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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땐 솔샤르처럼 떠나라...아름답게 이별하는 법

입력 2021-11-23 10:54 수정 2021-11-2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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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샤르 전 맨유 감독. 〈사진=EPA 연합뉴스〉솔샤르 전 맨유 감독. 〈사진=EPA 연합뉴스〉

이런 감독도 있습니다. 분명 성적이 안 좋아 경질됐는데 마지막까지 구단과 친절하게 인터뷰까지 하고 떠나는 사람, 더구나 눈물까지 흘리며 팀을 향한 사랑과 동료를 향한 지지를 보내는 사람. 원치 않는 해임이라 원망도 쏟아내고 분노도 터뜨려야 할 텐데 이 사람은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3년간 이끌었던 솔샤르 감독(48)입니다.

마지막에 남긴 말도 근사합니다. 존중이 묻어납니다. “나는 떠날 때 정문으로 나갈 것입니다. 이 클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맨유는 나에게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저는 비켜설 때입니다."


솔샤르 맨유 전 감독. 〈사진=EPA 연합뉴스〉솔샤르 맨유 전 감독. 〈사진=EPA 연합뉴스〉

솔샤르를 기억하는 여러 장면이 있습니다. 선수 시절 최고의 해결사였지요. 1999년 바이에른 뮌헨과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종료 직전 터뜨린 역전 골. 그 덕에 맨유는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뒤늦게 교체 투입돼 시간이 부족해 보이는데도, 골을 척척 만들어냈습니다. 골 결정력은 탁월했습니다.

박지성도 자서전에 솔샤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솔샤르는 이런 말을 해주곤 했다지요. “골대는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패스가 어디로 오든 간에 (골대) 그곳으로 차넣으면 되는 것이다. 슛은 차는 것이 아니라 갖다 대는 것이다.”

솔샤르의 따뜻한 품은 지난달 리버풀과 치른 홈경기 직후에도 드러났습니다. 라이벌팀에 0대5 대패. 온갖 비난이 쏟아지던 그 날, 솔샤르는 경기장을 빠져나오면서 늦게까지 기다린 팬들과 만났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사인을 해줬습니다. 패배에 실망하고 충격에 젖어 있어야 할 때, 그는 평소와 똑같이 팬들을 찾아갔습니다.

10월 리버풀전 0대5 대패 후 팬들에게 사인해주는 솔샤르. 〈사진=영상 캡처〉10월 리버풀전 0대5 대패 후 팬들에게 사인해주는 솔샤르. 〈사진=영상 캡처〉

맨유와 결별한 날 조차도 자동차를 타고 나가는 길목에서 그는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줬습니다. 어느새 맨유 다음 감독이 누구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갑니다. 솔샤르는 비정한 축구의 세계에 '멋진 퇴장', '아름다운 이별'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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