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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술 맛 모르는 전종서·손석구, 깊은 주당의 향기

입력 2021-11-23 11:24 수정 2021-11-2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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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정가영 감독)' 스틸 〈사진=CJ ENM〉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정가영 감독)' 스틸 〈사진=CJ ENM〉

술 맛을 모른다는 전종서와 손석구가 오로지 연기로 하이퍼리얼리즘 음주·주사를 살려내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일 전망이다.

전종서와 손석구가 24일 공식 개봉하는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정가영 감독)'를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연애는 싫지만 외로운 건 더 싫은 자영(전종서)과 일도 연애도 뜻대로 안 풀리는 우리(손석구)가 이름, 이유, 마음을 다 감추고 시작한 특별한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극중 전종서는 호기롭게 연애 은퇴를 선언했지만 매일 밤마다 견디기 힘든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무한 흑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영으로 웃픈 공감대를 자극한다. 손석구는 일과 사랑 그 무엇 하나 똑 부러지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우리로 분해 사랑 앞에 왠지 작아졌던 모두의 기억을 소환하며 보호본능과 함께 짠내나는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스크린 로맨틱 코미디물은 두 배우 모두 처음. 사회에 적당히 찌들고 경험도 할만큼 해봤다 싶지만 정체된 성장 속 무거운 책임감은 뒤따를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여자와 남자는 '데이팅 어플'을 연결고리로 '술'과 함께 맺어진 인연을 끊어내지 못하며 요즘 세대가 즐긴다는 연애의 단면을 발칙하고 과감하게 전한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정가영 감독)' 스틸 〈사진=CJ ENM〉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정가영 감독)' 스틸 〈사진=CJ ENM〉

과장을 조금 보태 러닝타임의 8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음주신은 긴 분량만큼이나 자칫 잘못하면 지루함과 오글거림을 동반하기 딱 좋은 시퀀스다. 술도 맛깔나게 마셔야 하고, 술에 취한 채 궤변도 늘어놔야 한다. 전종서와 손석구는 실제 전종서와 손석구의 일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현실감 넘치는 생활연기를 뽐낸다.

무엇보다 놀라운 지점은 전종서와 손석구 모두 평소 술을 가까이 하지 않는 타입이라는 것. 전종서는 인터뷰에서 "사실 나는 소주를 한 잔도 못 마신다. 그래서 주량이라고 할 것도 없다. 알코올 해독 능력이 체질적으로 없는 것 같다. 술을 무슨 맛으로 먹는지도 모르겠고, 왜 마시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항상 보면 술자리에는 끝까지 있으려고 한다. 재미있게 잘 있기도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손석구 역시 "술을 즐겨마시지는 않는 편이다"며 "주변에도 술 마시는 친구들이 거의, 아예 없다. 회식 때나, 1년에 연중행사처럼 마시는데 요즘엔 코로나 시국도 겹쳐 안마신지 진짜 오래됐다. 전혀 안 즐긴다"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연기는 손색없이 해냈다. 이는 '관찰'의 영역이다. 손석구는 "내 실질적 경험을 연기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매 작품, 매 캐릭터 그럴 수는 없다. 경험치가 쌓이지 않은 부분도 연기를 해야 할 때가 있는데 음주도 마찬가지다. 술마시는 것을 연기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심도깊게 관찰을 하게 된다. '아, 사람들이 술을 마실 때 저렇게 잔을 잡고, 저렇게 기우뚱 하는구나' 술 맛은 모른다"고 밝혔다.

전종서는 "촬영할 때 술을 물처럼 마셔서 감독님이 그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적이 있었다. 감독님은 되게 애주가인데, 나는 술 마시는게 술 같지 않고 '너무 물마시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 습관이 안 돼 있으니까 계속 물 마시듯 마시게 되고, 그걸 신경쓰다 보면 대사를 잊고. 경험해 보이지 않아서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름 연구하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정가영 감독)' 스틸 〈사진=CJ ENM〉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정가영 감독)' 스틸 〈사진=CJ ENM〉
영화의 전반적 이야기를 관통하는 데이팅 어플 소재에 대한 생각도 비슷하다. 전종서는 "데이팅 어플을 통해 누군가와 덥석 만나 밥을 먹고 하는 행동들도 나와는 다르다. 난 사석에서 밥만 먹더라도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소개팅을 해본 적도 없다. 소극적인 스타일이기도 하고. 인위적 만남 추구보다는 소극적인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손석구도 "만남은 다 인연이고, 우연일 수 있으니까. 어떻게 만나든 상관은 없는데, 데이팅 어플을 해본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 친구 중 한명이 데이팅 어플로 만남을 이어가다 상처받는 것을 보면서 '너무 많이는 하지 말아라'라고 다독여준 적은 있다. 그건 개인의 선택 영역이지만 나랑은 안 맞는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녹여냈지만, 배우들 입장에서는 현실과 다르기에 재미로 풀어냈던 연기들. 배우들의 연기엔 이견이 없을 법한 영화다. 다만 가벼움과 묵직함의 끝과 끝을 달리는 '연애 빠진 로맨스'가 스크린에 오랜만에 등장한 데이트 무비로 관객들을 얼마나 이끌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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