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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형 가수만 돈 버는 스트리밍 시장…비례배분제 개선 논의

입력 2021-11-12 12:30 수정 2021-11-1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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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을 필두로 팬덤 중심의 음악 산업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정산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음원시장 상생을 위한 공청회'가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가 함께 했고 네이버 NOW.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됐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비례배분제로 운영되는 저작권 분배의 공정성 문제와 다운로드 시장 급감에 대한 정책 개선방안이 주요안건으로 올라왔다. 창작자의 권익 보호, 음악 시장 성장을 배경으로 음악 업계 전문가가 참여하여 업계 상생을 위한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효율적인 비례배분제?
비례배분제는 한 달간 모든 이용자의 재생 횟수 총합에서 점유율에 따라 권리자들(작사 작곡 편곡 연주 가창 제작 유통 등)에게 나눠 주는 방식이다. 정부가 정한 징수규정하에 대부분의 음원사이트가 합의한 방식으로,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선 명쾌하고 효율적인 방식 중 하나다.

예를 들어 한 달간 전체 음원 재생수가 1억이고 그 중 A가수 노래가 5000만회를 차지했다면 전체 수익의 절반이 A가수에게 돌아간다. 점유율 방식의 정산 시스템이기 때문에 A가수 음원을 듣지 않은 사람의 이용료 또한 마찬가지로 절반이 A가수에게 간다. 공청회에선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한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에서 만든 영상도 공개됐다. 영상에 따르면 A가수, B가수 총공 속에 인디 가수들은 점유율이 밀려 저작권료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 펼쳐진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신종길 사무국장은 "2010년 스마트폰 보급에 따라 스트리밍 시장이 확대되면서 스트리밍은 주요 매출로 자리잡았다. 처음 비례배분제를 시작할 때만해도 없었던 문제들이 10년이 지나니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판매량을 부풀리는 차트형 음원사재기, 저작권 편취용 목적의 사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를 보면 톱 100위 안에 특정 가수들이 몰려있고, 1위에서 200위까지 차지하는 매출 점유율이 30%넘는다. 신 사무국장은 "팬덤 총공 또한 저작권 분배 왜곡의 주요 원인이 된다. 차트밖의 몇 천만 곡이 70% 매출을 나눠갖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격화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한 문제점은 앞으로 심각해질 것"이라며 왜곡되지 않은 정당한 분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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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바이브가 제안한 VPS
2020년 바이브가 도입한 음원 사용료 정산 시스템 'VPS(VIBE Payment System)'는 이용자가 낸 스트리밍 요금이 이용자가 실제로 들은 음악의 저작권자에게만 전달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플랫폼 재생 규모와 무관하게 음악을 들은 이용자 규모에 집중할 수 있어 클래식, 재즈와 같은 비주류 장르나 인디 뮤지션들의 수익이 보다 정당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듀오 악뮤, 밴드 이날치 등도 바이브 정산 시스템 아래 평균 음원 정산금이 각각 16%, 30% 증가했다.

네이버뮤직 임승범 리더는 "K팝 팬들의 스트리밍 총공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고 팬덤 중심으로 시장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정확하고 공정한 저작권 분배가 필요해졌다. 아티스트를 위한 팬 총공의 문제는 저작권료 분배의 편중 문제를 심화시킨다. 장기적으로는 음악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인디 뮤지션 창작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분배 방식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정산금 편취형 사재기가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는데, VPS 정산으로는 이를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자료를 공개했다. 임승범 리더는 "이른바 '생계형 사재기'라고 한다. 소수의 계정으로 반복 청취를 통해 점유율 상승이 가능하다. 8개 아이디로 10만 스트리밍을 보였을 때, 기존 비례배분제에선 53만원을 정산받지만 VPS 정산에선 6만3000원에 불과하다. 25개 아이디로 46만 스트리밍일 경우엔 기존 174만원 정산에서 13만원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며 사재기 방지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공청회 자료공청회 자료
업계 논의는 진행 중
비례배분제, VSP 도입 문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갖는 논제다. 학계에서는 '이용자가 들은 곡 중심'(User Centric Payment) 배분제가 꾸준히 언급되고 있고, 영국에선 스트리밍 시스템을 재검토하라며 정부를 촉구하는 'Keep Music Alive'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펜데믹 기간엔 인디 밴드 멤버를 중심으로 UMAW(뮤지션 및 노동자 연합 조합)이 만들어져 제대로 된 정산을 해달라고 촉구하는 일이 있었다.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한국음악산업협회는 정산 시스템 변화에 있어 중립 입장이라면서 "음원사이트 정산 방식 변경에 있어 큰 비용 부담이 있을 수 있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는 과도기적으로 비례배분제와 VPS를 병존을 시키고 숨은 음악 고수들에 기회를 주는 것에 찬성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네이버는 "지난 1년간 VPS에 참여한 음원 유통사는 320곳, 정산받은 아티스트는 22만팀에 달한다. 개별 아티스트 정산금은 최대 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멜론은 "업계 내에도 다양한 단체와 목소리가 있어서 듣고 있다"고 했다.

황지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jeeyoung1@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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