 가던 길을 갔습니다.
택시기사 A씨(68)가 최근 경남경찰청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영철〉택시기사 A씨(68)가 최근 경남경찰청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영철〉

지난 6월 4일 새벽 경남 창원시 마산수출자유지역 정문 앞 사거리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당시 자정을 넘긴 데다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후 A 씨는 다음날 오후 창원서부경찰서에 출석하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A 씨는 곧바로 경찰서로 갔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A 씨는 다시 경찰관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해당 경찰관은 위치가 어디냐고 물었고 일단 차를 세우고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으라고 했습니다. 창원서부경찰서와 400m를 남겨둔 곳입니다. A 씨는 그 말에 따랐습니다.

그런데 10분 뒤 경찰관이 찾아와 수갑을 채운 뒤 A 씨를 경찰서로 호송했습니다.

경찰은 사건 당일 A 씨가 무단 횡단하던 50대 남성을 치고 교차로를 통과해 차를 세우는 사이 택시를 뒤따라오던 제네시스 차량이 이 남성을 수 킬로미터 끌고 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피해자의 시신은 다음날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인근에서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CCTV를 통해 1차 가해자인 A 씨의 택시와 2차 가해자인 제네시스 차량을 특정했습니다.
A씨가 사고 당시 운행한 택시 〈사진=A씨 본인 제공〉A씨가 사고 당시 운행한 택시 〈사진=A씨 본인 제공〉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무단횡단을 하던 피해자는 택시의 좌측 앞부분에 부딪혀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을 한 뒤 옆 차선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때 옆 차선을 달리던 제네시스 승용차가 곧바로 피해자를 끌고 갔습니다. 사고 현장에서는 피해자의 신발과 우산, 휴대폰 등 소지품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A 씨가 39m 떨어진 지점에 차를 세운 뒤 사고 현장에 가보지 않고 떠났다고 했습니다. 만약 A 씨가 사고 현장으로 갔더라면 소지품을 발견했고 자신이 사람을 치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도 있었던 부분이라며 뺑소니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A 씨를 긴급 체포한 이후 특가법상 도주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습니다.

A 씨는 교통사고는 물론 체포과정에서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내려서 보니 자신의 차에 찌그러진 흔적이나 파손 등 큰 문제가 없었고 주변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또 "경찰이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해서 가다가 경찰서 인근에서 미란다 원칙 고지 없이 갑자기 수갑을 채웠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가 사고 당시 운행한 택시〈사진=A씨 본인 제공〉A씨가 사고 당시 운행한 택시〈사진=A씨 본인 제공〉

이어 "경찰이 그렇게 체포할 거면 처음부터 잠복해서 긴급체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조사받으라 오라 해서 가던 사람을 그런 식으로 끌고 가냐"며 반발했습니다. "사고 당시 구호 조치 하려면 사람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 다른 차가 (피해자를) 끌고 갔을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사망한 피해자는 경찰관 가족입니다. A 씨는 이 때문에 자진 출석 하는 자신을 긴급체포한 거 아니냐는 의구심도 품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사망한 피해자는 다른 지역 경찰서 직원 가족은 맞지만 사건 처리와는 무관하다"고 했습니다. "당시 사안이 중대한 뺑소니 사망사고로 피의자가 특정되기 전부터 긴급체포와 차량 증거 확보 명령을 내렸다"고 했습니다. 또 "A 씨가 특정된 이후 조사관이 상부 지시와 다르게 자진 출석 전화를 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소재 파악을 한 뒤 즉시 긴급체포하라고 지시했다"고 했습니다. 조사관 임의 행동으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혼선을 빚은 겁니다.

이어 "그동안 뺑소니 사망사고의 경우 자진 출석을 하더라도 경찰서 인근에서 마음이 바뀌어 도망가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어 취한 조치였다"고 했습니다. 또 "A 씨가 미란다 원칙 고지 확인서에 서명도 했고 원칙적으로 사건을 처리했다"고 해명했습니다.

A 씨는 "미란다 고지 확인서는 당시 경찰 조사 과정에서 찍으라고 해서 찍었다. 법을 몰랐다"며 "체포과정이 너무 억울해 알아보니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A 씨 최근 경남경찰청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1인 시위를 했습니다. 내일(7일)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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