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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운전 못한다며 전동휠체어 의료급여로 안 준 지자체...법원 "처분 무효"

입력 2021-12-0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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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안전하게 운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유로 중증장애인에게 전동 휠체어 비용을 주지 않은 건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뇌병변 장애와 지체 장애가 있는 A 씨는 서울 강서구청에 전동휠체어 비용을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의료급여로 전동휠체어를 받을 수 있어서 신청한 건데, 구청은 "거동이 쉬운 장애인에게만 전동휠체어를 지급할 수 있다"는 규정을 내밀었습니다. A 씨는 지난 3월 구청의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고, 법원은 오늘(3일) A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위수현, 김송 판사)는 강서구청이 내민 의료급여법 규정이 위법하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법령보다 상위에 있는 장애인 보조기기법에 따르면 장애인 스스로 운전하는 전동휠체어뿐 아니라, 보조인이 운전하는 전동휠체어도 지급 대상이 되는 점을 짚었습니다.
운전 능력이 떨어지는 중증 장애인이라면 보조인이 조종하는 전동휠체어를 의료급여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의료급여를 받는 장애인들은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만큼, 중증 장애인들에게 전동휠체어를 제공해 가족들의 희생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등에서 보조인이 운전하는 전동휠체어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빼버린 건 장애인의 이동권 등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란 설명입니다.

또 A 씨의 경우 전동휠체어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고, 이를 의사 소견서 등을 통해 충분히 소명했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재판부는 본격적인 판단에 앞서 칼 닐슨의 책 '장애의 역사'의 한 대목을 인용했습니다.
"차별은 공기와 같아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눈을 떠도 보이지 않지만,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은 삶의 모든 순간을 차별과 함께 살아간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사회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약함을 알고 돕는 '상호의존적 공동체'의 가치가 우리 헌법에도 스며들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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