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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찾던 엄마, 노숙인 시설서 발견

입력 2021-11-15 20:10 수정 2022-02-0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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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족의 배웅을 받고 집을 나선 어머니가 실종된 지 20여 년 만에 어느 노숙인 시설에서 발견됐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간 곳은 군사정부가 여성 노숙인들이 지낼 수 있게 하겠다면서 만든 '영보자애원'이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제2의 형제복지원 사건'이라면서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공다솜 기자입니다.

[기자]

아시안게임을 1년 앞둔 1985년, 경기도 용인에 영보자애원이 들어섭니다.

당시 정부는 갈 곳 없는 여성 노숙인들이 머물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끌려간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들이 드러났습니다.

1980년대 가족의 배웅을 받고 출근을 하겠다고 집을 나선 뒤에 사라진 임모 씨가 그렇습니다.

[오충빈/고 임모 씨 아들 : 외할머니하고 큰이모하고 저하고 위에서 엄마 내려가는 걸 보고 손을 흔들었던 기억이 나요. 엄마도 손을 흔들고 갔던 기억이 마지막이에요.]

경찰에도 실종신고를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임씨의 소식을 알게 된 건 이미 주민등록번호까지 말소된 뒤인 2007년 5월이었습니다.

영보자애원에 어머니가 머물고 있으니 데려가라는 연락을 받은 겁니다.

누군가 자신을 강제로 끌고 갔다는 말을 남긴 어머니는 다시 만난 지 3년 만에 숨을 거뒀습니다.

[오충빈/고 임모 씨 아들 : (어머니가) 서울역에서 누가 데려갔다는 얘기는 했었어요. 어머니의 삶 자체를 다 빼앗아간 거죠.]

이같은 문제는 2017년에 진행된 면담 조사에서도 드러난 바 있습니다.

[박병섭/당시 민간조사관 (2017년) : 제일 충격적인 건 이분들이 부랑인이 아니었다는 것. 아무 죄 없는 일반 시민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잡아간 거죠.]

당시 면담한 사람의 절반 가까이가 강제로 입소하거나, 어떻게 오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스스로 왔다는 사람은 12%에 불과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이 모인 공동대응팀은 1970년대 부산에서 부랑인들을 강제로 가두고 노역을 시킨 형제복지원 사건과판박이라고 주장합니다.

[염형국/공익인권법 재단 '공감' 변호사 : 부랑인들은 어떠한 방어권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이런 강제수용은 적법절차 원칙에 반하는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에 해당됩니다.]

그러면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영보자애원의 강제 수용 피해를 조사해달라고 진정서를 냈습니다.

영보자애원 측은 "당시와 지금은 운영진이 다르다"며 "오래전 일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화면제공 : 서울사진아카이브)
(영상디자인 : 김충현)

※알려왔습니다
영보자애원은 "현재 입소된 생활인들은 과거 서울 대방동 남부부녀자보호소에서 전원된 사람들이며, 영보자애원은 여성부랑자들을 강제수용하거나 감금한 바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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