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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혁 "열정 넘쳤던 젊은시절 지나…고뇌와 함께 산다"

입력 2021-11-15 08:36 수정 2021-11-1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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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릉(윤영빈 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장혁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영화 '강릉(윤영빈 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장혁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액션 누아르 장르에 있어서는 원 없이 하고 싶은 것을 다 쏟아부은 모양새다.

배우 장혁(46)이 영화 '강릉(윤영빈 감독)'을 통해 시니컬하면서도 목표하는 먹잇감이 있다면 절대 놓치지 않는, 나의 생존을 위해 거슬리는 모든 것을 제거하는 인물로 한층 더 깊이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액션에 일가견 있는 배우로 실망없는 기술력에 어두운 감정선까지 장혁표 누아르 캐릭터를 또 하나 완성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바닥을 기어이 맛 본 셈이다.

지난해 9월 개봉한 '검객(최재훈 감독)'에 이어 코로나 시국 선보이는 두번째 영화다. '검객'이 사극 누아르였다면 '강릉'은 현대판 누아르. 두 작품 모두 날카로운 칼을 손에 쥐었다. 장검을 들고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혁이나, 신체의 일부분이 된 듯 수트를 빼입고 칼과 한 몸처럼 움직이는 장혁이나 연기·비주얼 모두 합격점인건 다름없다.

현장 의자에 '열정 장혁'이라 대놓고 써붙일 정도로 오로지 열정과 함께 살았던 20대 장혁은 고뇌와 무게감을 머금고 어느 덧 40대 중반이 됐다. 색채와 밀도감은 사뭇 달라졌을지언정 연기를 대하는 자세는 한결 그 자체다. 다만 최근들어 밝은 캐릭터와는 사뭇 멀어진 듯한 필모그래피에 아쉬움을 표하는 관객들이 있는 것도 사실. 장혁은 "나도 밝은 작품 좋아한다. 앞으로는 많이 해 볼 생각이다"며 미소지어 새로운 기대를 표하게 했다.

 
영화 '강릉(윤영빈 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장혁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영화 '강릉(윤영빈 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장혁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강릉(윤영빈 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장혁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영화 '강릉(윤영빈 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장혁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강릉'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 작품이 나에게 처음 들어왔던건 촬영일로부터 2년 6개월 전이었다. 누아르적인 장르가 오랜만이라 신선하기도 했지만, 이민석이라는 캐릭터가 독특하기도 했다. 악의 축인데, 벽 같은 존재다. 어떤 상황을 와해시키고, 방해하는 것이 빌런이라면 민석은 직선 방향으로 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방향까지 생각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이민석이라는 빌런 아닌 빌런을 연기해보고 싶었고, 주변 인물, 캐릭터들도 풍성해질 수 있겠다는 마음에 선택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어떤 느낌이었나.
"각자가 느끼는 쓸쓸함이 크게 와 닿았던 것 같다. 이 영화는 결국 누아르라는 장르를 활용해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연대감이 깨져가는 과정이 쓸쓸하면서 씁쓸하더라. 촬영하는데 강릉 바다도 쓸쓸해 보였다.(웃음)"

-유사 소재를 다룬 비슷한 장르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강릉'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이야기의 밀도감이 꽤 촘촘하다. 순박하게 시작되는 각각의 포지션이 날카로워지고, 이면적인 부분을 드러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날카로웠던 사람도 알고보면 연약한 사람이고, 허허실실 평화를 추구하는 것 같은데 필요할 땐 날카로워지고. 표면적인 것이 이면적으로 바뀌는 순간이 있는데, 그 지점이 시나리오에도 녹아 있었다. 보여지는 액션보다 관계의 변화가 핵심 아닐까 싶다."

-이민석은 무자비하면서도 나름의 연민이 느껴지는 복합적 인물이다.
"무자비한 빌란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반대의 느낌이 있으니 '더 무자비해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민석은 가만히 보면 정신적인 질환까지도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친한 친구를 살해하고 강릉으로 흘러 들어간다. 영화에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오프닝에서 항구 어부가 이민석이 타고 있는 배를 발견했을 때 '깨우면 안돼. 깨면 안돼'라는 식의 말을 한다. 계속 갇혀있고 갇혀있어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실제로 몸은 움직이는데 생각은 갇혀있는 인물로 해석했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케이스일까.
"이민석도 처음엔 희망을 갖고 살았을 것이다. 그러다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그렇게 살아 온 친구들과 살기 위해 뭉쳐 다니는 입장이니까. 나름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표면적인 연대를 바탕으로 이면적인 각자도생 아닐까. 마지막 액션도 거친 바다를 건너가는 사람의 느낌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끝끝내 배 안에 갇혀 나오지 못했다고 본다."

 
 영화 '강릉(윤영빈 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장혁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강릉(윤영빈 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장혁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강릉(윤영빈 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장혁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영화 '강릉(윤영빈 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장혁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번엔 주로 칼을 쓰는 액션을 소화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액션 디자인을 무술 감독님과 같이 생각하고 논의하면서 만들었다. 보여주기식 화려함보다 생존을 위해 맞으면서 나아가는 것에 중점을 뒀다. 거기에 칼을 늘면서 날카로움을 배가시켰다. 사실 테크닉적인 부분은 오랫동안 액션 트레이닝을 하다 보니까 큰 어려움은 없었다. 디테일한 감정적 표현에 신경썼다."

-민석의 비주얼도 돋보였다. 따로 몸 관리를 했나.

"평상시 운동했던 양을 좀 더 늘려서 몸 자체는 수축시키려고 했다. 이민석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고, 예민하기 때문에 날카로워 보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말라서 눈만 퀭한 느낌 있지 않나. 그런 여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 체중을 많이 줄였다. 굉장히 매서운, 초겨울의 바람 같은….(웃음) 의상도 다양한 의견이 있었는데 단벌로 합의를 봤다."

-액션대표배우로 오랜시간 언급되고 있다. 자부심 혹은 부담감이 있을까.
"그동안 해왔던 장르 안에서 액션을 요하는 부분들이 많아 그런 이미지를 만들고, 표현을 얻게 된 것 같은데 당연히 감사하다. 근데 요즘엔 액션에 감정까지 풀어나가야 하는 스토리가 많아진 것 같다. 그것을 잘하는 후배들은 정말 너무 많다. 예전에는 액션 따로 감정 따로였는데 지금은 아니다. 훨씬 더 잘하는 배우들이 많다고 본다."

-유오성과 드라마 '장사의 신-객주'(2015) 이후 6년만에 다시 만났다.
"오랜만에 같이 하게 됐다. 누아르 장르에 특화된 배우이고, 신뢰감 있는 선배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은 기본적으로 묵직함이 있다. 유오성도 그렇고 유오성이 연기한 길석도 그런 인물인 것 같다. 오성 형님이 갖고 있는, 뿌리 내려져 있는 묵직함이 시너지로 발휘된 것 같다. 사실 함께 호흡맞춘 신은 세 장면 정도 밖에 안 된다. 잘 맞았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누아르, 액션 장르에서 유독 빛나기는 하지만 밝은 작품에서도 볼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밝은 작품 좋아한다. 앞으로 많이 해 볼 생각이기도 하다. 그동안 아주 안했던 것은 아닌데, 아무래도 누아르 장르가 뭔가 대놓고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많아 더 보여질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번엔 액션 외 연민을 조금 더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외적이든 내적이든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었다."

 
 영화 '강릉(윤영빈 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장혁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강릉(윤영빈 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장혁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강릉(윤영빈 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장혁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영화 '강릉(윤영빈 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장혁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강릉'은 사람 사이 신의와 배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혁에게 신의는 어떤 의미인가.
"말 그대로 믿음인 것 같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다. 그 중에서도 '말을 잘한다' 축에 속하는 사람은 꽤 많을 것 같은데, 그 말을 실천하고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단순한 말이라도 그 말을 그 사람을 위해서 실천하고 해결하는 것이 '신의' 아닐까 싶다."

-인간관계에 있어 절대 용납하지 않는 유형이 있다면.
"지키고 존중해야 하는 기본적인 도리는 지키는 것. 그것만 지키면 다른 것은 어느 정도 유동성이 있기 때문에 받아 들이는 것도 용이하다. 하지만 그것마저 지키지 못하면 '지속적인 만남을 하기 쉽지 않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최기섭, 신승환 등 평소 절친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새로운 배우들과 만났을 때 호흡을 맞춰 나가는 즐거움과 흥미로움도 있지만, 오랜시간 함께 작업한 배우들은 아무래도 신뢰도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강릉'은 사적으로 친하더라도 캐릭터상 연대감 없이 각자 가야하는 지점들이 많아 신뢰 아래 다야한 변화들을 추구했다. 좋은 측면에서 에너지가 발산된 것 같다."

-'강릉'이 위드 코로나를 맞아 개봉하는 첫 한국 영화가 됐다.
"일단 조심스럽기는 하다. 지난해 9월 '검객'이라는 영화를 개봉했을 땐 무대인사도 못했다. 좌석은 띄어앉기를 하다 보니까 그 모습을 보면서 이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이 들었다. 관객들의 반응도 실시간으로 들어볼 수 없었다. 그런 상황이 너무 무섭게 다가오더라. 그때에 비해 지금은 제한이 좀 더 풀리게 됐지만, 그래도 조심하고 방역을 정말 철저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여파가 있지만, 코로나와 함께 한 지난 2년의 일상은 어땠나.
"확실히 제한된 것들이 많았다. 그래도 촬영은 계속 가야하는 상황이라 현장에 있긴 했지만, 이전보다 가족들과 연대감이 많이 깊어진 것 같기는 하다. 원래 깊은건 당연한데 더.(웃음) 특히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몰랐었던 부분을 알게되는 경우도 있었다. 촬영하면서 바쁘게 지내다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 알아가기도 했다."

-오랜시간 연기를 하면서 나이가 주는 이점도 있을까.
"20대 중반에 '화산고'를 찍으면서, 그때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장에서 앉아있는 의자에 '열정 장혁'이라고 쓰고 다녔다.(웃음) '열정을 갖고, 열심히, 다부지게 해보자'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열심히 살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크게 느껴지지 않더라. '뭘까' 고민을 하다 보니 지금은 또 지금 나름의 고뇌가 있다. '한정된 시간 안에, 그 사람이 느끼는 가치관과 생각이 밀도감을 만드는 상황이 있었구나' 생각하게 되더라. 젊었을 때보다 지금은 아무래도 지금의 색채감이나 밀도감이 형성돼 있을 것이다. 똑같은 대사 하더라도 예전보다는 하중이 좀 더 실려있을 것이고. 분명한 변화는 있다."

-'강릉'은 장혁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남자의 영화이고, 거친 액션이 활성화 돼 있는 것도 맞지만, 그 안에 사람의 이면을 생각할 수 있는 영화다. 나는 어떤 사람들이 갖고 있는 표면적인 행동 외 혼자 느끼는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 누아르 장르라고 생각한다. '강릉'은 그 정체성을 잘 파고든 작품이고, 개인적으로는 쓸쓸하고 외로운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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