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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폴란드 국경 난민 사태…갈등 악화일로|아침& 세계

입력 2021-11-15 08:29 수정 2021-11-1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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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그동안 벨라루스에서 체류해 오던 중동 지역 출신 난민 수천 명이 유럽연합 회원국인 폴란드로 넘어가기 위해 계속해서 국경 지역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벨라루스와 폴란드의 갈등은 물론이고 두 나라를 각각 지지하는 러시아와 유럽연합의 갈등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벨라루스에서 생활하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 중동 국가 출신 난민 수천 명이 유럽행을 꿈꾸면서 폴란드와의 국경 지역인 '그로드노'로 몰려들었습니다. 폴란드 당국은 즉각 국경 수비를 강화하면서 난민들의 유입을 막았습니다. 벨라루스 당국도 이들이 다시 벨라루스로 돌아오는 것을 차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수천 명의 난민은 국경 지대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고 있습니다. 현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데다, 먹을 것도 부족해 이들의 고통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난민들은 미안하다며 제발 자신들을 받아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벨라루스 국경 체류 난민 : 다들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어요. '미안해' 라고요. 독일로 가고싶다고도 말합니다. 상황이 좋지 않아요. 물이 없고, 음식이 없습니다. 시간도 없고 생명도 위험합니다.]

벨라루스와 폴란드의 갈등은 러시아와 유럽연합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벨라루스가 유럽연합이 가한 제재에 보복하기 위해서 유럽으로 가고 싶어하는 난민들을 의도적으로 모은 뒤 국경 지역으로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폴란드 국방부는 벨라루스군이 난민들을 인솔하고 있다며, 관련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이번 사태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벨라루스와 러시아가 항공기까지 동원해 난민들을 국경 지역으로 실어 날랐다는 겁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즉각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난민 문제의 책임은 유럽연합에 있다는 비판도 덧붙였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 모든 사람이 알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이번 사태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핵심 요소는 유럽연합 내부에 있습니다.]

군사적 긴장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폴란드 정부는 벨라루스와의 국경 지역에 1만5천 명이 넘는 병력과 탱크, 방공무기 등을 증강 배치했습니다. 북대서양 조약기구 나토에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벨라루스는 폴란드의 이 같은 대응은 난민 사태에 대한 합당한 조치가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폴란드 국경 지역에서 러시아와 함께 대규모 공수 훈련을 벌이며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 영공에 전략 폭격기를 파견해 초계 비행을 하면서 동맹을 과시했습니다. 유럽연합과 러시아의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벨라루스 난민 사태,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난민 사태, 배경은?

    [채인택 /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 이번 사태의 배경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대통령에 가해진 유럽의 제재입니다. 94년부터 27년째 장기 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8월 6번째 대선에서 선거부정 의혹을 받은 데 이어서 지난 5월에는 영공을 지나던 외국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켜서 탑승하고 있던 반체제 언론인을 억류했습니다. 굉장히 이런 것 때문에 EU로부터 여행금지, 자산동결, 경제제재, 항공사 유럽 영공 금지 등 혹독한 제재를 받았는데요. 그러자 루카셴코가 지난 여름이 인민매매업자, 마약밀수업자, 무장 이주자를 데려오겠다고 위협을 했고요. 실제로 이라크를 중심으로 국영 항공사와 여행사가 관광객을 모집했습니다. 중동과 수도 민스크의 연결 항공편을 대폭 늘리면서 그쪽에서 이제 사람들을 데려왔는데요. 실제 관광객이 아니고 독일로 이주하고 싶어하는 난민 이주 희망자들을 대거 데려왔습니다. 그런데 벨라루스는 유럽연합과 긴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EU 대응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로 아주 쉽게 출입국할 수 있습니다. 그쪽으로 이주민이 몰리면서 이번 사태가 불거진 거죠.]

 
  • 국경에 갇힌 난민들…'인권 딜레마' 빠진 EU?

    [채인택 /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 바로 그게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이 노리는 부분으로 보입니다. 나라의 선거부정, 인권탄압, 국제법 위반으로 비난하는데 유럽연합도 마찬가지가 아니냐는 국제 여론을 부추기려고 하는 것이죠. 군사 전략이나 이제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게 하이브리드 전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군사적 수단만이 아니고 경제적, 정치적, 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해서 상대를 타격하고 내가 원하는 걸 얻어내는 복합 전쟁의 한 양상인데요. 난민을 앞세워서 지금 루카셴코가 자기에게 가해진 유럽의 압력 그리고 이제 제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그런 하나의 전술로 보입니다. 유럽에서는 지금 이제 국경 난민 등에게 비상식량 등을 제공하려고 하지만 벨라루스는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받으라고 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양측이 서로에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 EU, 추가 제재 논의…벨라루스 "가스관 차단" 엄포

    [채인택 /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 그렇습니다. 겨울이 눈앞에 다가왔으니까 유럽으로서는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장 큰 가스 파이프라인이 벨라루스를 지납니다. '야말-유럽'이라는 지역인데요. 여기는 이제 대서방 파이프 라인 중 규모가 큰 것은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폴란드와 독일로 지나갑니다. 최종적으로는 이제 영국의 항구까지 가는 건데요. 이를 두고 이제 제재를 풀라는 엄포를 사실상 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 난민 사태를 계속 겪기 싫으면 벨라루스에 루카셴코에 유럽연합 27개국이 인권이나 민주주의를 거론하면서 압박하고 제재를 하지 말고 풀라는 얘기죠. 유럽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난민 사태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닉 카터 영국 국방참모총장은 영국 타임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서방국가의 우발적 전쟁 발발 위험이 냉전시대 이후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다양한 국가가 경쟁하는 다극적 세계에서는 긴장을 유발할 위험이 더 크다며 정치가 폭력적인 천성에 따라 계산 착오를 일으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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