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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출범 300일…12건 수사 착수에 결론은 단 1건

입력 2021-11-14 09:02

윤석열 수사에 표류하며 좌충우돌…존속 가능성 회의적 전망도검찰 잠재적 통제 가능성 보여줘…"시간 더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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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에 표류하며 좌충우돌…존속 가능성 회의적 전망도검찰 잠재적 통제 가능성 보여줘…"시간 더 줘야"

공수처 출범 300일…12건 수사 착수에 결론은 단 1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6일 출범 300일째를 맞는다.

72년간 지속된 검찰의 기소독점권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큰 기대를 안고 출범했지만, 최근 공수처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다.

'윤수처'(윤석열 수사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심을 받고 있지만, 수사력에 대한 물음표조차 해소하지 못하며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 존재 자체가 검찰 권력에 대한 '잠재적 통제'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자리를 잡기 위한 시간을 더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조희연 교육감 사건만 종결…나머지 11건은 '오리무중'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월 21일 김진욱 처장 임명으로 공식 출범한 공수처는 지금까지 12개 사건(사건 번호 기준으로는 23건)에 대해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결과를 낸 것은 조희연 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채 의혹 1건뿐이다.

공수처는 이 사건을 출범 후 1호 사건으로 삼아 128일 동안 수사한 끝에 혐의가 인정된다며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했지만, 검찰은 감감무소식이다.

나머지 11개는 여전히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이 가운데 4건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관련 사건에 수사력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빈말로라도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사건과 관련해 손준성 검사에 대해 체포·구속 영장을 잇따라 청구했다가 기각당하는 망신을 겪었다. 함께 입건한 윤 후보는커녕 손 검사의 혐의 입증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사 역량에 대한 비판론에도 공수처는 최근 윤 후보와 손 검사를 이른바 '판사사찰 문건' 불법 작성 의혹으로 추가 입건하며 오히려 전선을 넓혔다.

이렇다 보니 이규원 검사의 허위 보고서 작성 사건,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방해 사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제보 사주' 의혹 등 남은 7건도 언제 처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 '개문발차' 문어발식 수사 악수…尹 면죄부 주나

공수처의 수사 역량 논란은 조직 구성을 완료하기도 전에 수사에 섣불리 착수하는 등 '개문발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 21일 공수처 출범 당시 공수처 내 검사는 김진욱 처장 1명뿐이었다. 같은 달 29일 여운국 차장이 임명돼 2명이 됐다.

출범 초기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에 타격을 입힌 '이성윤 황제 조사' 논란은 검사가 판사 출신인 처·차장뿐이었던 3월에 벌어진 일이다.

정치적 파장을 고려했을 때 검찰 출신이 1명이라도 있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라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왔다.

수사 검사 충원은 출범 후 석 달 가까이 지난 4월 16일에 이뤄졌고, 그나마 정원(23명)의 절반을 겨우 넘는 13명 채용에 그쳤다. 수사 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은 4명에 불과했다.

공수처는 수사 검사 채용으로부터 불과 12일이 지난 4월 28일에 조희연 교육감을 입건하며 1호 수사에 나섰고, 6월 4일까지 총 8건의 사건에 대해 직접 수사에 착수하며 '문어발 수사'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수사 착수보다는 검사를 추가 선발하는 동시에 수사 경험이 없는 검사들의 교육을 통해 수사 역량을 높여야 했지만, '하루빨리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여권의 등쌀에 떠밀려 악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악수의 후폭풍은 공수처의 존립 문제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115일 남은 대통령 선거 전까지 윤석열 후보와 관련한 사건 4개를 모두 마무리하기는 불가능하리라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공수처의 가장 큰 문제는 구성원 중에 특수수사를 해 본 사람이 없다는 전문성 부족"이라며 "정치적이면서도 무능하니 존속할 수 있는 여건이 없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현재는 야권을 중심으로 공수처의 폐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윤 후보에 대한 수사가 흐지부지된다면 여권에서도 '공수처 무용론'이 터져 나올 공산이 크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수사 속도나 방향을 봤을 때 '무혐의' 외에는 결론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윤 후보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절차에 불과했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 "걸음마 아이에게 뛰라고 하면 안 돼…제도적 미비 先보완"

하지만 공수처가 검찰에 대한 '잠재적 통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시간을 더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을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공수처의 존재만으로도 권한 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검사는 "조남관 전 대검 차장, 손준성 검사, 국민의힘 김웅 의원을 소환하고 압수수색을 한 것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놀라운 변화"라며 "수사 경험은 속성으로 쌓을 수는 없다는 측면에서 막 걸음마를 하는 아이에게 왜 뛰지를 못하느냐고 하는 비판은 온당치 못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검찰과의 권한 문제에 대해 공수처법이 구멍이 많은 만큼, 법 개정 등 추가적인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의 규모가 크지 않은 점, 사건 이첩이나 공소권·수사권 불일치 등 제도적인 미비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담당할 수밖에 없었기에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더 필요한 시기"라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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