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스트롱맨' 김강립 식약처장 "물 밑서 갈퀴질 하는 백조같은 조직"

입력 2021-11-18 18:00 수정 2021-11-18 18:28

취임 1년 맞아 간담회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취임 1년 맞아 간담회

트위터에는 이른바 '덕질계'가 있습니다. 함께 올라온 사진은 김강립 식약처장이 보건복지부 1차관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4월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에 출연한 모습입니다. 〈사진=트위터 캡쳐〉트위터에는 이른바 '덕질계'가 있습니다. 함께 올라온 사진은 김강립 식약처장이 보건복지부 1차관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4월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에 출연한 모습입니다. 〈사진=트위터 캡쳐〉
'스트롱맨'이라는 별명, 들어보셨나요? 주인공은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입니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얼굴이지요.

보신 것처럼 트위터에는 이른바 '덕질계', 그러니까 열혈 팬 계정까지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해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맡으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덕으로 보입니다.

이 유명한 '스트롱맨'이 식약처장에 발탁된 건 지난해 11월입니다. 보건복지부 1차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에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어제(17일) 충북 청주시 오송 식약처에서 기자들을 만났습니다.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이런 소감부터 밝혔습니다.

"지난 1년 식약처는 가보지 않은 길을 꽤 많이 갔습니다. 어쩌면 복지부에 비해 화려하지 않고 (업무 성과가) 티가 잘 안 나는 기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산 치료제 허가, 백신 도입 허가와 출하승인 등 성과에 내부적으로는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끄는 조직을 '백조'에 은근히 빗대기도 했습니다. "밑에서는 엄청나게 갈퀴질 하고 있는데, 물 위에서는 평온해 보이는 곳"이라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 처장이 간담회에서 전한 뒷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규제 고민은 코로나가 남긴 큰 자산"


'스트롱맨'이라는 별명은 김강립 처장 본인이 스스로 붙인 겁니다. 사진은 역시 앞서 소개 드린 10살 펭귄 '펭수'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을 때입니다. 〈사진=유튜브 '자이언트 펭TV' 캡쳐〉'스트롱맨'이라는 별명은 김강립 처장 본인이 스스로 붙인 겁니다. 사진은 역시 앞서 소개 드린 10살 펭귄 '펭수'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을 때입니다. 〈사진=유튜브 '자이언트 펭TV' 캡쳐〉
먼저 김 처장은 '규제'에 얽힌 기업들과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해외 제약사의 코로나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곳입니다. 이런 기업 관계자들은 국내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승인 절차 등을 거친 뒤 이렇게 털어놨다(?)고 합니다.

"식약처가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기가 제일 어려웠습니다. 솔직히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이걸 통과하고 나니 다른 나라 기준은 다 무난히 넘겼고, 제약사 측에서도 별다른 추가 요구 없이 통과시켜 주더군요."

그러면서 김 처장이 말한 건 '기업 친화적' 규제입니다. 단순히 기업 편을 들자는 게 아니라, 발전적 의미를 담은 표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글로벌 수준에서 우리가 안전 규제를 낮출 수는 없다"면서 "제일 높은 수준을 유지하되, 기업들이 이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같이 지원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 처장은 "코로나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발전해야 한다"면서 "가장 큰 자산은 바로 이런 규제에 대한 고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철저한 규제와 지원이라는 '투 트랙'을 통해 바이오매스 사업을 발전시키고, 결국 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 "치료제 '렉키로나' 승인 놓고 노심초사"

김 처장은 잠시 약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국산 항체치료제인 '렉키로나' 허가 절차를 소개하면서입니다. 식약처는 이 치료제를 지난 2월 조건부 허가했는데, 불과 40일 만의 '초고속'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유럽에서는 허가가 한동안 안 났습니다. 여기에 대해 김 처장은 이렇게 털어놨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우리보다 심각한) 유럽에서 이렇게 오래 허가가 안 나는 이유가 뭘까 궁금하기도 하고, 우리와 다른 결정이 나오면 식약처의 규제 역량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제기 받을 수밖에 없어서 노심초사했습니다."

결국 유럽의약품청(EMA) 허가는 9개월 만인 이달에야 났습니다. 여기에 대해 김 처장은 "우리 심사에 대한 일종의 '국제적 공인'을 받은 것 같다. 직원들과 제게 큰 자부심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소식을 접한 뒤, 김 처장은 직원들에게 격려 문자도 보냈다고 합니다. "40일 만에 허가했지만, 저기(유럽)서 9개월 검토한 만큼 우리도 철저하게 잘했다"는 내용입니다. 각종 백신 도입에 따라붙은 허가 과정에서 고생한 직원들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혹시 우리 실수로 검사가 잘못돼 백신이 예정대로 도입되지 않으면, 예약한 분들이 접종을 못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맘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너무 바쁘다 보니 신혼 한 달 동안 집에 못 들어가서 남편이 '누구시냐'고 했다는 직원도 있었다니까요."


■ "전문가들이 소신 갖고 일하도록"


식약처는 지난 2월 '신종감염병백신검정과'를 신설했습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각종 백신에 대한 품질 분석을 담당합니다. 〈사진=박민규 기자〉식약처는 지난 2월 '신종감염병백신검정과'를 신설했습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각종 백신에 대한 품질 분석을 담당합니다. 〈사진=박민규 기자〉
김 처장은 또 현행 규제를 큰 틀에서 '개선'하는 일도 강조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식품 관련 기준인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을 완전 전자화하는 '스마트 해썹'을 지향한다고 소개했습니다. 1년에 한 번 점검하는 걸 넘어, 정보를 디지털화해서 실시간으로 전 공정을 감독하겠다는 겁니다.

의약품과 관련해선 "제조 과정에서 거짓 정보를 넣거나 심지어 전산 기록을 조작하는 행태를 접하고 놀랐다"며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방식 변화를 통해 처벌을 강화할 것"이란 계획도 밝혔습니다.

'큰 틀에서 지향하는 또 다른 목표가 있느냐'는 JTBC 기자의 질문을 받고는 이런 답을 했습니다.

"평생 식약처에서 규제·심사·자문해온 전문가들이 좀 더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규제 과학'을 전문적으로 키우고, 역량을 갖춰서 관련 기업 등에 제대로 된 '규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다만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닌 만큼, 김 처장은 멀리 내다봤습니다. "제가 있을 때 출발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음 정부 누가 들어서든 큰 관심을 갖고 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 "약물 이름, 영어 용어 외우기 고역"

취임 뒤 공식 석상에서 처음 기자들을 만난 김 처장은 소탈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높은 강단이 있는 대강당에서 열린 간담회였지만, 기자들이 앉은 자리로 내려와 시선을 맞췄습니다.

"약물 이름도, 각종 용어도 영어가 많아 외우기 너무 고통스러웠다"며 짐짓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식품이나 의약품 전문가가 아닌 복지부 관료 출신으로 식약처를 이끌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자신감에서 비롯한 '여유'가 묻어난 대목이 아닌가 합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