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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컬렉션' 향불화가, 색즉시공으로 돌아온 까닭은

입력 2021-11-12 16:28

5년 만에 개인전 여는 이길우 작가
인사동 선화랑, 10일부터 신작 35점 전시
알 왈리드에서 보였던 강렬한 색채와 이미지
이번엔 일상으로 돌린 따뜻한 시선 속에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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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개인전 여는 이길우 작가
인사동 선화랑, 10일부터 신작 35점 전시
알 왈리드에서 보였던 강렬한 색채와 이미지
이번엔 일상으로 돌린 따뜻한 시선 속에 재구성

'향불 화가' 이길우(54ㆍ중앙대 한국화과 교수)화백이 5년 만에 돌아왔다.

사우디 알 왈리드 왕자, 오드리 헵번, 마이클 잭슨, 판빙빙 같은 셀럽들의 이미지를 강렬한 색채로 담아왔던 이 화백은 이번엔 몽환적인 추상의 세계로 지평을 넓혔다.

알 왈리드 사우디 왕자를 형상화한 이길우 작가의 작품.〈사진=선화랑 제공〉알 왈리드 사우디 왕자를 형상화한 이길우 작가의 작품.〈사진=선화랑 제공〉

이 화백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창적인 작법으로 자신만의 창작 세계를 구축했다. 향불로 한지를 태워 생긴 수많은 구멍으로 형성된 하나의 이미지와 또 다른 이미지를 중첩, 배접하고 코팅해 새로운 이미지를 빚어낸다.

이길우 작가가 중국 여배우 판빙빙을 모델로 그린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선화랑 제공〉이길우 작가가 중국 여배우 판빙빙을 모델로 그린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선화랑 제공〉

지난 10일부터 서울 종로구 선화랑에서 열린 개인전 '108개와 스톤'(stone)에서 이 화백은 최신작 35점을 선보였다.

108과 스톤. 쉽게 연상이 어려운 두 이질적인 존재다. 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화두를 던지고 있을까.

“108 번뇌, 108배 수련에서 보듯이 108은 소망과 고뇌를 아우르는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거창한 단어다. 반면 돌은 길 가에 구르는 돌에 불과할 지 모르지만 우리의 일상을 형성하는 소중한 존재다. 세상의 가치 평가에서 천양지차일지 모르나 존재의 가치는 어떤 게 더 우선한다고 재단하기 쉽지 않은 게 우리 삶 아닌가.”

모자상. 248X191cm, 2021. 순지에 향불, 장지에 채색 및 혼합기법, 배접, 코팅.              〈사진=선화랑 제공〉모자상. 248X191cm, 2021. 순지에 향불, 장지에 채색 및 혼합기법, 배접, 코팅. 〈사진=선화랑 제공〉

삶의 양면성을 꿰뚫는 화두로 108과 스톤을 중첩시켰다. 마치 향불로 구멍을 뚫어 배접된 이미지를 드러내는 그의 창작 기법처럼 말이다. 이런 점에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미학이 작품 전반에 흐르는 것도 이유가 있다.

끈적한, 갈증해소. 123.5X184cm, 2021. 순지에 향불, 장지에 채색 및 혼합기법, 배접,코팅.            〈사진=선화랑 제공〉끈적한, 갈증해소. 123.5X184cm, 2021. 순지에 향불, 장지에 채색 및 혼합기법, 배접,코팅. 〈사진=선화랑 제공〉

일그러뜨린 콜라캔을 그린 '끈적한, 갈증해소'에서 작가는 이런 삶의 이중성, 양면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마실수록 더욱 갈증을 야기하는 콜라처럼 표면상 보여지는 기대와 달리 본질적 속성은 이를 배반하고 있는 일그러진 현실의 이중성 말이다.

모여 있지만 섬처럼 떨어져 있는 개개인의 고독과 단절감도 작가의 향불에 태워져 '관객1'로 형상화됐다.

관객1. 124X190.5cm, 2020. 순지에 향불, 장지에 채색 및 혼합기법, 배접, 코팅 〈사진=선화랑 제공〉관객1. 124X190.5cm, 2020. 순지에 향불, 장지에 채색 및 혼합기법, 배접, 코팅 〈사진=선화랑 제공〉

이길우 작가는 지난 18년간 향불 화가로 활동하며 기법의 독창성을 심화시켜왔다. '이길우류(流)'라고 할까. 최근에는 그의 기법을 본받는 작가들이 나타나 다양한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작가는 2013년 전두환씨 일가의 미술품이 경매에 나왔을 때 100호 향불채색화 2점이 포함돼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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