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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계좌가 위험하다"…고전적 수법에 알고도 당하는 이유는?

입력 2021-11-1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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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 받는 그 순간에 탁 넘어갔어요. 은행 직원을 못 믿게끔 이렇게 하더라고요. 보이스피싱 말만 들었지 직접 체험을 안 한 상태에서는 못 느끼겠더라고요. 그날부터 한 3일간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사진=JTBC뉴스룸 캡처〉〈사진=JTBC뉴스룸 캡처〉

지난 10일 오전 8시 50분, 울산에 사는 50대 이모 씨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우체국입니다. 신청하신 신용카드 안 찾아가서 전화 드렸습니다.”
이 씨는 신용카드 신청한 적 없다며 전화를 끊으려고 했습니다.
우체국에서 오전 9시 전에 전화했냐며 속으로 의아해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은행 내부 정보가 유출된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은행 직원이 고객님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만든 거 같습니다.”

최근 이런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경찰이 조사하고 있는데 바로 신고해주겠다면서 경찰이 전화할 거라고 했습니다. 이 씨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1분 뒤 또다시 집 전화가 울렸습니다. 이번에는 경찰이라고 했습니다. 우체국으로부터 조금 전에 신고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 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최근 몸이 좋지 않아 실직한 상황에서 농협 통장에 있던 전 재산과 다름없는 3천만 원을 떠올렸습니다.

〈사진=JTBC뉴스룸 캡처〉〈사진=JTBC뉴스룸 캡처〉
전화를 건 경찰관은 내부 정보를 유출한 은행 직원이 누구인지 아직은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가 가진 계좌와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를 캐물었습니다.
이 씨는 모두 말해줬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농협 직원을 의심하며 농협 직원이 지금 당장 이 씨 계좌에서 돈을 찾아갈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금융감독원에서 도와줄 거라고 했습니다.

또 1분 뒤 이 씨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발신번호가 없었지만 이 씨는 받았습니다. 예상대로 금감원 직원이었습니다. 이 씨는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이 씨는 자신이 어떻게 하면 되냐고 되물었습니다. 금감원 직원은 돈을 모두 찾는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즉시 가까운 농협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서를 붙였습니다.

“지금부터 휴대폰을 절대 끄지 마세요. 모든 상황이 녹음 됩니다. 당신이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건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저와 통화하고 있다는 것을 그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됩니다. 특히 농협 직원들을 믿지 마세요. 혹시나 왜 현금이 필요하냐 물어보면 가족 병원비라고 말하세요.”

이 씨는 근처 농협으로 달려갔습니다. 창구에서 3천만원을 모두 현금으로 달라고 했습니다. 농협 직원은 보이스피싱이라고 했습니다. 지점장까지 나서서 말렸습니다.
이 씨는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농협 직원이 자신의 전 재산을 몰래 노렸다는 생각에 오히려 분노했습니다.
〈사진=JTBC뉴스룸 캡처〉〈사진=JTBC뉴스룸 캡처〉

농협 직원의 신고로 경찰이 왔습니다. 인근 울산 화봉파출소 경찰관들입니다.
이 씨는 완고했습니다. 그 누구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최상훈 경위가 왜 현금이 필요하냐고 물자 이 씨는 가족 병원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최 경위는 누가 아프냐 어디 병원이냐고 묻었습니다. 이 씨는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습니다.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계속 의식했습니다.

결국 최 경위가 이 씨 손에 있던 휴대폰을 뺏어 들었습니다. 발신번호가 없는 누군가와 1시간 넘게 통화하고 있었습니다. 최 경위가 전화를 넘겨받자 상대방은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이 씨는 그제야 자초지종을 말했고 보이스피싱에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만약 이 씨가 돈을 찾았다면 보이스피싱 전달책에게 넘기는 수순이 기다리고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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