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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시간에 쫓기는 中, 대만 침공에 베팅할 수 있을까

입력 2021-11-12 07:00 수정 2021-11-12 14:02

로이터, 6단계 대만침공 시나리오 공개
일본·호주 연합한 미군 참전 기정사실화

중국몽 완성은 대만수복…미 견제는 본격화
미중 균형추 영향 미치는 한미동맹에 촉각
동맹 강화냐 동맹 중성화냐 외교전 치열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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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6단계 대만침공 시나리오 공개
일본·호주 연합한 미군 참전 기정사실화

중국몽 완성은 대만수복…미 견제는 본격화
미중 균형추 영향 미치는 한미동맹에 촉각
동맹 강화냐 동맹 중성화냐 외교전 치열할듯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둘러싸고 어느 때보다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국의 대만 공격은 여러 시나리오가 있지만 핵심 당사자와 관련자들의 계산이 복잡하고 변수들로 에워싸여 있어 예측이 어렵습니다.

진먼다오의 대만군 벙커에서 해안 저편의 푸젠성 샤먼 시가지가 내려다 보인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진먼다오의 대만군 벙커에서 해안 저편의 푸젠성 샤먼 시가지가 내려다 보인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현대전은 적의 섬멸이나 주력을 제압해 완전한 승리를 노리지 않습니다. 이보다는 상대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철저히 효과 기반의 작전에 방점을 둡니다. 상대가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역량에 초점을 둡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대만해협의 파고를 치솟게 만들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동향과 대만의 대응은 현대전 교리 관점에 매우 부합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양쪽의 최근 동태를 함께 보시죠. 긴장 수위가 심상치 않아서인지 로이터에서 대만 침공 6단계 시나리오를 거론했습니다. 그간 '대만 상륙 시나리오' 등 양안 전쟁 시나리오는 각종 블로그나 인터넷매체들에서 흥미 유인 차원에서 몇 번 쓰곤 했지만 젊잖은 유수의 저명 언론에서 정색하고 이런 시나리오를 보도하는 것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뭔가 현상유지를 떠받쳤던 기반에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중국은 11월 6∼7일 20기의 중국 군용기를 투입해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침입하는 등 올 들어 700기가 넘는 중국 군용기가 ADIZ에 들어와 대규모 공중 무력시위를 벌였습니다.

로이터는 중국이 대만 주변 영공을 침범하고, 준설선 등을 동원해 통신 케이블을 훼손하는 등 '그레이존'(불법·합법 여부가 모호한 영역) 전략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을 시작한 상황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의 행보가 '상대의 신경을 긁는 저강도 분쟁 노림수'라는 인식. 대만도 이런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대만은 지난 9일 발표한 '2021년 국방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부터 지난 8월 사이 모두 554기의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해 전시와 평시 상황을 오가는 '회색지대 작전'을 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만의 시각은 이렇습니다. 중국이 그레이존 전략을 구사하면서 긴장 강도를 높였다 낮추는 등의 살라미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목표는 벼랑끝 압박으로 '싸우지 않고 대만을 점령하겠다'는 거지요. 민족 통일을 명분으로 하면서 무력을 구사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고 군사적 실효성도 계산이 복잡하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입니다.

2021년 10월 1일부터 4일까지 무려 149대의 중국 전투기,수송기 등이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해 대만에 무력시위를 했다. 〈사진=AP 연합뉴스]2021년 10월 1일부터 4일까지 무려 149대의 중국 전투기,수송기 등이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해 대만에 무력시위를 했다. 〈사진=AP 연합뉴스]

이 때문에 중국은 어떤 공세적 조치를 취해놓고 상대가 해석하기 어렵게 다양한 시그널을 방출하는 식으로 저강도전을 펼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이게 현재 대만의 시각입니다. 중국에서 보내는 신호의 해석을 놓고 대만이 자중지란에 빠지게 하겠다는 게 중국의 속셈이라는 것이지요.

'전쟁 공포'를 던져 놓고 “전쟁이냐 평화냐”를 둘러싸고 대만 내부의 강경ㆍ유화파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심리전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에서 최근 들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축으로 평화 메시지와 민생 복지 개선 등 미래상을 반복 강조하면서 대만 독립파의 입지를 압박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대만에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대만인들은 “홍콩에서 산통 다 깨 놓고 무슨 일국양제냐”는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50년간 홍콩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적 기반과 틀을 손대지 않겠다는 약속을 중국이 깼다고 봅니다. 대만인들에게 일국양제는 흘러간 옛 구호가 됐습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반면 로이터는 불을 볼 것 같다는 시각입니다. 6단계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크게 압축하자면 얕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대륙에 인접한 도서 점령에서 시작해 대만 봉쇄와 전략·기반시설 폭격에 이은 신속한 상륙전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사태가 이렇게 흐르면 로이터는 미국을 비롯한 일본·호주의 신속한 참전을 예상했지만 아직까지 미국은 시종 '전략적 모호성'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참전할 지 말 지에 따라 중국이 감내할 수 있는 비용의 폭이 천차만별해지기 때문입니다.

대만은 어떨까요. 대만은 만약 침공이 현실화된다면 싼샤댐 또는 대륙의 주요 도시를 노릴 수 있는 파괴력 높은 미사일을 내걸고 독침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정책 기조나 대만의 전략이나 모두 중국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드는 핵심 변수입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문제는 시간에 쫒기는 중국입니다. 시진핑이 주창하는 중국몽의 완성은 부국강병을 통해 이른바 '대만 수복'으로 마침표를 찍을 때 가능합니다.

시간은 중국의 편이 아닙니다. 미국의 본격 견제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성장은 한계를 맞았고 노령층이 폭증하는 인구구조도 중국의 편이 아닙니다. 지난 9월 포린폴리시에 실린 미국 석학들의 경고를 함께 볼까요.

존스홉킨스대 할 브랜즈(Hal Brands) 석좌교수와 터프츠대학교 마이클 베클리(Michael Beckley) 교수가 공동 기고한 글입니다. 제목이 아주 의미심장합니다. “중국은 쇠퇴하는 강대국이다. 그게 문제다”라는 매우 도발적인 타이틀입니다.

한마디로 중국 경제가 식으면서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고 중국은 조바심을 느끼면서 2차 대전 때 독일과 일본이 걸었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겁니다. 더 늦기 전에 밀린 숙제를 해치우듯이 패권 도전에 나선다는 것이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F-16 조종사들을 격려하고 있는 모습. 〈사진=AP 연합뉴스〉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F-16 조종사들을 격려하고 있는 모습. 〈사진=AP 연합뉴스〉

이런 구도에서 중국이 어떠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나올까요.

크림반도에서 러시아군의 진주를 허용하듯이 대만도 그대로 보고만 있을까요. 크림반도야 흑해라는 내해의 한 요충지이지만 서태평양 한복판에 있는 대만은 전략적 가치가 다릅니다. 대만이 중국 발 밑으로 들어가면 미국의 서태평양 전략 기반 자체가 붕괴할 수 있습니다. 좌시하기엔 미국이 받는 타격이 너무 큽니다.

하지만 대만 국지전의 불똥이 미중 전쟁으로 비화하지 말란 법이 있을까요. 냉전 시대 소련과 미국이 공식적으로, 대규모로 맞붙은 적이 있었나요.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기에 최대한 직접 교전은 자제했던 겁니다. 바꿔 말하면 미·중의 직접 교전은 정말 쉽지 않은 경우의 수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심리를 읽고 대만 침공에 베팅할 수 있을까요.

〈사진=AP 연합뉴스〉〈사진=AP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계산이 복잡 미묘한 현재 상황이 팽팽한 균형의 추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의 대만 병합 압력은 거세질 겁니다. 으름장 키워가는 중국, 모호성에 기대는 미국, 내부 갈등 상황에 몰리는 대만의 구도가 긴장의 파고를 높여갈 겁니다.

문제는 대만 해협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동북아의 안보 구조상 중국에 인접한 나라들의 숙명입니다.

균형의 추 쟁탈을 놓고 미·중이 팽팽한 전략적 경쟁을 펼치는 십자 교차로가 한반도입니다. 대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안개속 상황에서 미·중은 한미동맹의 강화와 한미동맹의 중성화를 놓고 치열한 외교전을 펼칠 겁니다.

내년 출범하는 새 정부에서 일어날 일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이렇습니다.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후보들의 동맹과 안보 공약에 귀를 쫑긋 세워야 하는 아주 긴박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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