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두 나라 정상이 만나도 미국과 중국 간의 그간의 갈등이 그렇게 쉽게 풀릴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소식이었는데요. 두 나라의 충돌이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부분이 또 있습니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압박입니다.
김영민 기자입니다.
[기자]
문제가 된 건 반도체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극자외선 노광장비'라는 첨단 설비입니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강한 빛을 쪼여서 회로를 그리는 장비로, 반도체 장비 분야 세계 2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합니다.
한 대당 가격만 1500억 원인데, SK하이닉스는 한국 이천과 중국 동부 우시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서 이 장비를 들일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미국 백악관이 공개적으로 반대에 나섰습니다.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의 기술이 중국군의 현대화를 돕는 최첨단 반도체에 쓰이지 않도록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이닉스가 도입하려는 장비가 자칫 중국군의 첨단무기 생산에 이용되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근거로 든 건 미국의 전통 우방 40여 개국이 참여한 바세나르 협정입니다.
테러국과 적성국에 전략물자나 기술을 수출하는 걸 통제하기 위한 건데,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미국은 중국에 첨단 장비를 판매하면 이 협정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에 장비를 들이면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40여 개 국가가 한국에 각종 첨단 장비 공급을 끊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겁니다.
네덜란드도 이 협정을 준수해 2019년 6월 이후 중국 기업에 노광장비를 파는 걸 금지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피터 베닝크 ASML CEO가 2500억 원가량의 투자를 위해 한국을 찾은 상황.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무 부처도 곤혹스러워합니다.
[박재근/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가 신규 D램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은 우리 한국 반도체 업체의 중국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일단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선에서 향후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대응해 나가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