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을 내내 기세가 꺾일 것 같지 않던 두산이 '막내 구단' KT에 연달아 2패를 당했습니다. KT 이강철 감독은 승리 비결로 수비를 꼽았는데, 그 단단한 수비를 이끈 건 서른 일곱 박경수였습니다.
온누리 기자입니다.
[기자]
KT는 1회 초부터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는데 박경수가 몸을 날려 팀을 구했습니다.
빠져나가는 타구를 막아낸 뒤, 두 명의 주자를 잡고 단숨에 흐름을 돌려 스무 살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했습니다.
[박용택/경기 해설위원 : 저게 38세 내야수가 할 수 있는 수비예요?]
상대 점수를 막아내고 가슴을 치면서 기뻐한 박경수는 5회, 과감한 주루로 직접 점수도 냈습니다.
안타를 치고 나가 심우준의 번트 안타 때 2루에 진루하고는 조용호의 우전 안타가 터지자 과감하게 달려 홈을 밟았습니다.
3타수 1안타 1득점, 기록으론 평범해 보였지만 가장 필요한 순간 빛난 활약으로 후배들을 이끌면서 2차전 MVP로도 뽑혔습니다.
[박경수/KT : 제가 잘한 게 아니라 저희 고참들이 다 힘을 합쳐서 잘한 것 같습니다.]
온몸을 던진 형의 활약에, KT 선수들도 단단해졌습니다.
박경수가 이끄는 KT 내야 수비는 네 차례나 더블플레이에 성공했고 결국 6-1 승리로 한국시리즈 2연승을 올렸습니다.
[이강철/KT 감독 : 그 타구가 빠졌으면 승기를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힘들었을 텐데 박경수 선수 수비와 조용호 선수 추가점이 컸던 것 같습니다.]
프로 19년 차지만, 박경수의 야구가 꽃핀 건 사실 서른이 넘어서였습니다.
20대에 타율 2할 5푼을 넘기 힘들던 타자는 신생팀 KT로 팀을 옮긴 뒤 타격에 눈을 떴고 6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그리고 서른 일곱이 된 올해, 야구 인생 19년 만에 처음 선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노련함이 얼마나 빛나는 무기인지를 팬들 앞에 보여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