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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심상정 '과학' 안철수…양당과 차별화·양비론 행보

입력 2021-11-1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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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후보들이 있죠.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포함한 제3지대 후보들인데요. 한 명은 노동, 다른 한 명은 과학을 주요 아젠다로 선점했죠. 양당 후보들에 대한 '양비론'도 펼치고 있는데요. 박준우 마커가 관련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기자]

'나 자신을 한 단어로 표현해보세요', 자기소개서에 나올 법한 질문인데요. '박 마커는 천사고 류 실장은 악마다', 이렇게 단순명쾌하게 답을 낼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지만요. 막상 깊이 생각하다 보면 이보다 심오하고 어려운 질문도 없습니다. 가끔 나조차도 나 자신을 모르겠을 때가 있죠. 복잡다단하고 난해한 인간을 한 단어로 정의하라니 그야말로 고문인데요. 하지만 대선 주자들은 다릅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켜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일까요? 줌 인이 선정한 오늘의 인물,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인데요. 두 사람 모두 자신이 누구인지 명확히 한 단어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심상정/정의당 대선후보 :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강국이 되었는데, 시민의 노동권은 허약하기 그지없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 (지난 4일) : 예전에는 따로 떨어져 있었던 과학기술과 외교가 한 몸이 되어서 국가의 생존전략을 짜야 되는 시기다.]

심상정은 '노동', 안철수는 '과학'입니다. 줄여서 '노동 상정·과학 철수'라고 부르면 될 듯한데요. 두 사람이 이번 대선에서 선점한 아젠다죠.

먼저 심 후보의 주력 상품은 '주4일제'입니다. 전태일 열사 51주기를 하루 앞둔 오늘, 주4일제 공약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혔는데요.

[심상정/정의당 대선후보 : 주 4일제는 이미 우리 옆에 와있는 미래입니다. 국내에서도 출판사, 광고사, 화장품 회사 등에서 이미 실시 중인 회사들이 있고, 은행권도 주 4. 5일제 등 다양하게 주 4일제로 향해 가고 있습니다…]

심 후보는 내년부터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 그리고 2023년 시범운영을 거치겠다고 했습니다. 국장, 그렇다면 우리 다정회가 선제적으로 시범운영을 해보면 어떨까요? 목요일까지만 주4일 회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복 국장 : 그럼 박 마커만 혼자 다음주부터 4일씩 나와요. 나머지 하루는 박 마커 단짝인 류 실장이 2개 발제하는 걸로 하죠.]

[류 실장 : 국장 회의 끝나고 잠깐 면담 요청 좀 드려도 될까요?]

역시 명쾌한 우리 복 국장 존경합니다. 그럼 다음주 금요일엔 류 실장이 실장 겸 마커로서 발제를 2개 맡는 걸로 하겠습니다. 정회원분들, 류 실장에게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주4일제는 아직 이르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은데요. 주4일제 혜택이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는 돌아가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심 후보, 이런 걱정을 불식시킬 만한 복안은 있을까요? 

[심상정/정의당 대선후보 : 저소득층의 경우는 소득도 부족하고 일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합니다. 이들에게는 최소노동시간보장제를 통해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시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부족한 소득을 보완할 '평등수당'을 도입해서 보완하겠습니다.]

반면, 정치 데뷔 이후부터 누누이 강조해온 안철수 후보의 관심사, 바로 '미래'죠. 이번엔 '과학기술 초격차'에 방점을 찍고 대선 레이스를 펼치는 중인데요.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5개 과학 기술 분야를 집중 육성해서 다른 나라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 (지난 4일) : 과학기술 초격차 분야 5개를 만들어서, 그렇게 해서 삼성전자 급의 글로벌 대기업을 5개 이상 보유하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5대 경제 강국에 들어갈 수 있다…]

안 후보는 최근 1일 1과학 행보 중인데요. 최근 행선지를 보면 친환경 수소생산설비업체, AI 반도체 개발기업, 카이스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입니다. 오늘(12일)은 OTT 플랫폼 기업을 찾았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 : 우리나라 K 콘텐츠 아까 말씀하셨지만, 전 세계를 이렇게 좌지우지할 정도로 큰 영향력들을 발휘하는 게 정말 우리 한국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제일 고민되는 것 중에 하나가 국내 기업의 역차별 문제. 사실 통신료 관련해서 지금 넷플릭스도 소송이 붙고 있지만, 최소한 동등한 레벨에서 경쟁을 해야지…]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 전혀 다른 행보를 하고 있지만 사실 이들의 전략은 비슷합니다. 결국은 거대 양당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존재감을 키우는 건데요. 그러려면 '양비론' 밖에는 답이 없겠죠. 다만 모두까기의 대상은 같아도 방식은 좀 다릅니다. 심 후보는 #댓츠노노형인데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여성가족부 개편 공약 등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결론은 둘 모두 틀렸다입니다.

[심상정/정의당 대선후보 : 문재인 대통령도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했습니다. 5년 후 20대 대통령 선거에는 안티 페미니즘을 기치로 건 분들이 유력 주자들이라는 점에서 저는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양당 후보들이 이대남 표심을 잡아 보겠다며 '안티 페미니즘'에 부응하는 정책을 쏟아낸 데 대한 비판인데요. 반대로 심 후보의 타깃은 갈 곳 잃은 이대녀이기 때문이겠죠. 이대녀의 표심은 양당 후보 모두에게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최근 한 양자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요. 다른 후보를 지지하거나 지지 후보가 없거나 모른다고 응답한 이대녀는 47%에 달했습니다. 25%를 나타낸 이대남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치입니다. 심 후보는 이 틈을 노려 이대녀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한 건데요. 든든한 당내 지원군도 있습니다.

[장혜영/정의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어제) : 일부에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남성분들이 과도하게 주장하시는 여성가족부가 마치 이 세상에 모든 악의 근원인 것처럼 말씀하시는 분들의 과다대표된 목소리에 지나친 윤석열, 이재명 후보가 귀를 기울여서 그런 아주 우리 사회에 성평등 토양을 해치는 포퓰리즘적인 공약을 내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안 후보도 원래는 #댓츠노노형이었는데 최근 전략을 일부 수정한 듯합니다. 출마 선언 때만 하더라도 제3지대가 대선판을 흔들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일었는데요. 윤 후보의 '컨벤션 효과'에 눌려 있는 걸까요? 현재로선 한 자릿수 지지율 박스권에 갇혀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마 선언 이후 양당 후보들의 비호감도를 키우고 반대로 자신의 주목도를 높이는 전략을 취했었죠. 역효과가 난 걸까요? 정작 최근 여론조사에서 본인의 비호감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죠. 호감도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70.5%가 안 후보에게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응답한 겁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양당 후보와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장점 어필에 나섰습니다. #자기PR형으로 거듭난 겁니다. 안 후보 스스로가 생각하는 첫 번째 장점, 바로 '기부천사'입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 우선은 저는 가장 깨끗한 후보입니다. 그리고 저는 재산 절반을 기부했는데 다른 두 분은 얼마나 기부를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은 두 후보와 달리 도덕성 리스크가 없는 후보라는 뜻이죠. 둘 째는 '경험부자'입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 두 번째로는 회사 만들고 돈 벌어보고 직원 월급 줘 본 사람입니다. 그리고 또 저만 과학기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저만 미국, 유럽에서 학교 나오고 중국, 일본에서 사업을 해본 글로벌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사 안철수로서 팬데믹 상황이 또 다시 오더라도 가장 관리를 잘할 수 있단 점도 강조했는데요. 마지막으론 '의정경력'입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 그리고 뭐 하나만 더 말씀드리자면 저만 3김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국회의원 38명 당선시켜서 교섭 단체를 만들고 의정 활동을 해본 유일한 후보죠.]

안 후보가 이렇게 자화자찬에 강한 스타일인지는 미처 몰랐는데요. 덤으로 쐐기를 박았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 그리고 보니 또 남성 후보 중에 저만 군대 다녀왔네요? 저는 해군 대위 출신이거든요.]

앞서 안 후보가 연일 과학 기술 행보를 펼치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행보'와 '디스'를 결합했다고 해야 할까요? 과학 기술 분야에서 만큼은 양당 후보와 초격차가 있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윤석열 후보가 전두환 발언 사과를 위해 광주를 방문한 날이죠. 같은 날 안 후보는 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 업체를 방문했는데요. 윤 후보의 광주행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 (지난 10일) : 저 같은 경우에는 우선 과학기술을 통한 5대 경제 강국이 되겠다는 그 공약을 내세우고 거기에 관련된 부분들을 지금 방문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머무르고 있는 양당 후보들과 달리 자신은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인데요. 오늘 OTT 플랫폼 기업 방문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 : 평생 법만 공부하고, 법이라는 게 과거의 일을 정리하는 거여서요, 과거 지향적일 수밖에는 없거든요. 정치권이 워낙에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떨어져요. 우물 안의 개구리는 하늘이라도 보는데, 동굴 안에 개구리더라고요.]

동굴 안의 개구리, 누구를 가리키는지 짐작이 가시겠지요? 

이렇게 오늘은 노동 상정과 과학 철수에 초점을 맞춰봤는데요. 색깔은 다르지만 그래도 거대 양당 타파라는 공통의 목적을 갖고 있지요. 둘의 대선 행보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아니면 나비효과를 거둘지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 정리합니다. < 노동 상정과 과학 철수…목표는 같아도 방식은 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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